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락사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인 김연수 작가가 어릴 적 품에 들고 다니던 책이라고 해서 한번 빌려봤다. 고전이 고전인 이유가 있겠지!
그리고 처참히 실패했다. 일단 희곡이라서 배경 묘사가 적은데, 은유가 너무 많고,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도 어렵다. 그래서 유튜브와 네이버로 배경 정리와 대충의 줄거리를 일단 파악하고, 초속독으로 주르르륵 읽어버렸다. 읽었다고 할 수 없을 정도지만, 그래도 아, 이래서 명작이구나 라는 것을 느꼈기에 그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책 제목이자 주인공인 파우스트는 평생 여러 학문을 모두 섭렵한 고령의 박사다. 그런데 그렇게 세상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그조차 삶의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일련의 내기를 하게 되고, 마법적 능력을 가진 악마의 도움으로 정욕적인 사랑도, 돈도, 명예도, 예술의 경지도 경험하지만 그 모든 것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 그가 마지막으로 쫒았던 건 보편적 인류애인데, 그 과정에서 깨닫는다. 삶의 이유는, 지식이나, 정욕이나, 명예나, 예술에 있는 게 아니다. 그걸 찾기 위한 노력과 의지에 있는 것이다.
여기서 파우스트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 중 하나가 나온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
여기서의 노력과 의지는, 우리가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하는 공부나, 취준, 스트레스받는 회사생활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방황은 그 와중에 오는 모든 미래에 대한 고민, 불안, 걱정, 그리고 그에 수반한 행동들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고, 그 힘든 순간=방황은 결국 우리가 노력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반증이다.
걱정, 불안,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아브락사스와 비슷한 내용이기도 하다. 양면의 세계를 모두 다 받아들여야 한다. 양면의 나를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 내가 방황하는 이유는, 더 좋은 방면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일련의 깨달음을 얻는 파우스트는 ‘멈추어라, 너는 정말로 아름답구나!’라고 말한다. 순간에 감탄할 수 있게 된 그는, 악마를 이기고 결국 구원받는다.
우리의 부정적인 감정을 애써 피할 필요가 없다. 그런 감정은 우리가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삶의 의미는 특정한 목표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를 위해 노력하는 자체에 있는 것이다. 이걸 깨달으면, 순간에 감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파우스트의 교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