불협화음
1월 넷째 주, 한파와 대설이 이어졌다. 따뜻한 목도리와 장갑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나섰지만 꽁꽁 얼어붙은 눈길 위에서 몇 번이나 미끄러지며 넘어질 듯 말 듯 춤을 추었다. 아이들이 행여나 넘어지더라도 큰 부상을 입지 않도록 균형 잡는 연습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수업계획을 짰다.
센터에 들어서니 따뜻한 공기가 느껴졌다. 요가수업을 하는 '움직임 방' 안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안경을 쓴 여자아이와 남자아이, 흰 피부의 점잖은 남자아이가 나를 맞아주었다. 그리고 그들 너머로 덩치 큰 남자아이와 양갈래 머리의 소녀,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성인 남녀가 함께 하고 있었다. 오늘은 자원봉사자 선생님도 두 분이나 계셔서 교실 안이 꽤나 북적였다.
시끌벅적한 아이들 사이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수업을 시작했다.
"요가할까? 손을 앞으로 들고 손가락 넓게 벌려서 안녕"하며 흔들었다. 아이들과 봉사자 어르신이 함께 안녕하며 손을 흔들었다.
"옆으로 해서 좌우 안녕! 친구들 안녕"하며 관절을 풀고, 어깨도 위에서 아래로 몇 차례 움직였다. 고개 숙여 목회전을 하는 동안에도 나와 아이들의 목소리가 부딪히며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가라앉을 줄을 몰랐다.
양갈래 머리의 소녀가 '으으으' 짧고 굵은 소리를 연달아 내었다.
덩치가 큰 남자아이가 '헤헤헤' 웃으며 박수를 쳤다.
단발머리의 여드름이 난 성인 여자가 '호히호히' 혼잣말을 하며 교실 안을 떠돌았다.
자원봉사자 어르신이 나를 도우려 "요가해야지"라고 옆의 아이를 지도했다.
그들의 목소리 위로 내 목소리가 얹혔다.
준비운동을 마친 후 눈이 와서 길이 미끄럽지 않냐는 질문으로 오늘 수업의 주제를 꺼냈다.
"꽁꽁 얼으면 스케이트 타면 안 돼요! 물에 빠져요." 안경을 쓴 여자아이가 답했다. 네 말이 맞다 고개를 끄덕이며 자연스럽게 '균형 잡는 동작을 해보자' 말을 이었다.
"균형 잡기 전에 몸에 힘이 있어야 돼요! 일단 다리를 살짝 벌리고 서볼까요? 머리 뒤로 손 가져가서 깍지"
"배가 다 보이잖아요!" 안경을 쓴 여자아이가 약간은 조심스러운 투로 말했다.
귀여운 답변에 터져 나오는 실소를 참으며 배는 살짝 가려주라 일렀다. 그리고 좌우로 기울이며 복부운동을 했다.
내가 큰소리로 '하나, 둘, 셋, 넷, 다섯' 숫자를 세었다.
양갈래 머리의 소녀가 '에레레렐레' 소리를 내었다.
덩치가 큰 남자아이는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지 계속해서 '헤헤헤' 웃었다.
기울기 자세에서 다리를 옆으로 드는 동작을 추가하자 '어이쿠' 재밌어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의 웃음소리 위에 내 목소리가 화음처럼 쌓였다.
팔 벌려 뛰기를 하며 긴장을 풀기로 했다. 구호를 외치되 마지막 10번째에는 침묵하는 전형적인 클리셰였다. 아이들이 잘할 수 있을까 지켜보며 아홉까지 세었다.
"하나 둘 셋, 여덟! 하나 둘 셋, 아홉! 하나 둘 셋"
아주 잠깐동안 정적이 흘렀다.
"와 잘했어요!" 흰 피부의 점잖은 남자아이와 내가 서로서로 칭찬을 이어갔다.
아주 잠시 같은 선상에 머물렀던 우리는 다음 동작인 균형 잡기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