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전쟁속 의사결정과정 이야기
개인적인 평점은 4.5/5.0 정도이다.
병자호란은 남한산성이라는 영화도 만들어질 정도로 워낙 유명하지만, 이 책은 특히 조선의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부분을 자세하게 서술하였다는 것이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만약 사회문제와 회사의 큰 결정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비슷하게 재밌게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아쉬운 부분으로는 어두운 역사인 만큼 책을 보는 동안 답답함이 계속 느껴진다. 그리고 전쟁사의 입문용도로는 책의 디테일이 오히려 더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전쟁은 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병자호란때에도 돈은 중요한 요소였지만 막상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아쉬운 부분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돈은 전쟁의 여러 요소들 중 가장 설명하기 쉬운 수단일 뿐 복잡하면서 중요한 요소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되었다. 인상 깊었던 부분 몇가지를 소개하자면
① 정묘호란 이후에도 왜 메인 방어선을 결정하지 못했는가? (의주 vs 평양)
② 국서의 "단어"를 이렇게까지 신경쓰며, 그 논의의 결과가 겨우 이정도인가? (누르하치는 황제인가?)
③ 동원체제는 정비하면서도 왜 통합지휘관을 제대로 임명하지 않는가? (선조의 가장 큰 업적은 이순신을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한게 아니었을까?)
였다.
위 3가지 질문 모두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인조가 반정으로 왕위에 올랐고, 지지세력이 충분히 강하지 못했다는것이 영향을 주었다고 보인다. 큰 의사결정은 어느쪽으로 결정되더라도 누군가 피해자가 생기기 마련인데 그것이 무서워서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리더의 의미가 무색해지게 된다. 더 답답한 것은 전쟁에서 패한 이후에도 척화파들에 대한 처벌을 강하게 하지 못하며 볼모생활을 하다 귀국한 소현세자를 죽이기도 한다.
자신의 그릇에 비해 과도하게 큰 책임을 지는 자리에 오르게 되면 상황이 아무리 악화되어도 그릇을 넘어서는 상황에 대해서는 이기적인 결정을 하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위에 서술한 인조의 지지세력과 연관되어있는 부분인데, 하필 광해군의 도덕성을 명분으로 반정을 일으킨 덕분에 인조의 시대에는 도덕의 가치가 엄청나게 올라버렸다. 1600년대 시점에서 전쟁과 도덕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은 아래와 같다.
① 명과의 도덕이 개입하면서 청과의 외교가 상당히 불안해졌고
② 모문룡(용병역할을 하겠다는 명분으로 가도에 정착하나 조정과 장수들을 이간질하고 백성들을 약탈하기도 하였다)에 대한 대응도 미적지근했다.
③ 청과의 교류를 단절시켜 정보가 부족했고, 의주의 경제에도 약영향을 미쳤다.
현대와는 시대가 말하는 가치가 다르긴 하겠지만... 백성을 전쟁으로부터 지키는 것이 가장 도덕적인 결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글에서 요약된 내용은 꽤 당연해보일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게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다보니 다소 간단해져 버렸는데, 책의 내용에는 디테일이 있고 확실히 더 깊은 맛이 있다. 그리고 인물 위주로 서술되어 있어 디테일에 비해서는 잘 읽히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