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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바 Jul 25. 2022

시타를 해보면 압니다.

골프에서 배우는 능력 관리


   “김상무, 오늘 드라이버 좀 빌려 칩시다. 집에다 드라이버를 빼놓고 왔네.”


   “알겠습니다. 전무님, 이 채를 중고로 구입했는데 샤프트가 피팅이 되어 있더라고요. 다른 분들이 쳐 보고는 좋다고 말합니다. 전무님도 쳐보면 아실 겁니다.”


   첫 티 샷은 누구에게나 부담이 된다. 거기에다 다른 팀들이 모두 몰려와서 바라보고 있으니 부담이 될 수 있다. 김 상무의 공이 멀리 못 간다. 탑 볼이다.


   김 상무는 드라이버 샷이 생각대로 나가지 않아서 당황스러운지 채를 빌려줄 생각을 못하고 드라이버를 들고 그냥 카트로 간다.


   “김 상무, 그 드라이버 좀 줘봐.”


   김상무가 정신없이 들고 갔던 드라이버를 다시 가져온다. 드라이버의 탄성이 느껴진다. 가운데 맞는 느낌이 좋다. 쫀득쫀득하다.

 

   “굿 샷!”


   드라이버 샷을 짧게 보낸 김 상무는 아이언 샷도 제대로 안 맞는다. 연속 탑 볼이다. 나는 그린 에지까지 무난하게 오고 어프로치로 파를 잡는다. 어렵게 4 온 시킨 김 상무는 더블 보기를 기록한다. 


   두 번째 홀로 이동해서 티 샷을 준비한다.


   “김 상무, 드라이버 좀 다시 줘봐.”


   다시 채를 잡아봐도 낯설지가 않다. 오래 쳐 본 채처럼 느낌이 좋다. 이번에도 잘 맞았다. 드라이버 헤드의 가운데로 정확하게 때렸는지 헤드에 공이 오래 머물렀다 가는 느낌이다. 


   '좋은데!' 마음에 든다. 


   김 상무는 첫 홀의 실수를 만회하려는지 조금 더 신중하게 샷을 한다. 신중해질수록 몸이 굳어지는 것이 골프 스윙이다. 몸통이 덜 돌아가고 팔로 스윙을 하니 왼쪽으로 공이 당겨진다.


   “김 상무, 그 채 김 상무한테 안 맞는다. 나한테 싸게 넘겨라.”


   나에게는 잘 맞아도 다른 사람에게는 안 맞을 수 있다. 새로운 채는 일단 쳐 봐야 그 채가 잘 맞는지 아닌지 알 수가 있다.


   신제품이 나오면 소비자들에게 그 가치를 전하기 위해 엄청난 마케팅을 한다.  골프채도 예외는 아니다. 매년 새로운 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골프 박람회를 가 보면 대부분 기업들이 시타를 해 볼 수 있는 코너를 운영하는 것도 골퍼들이 일단 쳐 보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골프채를 쳐 보게 만드는 것이나 사람을 써 보는 것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에 영업부의 신 사장님이 채용에 대한 문의가 왔다.


   “이 전무님 우리 사업부의 여직원이 다음 달에 사직하겠다고 알려 왔습니다. 어디 좋은 인재가 없을까요?”


   지난겨울 송년회에서 인상 깊었던 파견직 여직원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떠오른다. 


   성격이 활달하고,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팀워크가 뛰어나다고 했다. 그리고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좋아서 고객 불만이 없으며 자기 주도로 업무를 잘 처리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그 여직원의 계약 만료가 다음 달 마지막 날이니 시기적으로도 딱 맞는다.


   “신 사장님, 다른 사업부에 송 대리라고 파견직 여직원이 한 사람 있는데 계약기간이 다음 달 말입니다. 좋은 인재 같은데 인터뷰해 보겠습니까?”


   “이 전무님, 전체적으로는 다 만족스러운데 영어회화가 사업부에서 원하는 만큼 완벽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신 사장님, 다른 사업부에서 영업 지원하는데 아무 문제없었습니다. 그리고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했으면 지금까지 근무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리고 현재 신 사장님 사업부에서 원하는 사람은 팀워크가 좋고 긍정적이며 책임감이 강한 사람 아닌가요?"


   “이 전무님, 저도 송 대리가 지금 우리가 찾는 자리에 딱 맞는 인재라고 생각하는데,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 매니저가 영어에 대하여 조금 걱정을 하네요.”


   "신사장님, 그러면 일단 3개월 동안 수습으로 써 보고 다시 결정하는 것은 어떨까요?”


   나는 송 대리가 좋은 인재라고 믿기 때문에 의심 없이 추천한다. 송대리는 시타를 거친 인재이다. 일단 시타해 본 결과가 좋으면 그 채에 대하여 신뢰를 갖고 추천할 수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온 송 대리와 별도의 자리를 만들어서 당부의 말을 전했다.


   “송 대리, 3개월의 수습기간이 송대리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아시아 매니저가 영어를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영어 공부는 특별히 신경 써야 할 것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전무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잘할 수 있습니다. 영어학원도 바로 등록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주에 3개월이 지나면서 수습 기간에 대한 평가가 시행되었다. 아시아 매니저와 해당 영업 팀으로부터의 피드백을 신 사장님이 전해준다. 

 

   “이 전무님, 3개월이 지나면서 평가해 보니, 결과가 좋습니다. 부서의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팀원들이 좋아합니다.  그리고 영어 실력도 더 좋아진 것 같다고 아시아 매니저가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내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겠습니다.”


   제대로 한 건 했다. 


   인사담당자의 역할은 좋은 자원을 추천해 주고 해당 부서에서 일 잘하는 직원을 뽑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일단 시타를 해 봐야 드라이버의 성능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좋은 인재도 써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시타를 해보면 나와 맞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좋은 드라이버라고 광고를 하더라도 나에게 맞지 않는 채는 나에게 좋은 채가 아니다. 그래서 튜닝을 하는지 모르겠다. 100% 완벽하지 않은 경우에는 나에게 맞는 샤프트로 교체해서 쓸 수 있다. 그럼 더 안정적으로 칠 수 있다.

 

   영어 능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6개월의 시한을 정해서 계약하기도 한다. 기술적 능력이 탁월한데 영어 능력이 부족한 경우라면 영어 능력 향상을 위한 기회를 주고 본인의 노력을 지켜본다. 대부분 6개월 정도 지나면 향상되고 있다고 알려온다.


   부족함을 갖고 수습 기간을 보내는 경우에는 어떤 자세를 보여야 할까?


   부족함이 있어도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한다. 

   

   골프채도 계속 발전하고 진화한다.

   우리도 계속 자기 자신을 성장시켜야 한다.

   “이채 나한테 딱 맞는다.” 

   이 소리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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