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바 Jul 24. 2022

마샬 좀 오라고 하지?

골프에서 배우는 학습 관리


   1월 초인데 겨울답지 않은 날씨가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센추리 21 CC의 조인 팀이다 보니 내기도 없고 스코어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다. 나 자신만의 샷에 집중할 수 있어서 조인 플레이가 좋다. 


   그런데 골프의 속성이 경쟁을 유도하는지라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경쟁은 어찌할 수 없는 것 같다. 


   “아이고!”


   필드 코스 1번 홀부터 시작이다. 첫 홀은 몸이 안 풀렸는지 조 사장의 공이 왼쪽으로 당겨진다. 박 사장은 오른쪽으로 그리고 최 사장과 내 공은 가운데로 잘 간다. 


   캐디가 조 사장의 기대를 저버리고 첫 홀에서의 멀리건을 허락하지 않는다. 


   세컨드 샷을 하려고 기다리는데 앞팀이 여전히 그린에서 플레이를 하며 나가지를 않는다. 젊은 목소리들인데 친구 사이인지 아주 즐겁게 내기를 하는가 보다. 컨시드 거리처럼 보이는데도 끝까지 넣으라고 한다. 시간을 잡아먹고 있다. 


  '마음을 다스리자.' 다른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 속으로 주문을 외운다. 


  오래 기다렸음 에도, 오늘의 샷 감이 좋다. 약간 낮은 탄도로 쳐보는데 감이 좋다. 온그린은 못했지만 어프로치로 붙여서 홀을 파로 마무리한다.

 

   박 사장은 그린 옆에서 어프로치가 짧아서 보기를 만들고 왼쪽으로 내 보낸 조 사장은 더블 보기를 기록한다.


   “첫 홀은 일파만파로 해 주세요.”


   조 사장이 캐디에게 말한다. 캐디는 항상 그랬다는 것처럼 가볍게 받아들인다.


   “네. 알겠습니다.”


   2 번째 홀의 티 박스로 이동하는데 앞팀은 이제야 세컨드 샷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제일 뒤에서 샷을 하는 친구가 빈 스윙을 여덟 번째 하고 있다. 


   “아니, 저 친구 언제 치는 거야? 여덟, 이제 아홉 번째.”


   “와, 열 번째에 치네. 미치겠다.”


    나도 앞팀의 늑장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여기까지 와서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고 마음먹고 편안하게 샷을 하니 생각보다 잘 맞는다.


   “캐디님, 평상시 저렇게 늑장 플레이로 전체 경기 진행을 어렵게 만들면 어떻게 처리합니까?”


   “아~, 마샬이 와서 진행을 빨리 하라고 경고하고, 그래도 계속 진행이 안되면 들어냅니다. 한 팀 때문에 전체 팀이 늦어 지기 때문에 경기를 중단시키고 돌려보내지요.”


   “안 나가면 어떻게 하지요.?”


   “드러누워서 안 나가겠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면 경찰을 부르기도 합니다. 날씨가 좋은 때에는 가끔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겨울이라 그렇게 심하게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저 친구들 들어냈으면 좋겠다.”


   앞팀을 보고 있으니 조직 내 문제와 여러 가지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팀이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원인은 먼저 서로의 목표가 다르다는 데 있는 것 같다. 골프장의 목표는 제한된 시간에 모든 팀들이 경기를 마치도록 하는 데 있다. 그런데 이 앞팀은 골프장의 시간 목표를 제대로 이해 못 하고 있다. 


   조직에서도 그룹이나 사업부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룹이나 사업부의 목표를 해당 팀이나 각 개인이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우리 직원들은 사업부 목표와 자신의 목표를 명확하게 이해합니다. 그래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주 이 실행계획을 검토합니다. 적은 금액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지난해 목표도 10% 이상 초과 달성했고 올해 목표도 10% 이상 달성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골프장의 시간 운영 목표를 이해하고 있더라도 팀 구성원들의 능력이 부족하면 시간 안에 경기를 마칠 수 없다. 


   3번 홀 파 5에서 앞팀이 세컨드샷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왼쪽 오른쪽으로 공을 찾으러 다닌다. 그러더니 4명이 모두 같은 선상에 서서 티 샷을 준비한다.


   “아니, 네 명이 모두 내 보낸 거야?”


   네 명이 다 내보내고 공 찾으러 다니고 다시 세컨드 샷 하려고 오는데 빨리 움직이지도 않으니 경기가 느려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배려도 없다. 30센티미터도 컨시드를 주지 않고 끝까지 퍼팅을 하게 하니 그만큼 시간이 더 걸리고 빈 스윙을 아홉 번씩 하는 비효율성은 경기 운영을 지연시키는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팀원 모두가 목표를 달성하여야 전체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한 명이라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팀에 영향을 주고 다시 전체에 영향을 준다. 아쉽지만 팀이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아니 개인이 계속해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조직은 그 개인이 조직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마스터가 경고를 해도 개선되지 않으면 골프장에 경찰이 들어오게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진상 고객은 들어냅니다.” 


   캐디의 말이 우리 조직에도 적용되는 것 같아 씁쓸하지만 이것이 조직의 생리다.

 

   앞팀이 늑장 플레이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경험이 있는 리더가 없다는 데 있다. 조 사장이 앞 팀이 계속 늑장을 부리니까 티 박스에서 소리를 지른다.


   “그만 좀 갑시다. 볼~~”


   뒤에서 이렇게 소리를 지르면 앞팀에서도 반응이 있을법한데 아무 반응이 없다. 알아도 어떻게 하지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리더가 있다면 조금은 재촉하며 플레이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리더의 중요성은 목표를 달성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좋은 리더를 세우려는 노력은 모든 기업의 화두이기도 하고 실적으로 그 효과를 실감하기도 한다. 


   앞팀에 골프를 잘 알고 배려할 줄 아는 리더가 있다면 그린 1 미터 원 안으로 들어오는 퍼팅에는 컨시드를 주고, 티샷 한 다음 이동은 빨리 그리고 그린이 비어 있는데도 여전히 티샷을 하고 있으면 로스트 볼 찾지 말도록 하는 등으로 팀의 플레이 속도에 유연성을 줄 수 있다.


   초보 골퍼에게는 멀리건을 더 주어 한번 더 쳐 볼 수 있게 하고 컨시드를 후하게 주어 스코어에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배려도 필요하다. 


   리더는 능력을 개발하여야 하는 팀원에게는 교육과 개발의 기회를 주고 코칭을 통해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더 나은 성과를 올리도록 만든다. 


   능력에 따른 적정한 업무 분배로 팀원 모두가 팀의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되 성취에 따른 보상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마샬 좀 오라고 하지?”


   참 무서운 말이다. 골프장의 규정을 지켜야 모든 사람이 흐름에 따라 경기를 즐겁게 할 수 있다. 나는 골프장에서 병목현상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 


   우리가 일하는 곳에서도 병목 현상을 보고 싶지 않다. 내가 마샬의 역할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들어내고 싶지 않다. 


   당신은 경기의 흐름에 영향을 주는 사람인가? 

   혹, 조직의 목표 달성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는가?   


이전 11화 마지막 홀은 버디로 끝내세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