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번째 걸음(2)

불협화음

by 복순이

"균형 잡는 자세 해볼게요!"

손을 허리 위에 얹고 한쪽 발을 앞에 위치한 후 숫자를 세었다. 그리곤 앞발 그대로 공중에 살짝 띄우고 다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어려워요." 안경을 쓴 까만 피부의 남자아이가 말했다.

"어렵죠? 어렵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힘이 생겨서 잘할 수 있어요!" 사뭇 비장한 투로 답했다. 이후로도 나는 계속해서 균형감각을 잃고 비틀거리는 아이에게 조심해야 한다, 똑바로 서야 한다, 다리에 힘을 주어야 한다 격려와 조언으로 포장한 잔소리를 쏟아부었다.


앞에서 옆으로 발의 위치를 이동하며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아이들은 나의 잔소리가 꽤나 즐거웠는지 '하나' 하며 숫자를 세자마자 과장된 몸짓으로 비틀거렸다. 여기저기서 '으앗'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하나 둘 픽 하고 쓰러졌다. 마치 피아노 건반을 누른 듯 엉덩방아를 찧은 후엔 깔깔거리며 웃음소리를 냈다.

"너네 일부러 넘어지는 거지?" 웃으며 아이들에게 물었다.

아니라고 우겼지만 눈가엔 이미 장난기가 가득했다.


계속해서 뒤뚱거리다가 넘어지는 아이들에게 옆사람과 부딪치지 않게 조심하라고 타이르며 그들의 몸개그를 재밌게 지켜보았다. 그리곤 몸개그에 흥미를 잃어갈 때쯤 꼼수를 꾀었다.

"안 넘어지고 유지하는 사람한테 박수치고 칭찬해 줄 거예요!"

어떤 반응을 보일지 반신반의하며 지켜보았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넘어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의 위력을 실감하던 중 흰 피부의 점잖은 남자아이가 말했다.

"선생님, 칭찬"

"와 잘했다 너무 잘했어요! 안 넘어지고 다들 잘했어요!"


엉덩방아를 찧느라 힘들었던지 안경을 쓴 여자아이가 잠시 쉬자고 했다. 남자아이들은 계속해서 수업을 요구하는 탓에 어떻게 해야 할까 궁리하다가 임시방편으로 누운 자세를 시도했다. 누워서 다리를 옆으로 벌리거나 하늘 자전거를 타며 가볍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흰 피부의 점잖은 남자아이가 뒷구르기를 했다.

"이것 봐 나 뒷구르기했어." 그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선생님은 물구나무설 수 있다~" 뜬금없이 내가 한술 더 뜨며 말했다.

해볼까? 하며 물어보니 네 하며 해보라고 답했다.


"선생님 물구나무선다, 자 이제 올라간다." 시범을 보이며 말했다.

"OO아 선생님 봐봐!" 뒤에서 도와주던 자원봉사자도 아이들을 향해 선생님을 보라며 동조해 주었다.

자세를 완성하자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박수소리에 별안간 정신이 번쩍 든 나는 '내가 왜 이러고 있지'하며 서둘러 내려왔다.


"우와 나는 못하는데, 선생님 이건 어떻게 하는 거예요?" 안경을 쓴 여자아이가 물었다.

"나도 하고 싶다." 흰 피부의 점잖은 남자아이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요가 꾸준히 하면 할 수 있어!" 괜히 어깨에 힘을 주며 말했다.


거들먹 거림이 아이들에게 제대로 먹혔는지 다시 수업을 재개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나비, 낙타, 고양이와 호랑이자세까지 마저 하고 난 후 언제나처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 마무리했다.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우리들의 시간이 조금씩 쌓여간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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