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수련ㅣ물구나무서기
요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각목처럼 뻣뻣해서 동작을 따라 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 제일 뒷줄 구석진 가장자리에서 수련을 했다. 동작을 따라 하기 힘들 땐 속으로 한숨을 쉬며 주변을 살폈다. 그때마다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시간대에 자주 출석하던 그녀는 언제나 검은색 상하의를 입었다. 자로 잰 듯 깔끔하게 떨어지는 단발머리마저 고수의 느낌을 풍기던 그녀는 항상 앞자리에서 원장님이 설명하는 동작을 완벽하게 따라 했다. 처음엔 그저 말도 안 되는 동작을 해내는 그녀의 모습이 놀라웠고, 다음엔 흐트러짐 없이 올바른 그녀의 자세에 감탄했다. 그리고 원장님의 설명이 익숙해질 즈음엔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만의 수련을 이어가는 그녀에게 경이로움을 느꼈다.
나도 그녀처럼 요가를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잘 안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쑥날쑥이지만 요가원에 계속 나갔다. 한주, 한주 시간을 더해가자 부끄러워 내색하던 모습도 차츰 줄어들고 조금씩 변해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 이게 되네!'
다리를 뻗고 앉은 채 앞으로 숙인 자세가 처음으로 제법 그럴싸한 모양을 갖췄다. 물론 다리가 조금 당겼지만 그전보다는 참을만했고 숨도 잘 쉬어졌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원장님의 설명을 따라가기에도 벅찼는데 이때부터 여유가 생긴 건지 요가를 하는 동안 스스로를 관찰하고 알아차린 건 처음이었다.
그녀는 물구나무를 설 수 있었다. 나는 물구나무 준비자세를 하다가 금세 포기하고 앉아 그녀가 물구나무서는 과정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정말 멋져 보였다. 나도 그녀를 따라 물구나무를 서고 싶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요가원에 다녀도 그것만큼은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렇게 갈망하며 전보다는 조금 더 열심히 요가원에 갔지만 물구나무를 향한 걸음은 너무 더디고 더뎠다.
물구나무서기에 대한 집착과 조금 더 깊이 있게 요가를 배우고 싶다는 이유로 요가지도자 교육과정에 관심이 생겼다. 마침 내가 동경하는 그녀 역시 해당교육 수료자라고 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요가원에 지도자 교육과정 등록을 문의하고 신청서를 작성했다.
신청사유: 물구나무를 서고 싶습니다.
이런 하찮은 이유를 적어도 되는 게 맞나 싶었지만 솔직히 그것 말고 다른 그럴싸한 사유가 생각나지 않았다.
어느덧 요가수련 7년 차, 이젠 동경하던 그녀의 옆에서 함께 물구나무를 설 수 있다. 컨디션 좋은 날엔 라면 한 그릇 끓여 먹는 시간 정도는 물구나무를 서서 유지할 수 있다. 날고 기는 요가강사들 틈에선 풋내기 티를 벗지 못한 애송이지만 여행지에 가면 빼놓지 않고 그 지역의 요가원에 들른다. 다른 이들의 요가를 경험하며 내가 알지 못하는 새로움을 느끼는 게 재밌다.
최근엔 부산에서 해운대 절경 탁 트인 바닷가를 바라보며 요가를 했다. 물구나무서기 5분이라는 원장님 말씀에 5분이라면 가능하다 생각하며 거꾸로 서 있었다. 휘청휘청 흔들거리는 나와 뒷사람을 지켜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힘이 풀려 휘청일 때도 있지만 때로는 바깥바람에 흔들려 넘어지기도 한다.
스스로 넘어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저들도 몇 번이고 넘어졌을 테니
바람에 넘어지는 거라면 더더욱 내 잘못은 아니다. 그러니 훌훌 털고 다시 일어나면 된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쾅 소리와 함께 고꾸라졌다.
잠시 평정심을 잃었다가 이내 다시 생각했다.
'딴생각하다가 넘어지긴 했지만 뭐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