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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바 Aug 11. 2022

저는 드라이버 거리가 짧아요.

골프에서 배우는 능력 관리

   "와, 하늘이 너무 예쁘네요. 와~"


   바르샤바의 '소비니에' 골프장으로 차를 운전하고 가는 아내가 연신 감탄사를 터트린다. 내가 봐도 깨끗한 하늘에 낮게 걸린 구름 조각들이 파란 하늘과 너무 예쁘게 어울린다.


   홀로 바르샤바 딸 집에 와서 2주만 있겠다던 아내가 더 있고 싶다고 해서 이제 한 달째다. 덕분에  나도 여름휴가를 이곳에서 보내고자 왔더니 바르샤바가 좋다는 얘기를 입이 마르게 한다.


   골프장에 도착하니 한인마트를 운영하고 계시는 고 회장님 부부가 먼저 오셔서 손을 흔들어 주신다.


   "안녕하세요."


   "오늘 싱글 작가님하고 함께 라운딩 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아이고, 싱글은 무슨 싱글입니까? 평생 몇 번 못해본 싱글입니다. 그저께 퍼스트 CC 가서 백돌이로 복귀하고 왔습니다.


   고 회장님께서 미리 도착해서 라운딩 티켓을 끊어 준비해주셨다. 주중 인당 그린피는 160 즈워티로 오만 원이 조금 안되는데 우리 부부 그린피를 내주신다. 밀고 다니는 카트를 빌리는데 육천 원이 들었다.


   '허, 이런 감사할 일이! 골프채도 안 쓰는 것을 빌려 주셨는데...... 이따 점심 식사는 내가 내드려야겠다.'


   한국보다는 참 저렴하다. 오만 원이면 캐디 없이 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 이곳 한인회 교민들들은 백만 원짜리 회원권을 구입하면 아무 때나 그냥 칠 수 있다고 하니 은퇴 후의 삶에 대하여 생각 좀 해 보자는 아내의 말이 나를 유혹한다.


   '여기 살고 싶어요.'


   카트를 밀고 티박스로 이동했다.


   바쁨이 없다.

   캐디의 재촉함도 없다.

   그냥 여유로움만 있다.


   고 회장님의 지인 한 분이 골프장에서 기르는 명물 강아지를 데리고 혼자 라운딩을 하러 왔다.


   "박 사장님, 먼저 나가세요."


   "감사합니다. 먼저 치겠습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해주는 모습이 좋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제가 이곳 골프장을 잘 아니 먼저 치겠습니다. 1번 홀은 좌우 벙커에만 들어가지 않게 치면 됩니다."


   고 회장님은 빈스윙을 두 번 하고 드라이버 샷을 한다. 왼쪽으로 날아가던 공이 페이드가 걸리면서 벙커와 벙커 사이로 떨어진다.


   "나이스 샷! 중앙으로 잘 갔습니다"


   "저는 드라이버 거리가 짧아요. 그래서 오비나 해저드에 잘 빠지지 않아요. 그게 장점일 수도 있지요."


   고 회장님의 조언대로 양쪽 벙커를 피해서 샷을 했는데 벙커를 피해 페어웨이 중앙으로 잘 떨어진다.


   "역시, 싱글 작가님 샷이네요."


   싱글이라는 말에 잘 쳐야겠다는 생각이 앞서고 양잔디의 낯섦이 세컨드 샷을 탑볼로 유도한다. 그린을 훌쩍 지나간다. 채를 집어던지고 싶다. 좋아하는 100 미터 샷을 잘 못 쳤다는 자책감에 할 말을 잃는다.


   어프로치 샷으로 보기로 막고 고 회장님은 투온에 쓰리 퍼팅으로 보기를 기록한다.


   고 회장님의 드라이버 샷은 나보다 거리가 짧지만 항상 페어웨이를 지킨다. 나는 거리가 더 나가지만 벙커에 빠지기도 하고 긴 러프에 들어가거나 해저드에 빠지기도 한다.


   "나이를 먹다 보니 거리가 줄어들어요. 그래서 어프로치와 퍼팅에 더 중점을 두지요. 제가 잘할 수 있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지요."




   고 회장님이 잘하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은퇴하기 전까지 근무하였던 직장의 주재원 및 함께 근무했던 직원들과의 네트워킹이 대단하다. 어디를 가든지 연락하고 만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이런 네트워킹이 폴란드 한인회 10대 회장을 역임하면서 꽃을 피운 것이 아닌가 한다. 폴란드 교민 전체와 네트 워킹하고 다른 나라 교민들과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되고, 대통령상도 타고......


   고 회장님의 네트워킹에 있어서의 장점은 사람에 대한 배려를 통해 현실화된다. 박하지 않은 베풂은 인연을 계속 유지하게 만든다.




  고 회장님은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다. 


  드라이버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그린 주변에서의 플레이에 더욱 집중한다. 자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한다. 


  나의 장단점은 내가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 수 있다. 보다 정확한 장단점 파악을 위해서는 제삼자의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회사의 성과관리 제도에서 매년 제삼자 피드백을 받아 상사와 부하직원이 공유하고 부하직원의 성장을 위하여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갤럽의 Stenghth Finder는 설문조사를 통하여 개인의 장단점을 발견하도록 하고 팀원들끼리 공유하여 상대방을 이해하고 장단점이 서로 보완되도록 팀 구성을 할 수 있도록 활용되기도 한다.


  단점을 개선시키는 것은 무척 어렵다. 그렇다고 단점을 눈에 보이게 놓아두어서는 안 된다. 영어 회화가 잘 안 되는 공장 엔지니어의 경우 꾸준한 학습으로 자신의 업무를 충분히 영어로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엔지니어로서의 장점이 부족한 영어회화 능력을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는다. 

  


 

   "자, 이제 마지막 홀입니다. 그렇게 길지 않은 홀이니 버디 하나씩 합시다."


   고 회장님과 얘기를 하며 걸어오는 동안 벌써 마지막 홀이다. 전체적으로 타수는 엉망이다. 마지막 홀이라도 잘 쳐보자는 생각으로 휘두른 드라이버와 세컨드 4번 아이언 샷까지 잘 왔다. 마지막 100미터 샷이 남아있다.


   고 회장님을 비롯한 세명은 모두 온그린이 안되고 다 내 샷을 기다린다.


   '그래, 이 한 샷으로 오늘 라운딩을 멋지게 마무리하자.'


   신중하게 에이밍 하고 눌러 쳤다. 약간 탑볼이다. 잘 못 맞은 공이 낮은 포물선을 그리고 날아가더니 2단 그린 언덕에 맞고 아래로 굴러 내려온다. 3미터를 남긴 버디 찬스다.


   라이가 만만치 않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르는 내리막 퍼팅이다. 공식대로 네 걸음에 퍼터를 12센티미터 뒤로 빼서 부드러운 터치로 공을 굴렸다.

 

   "나이스 버다."


   싱글 작가는 못되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홀 버디로 오늘의 게임을 기억한다.


   "고 회장님, 오늘 점심은 제가 사겠습니다."


   점심 식사를 주문하고 자리에 왔더니 고 회장님이 식사비를 지불하셨다고 한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다음 주에 라운딩 한번 더하시지요. 제가 점심 대접하겠습니다."


   좋은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


   나의 시간과 비용을 나눔으로 좋은 네트워킹을 만들어 보자.


   폴란드에서의 좋은 인연이 어디로 항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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