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에서 가장 평범한 일들
20201102
비 오는 날 밤, 술 한잔을 먹고 버스에 올랐다. 사실 두 잔이었다. 증류수 샘플러 네 종 중에 두 잔을 먹었으니까.
사람이 없는 밤 버스에는 기사님 반대편 맨 앞자리나 맨 뒷자리에 앉는다. 그 자리가 가장 비 오는 도로와 한강이 잘 보이는 특등석이기 때문이다.
이 순간부터 이 9401은 관광버스로 변한다.
파리의 센 강을 따라 도는 버스처럼 서울에서 제일 예쁜 곳을 따라가니까.
명동을 지나고 한강을 지나,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속도로를 지난다.
어둠과 빛만 있는 곳.
앞과 뒤만 있는 곳으로.
앞 창문에 비친 버스 번호의 전광판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고 와이퍼가 닦아내길 반복한다.
와이퍼가 절대 닦아줄 수 없는 저 부분을 가만히 바라본다.
누구에게나 와이퍼가 닿지 않는 부분이 있다.
멀리 보면 거슬리지도 불편하지도 않던 것인데
가까이 보면 그렇게 닦고 싶어 진다.
아무리 팔을 휘둘러도 닿지 않는다.
방울방울이 촘촘히 들어선 부분에 흘러내린 빗방울만이 길을 따라 닦아줄 뿐이다.
그 순간 어느 개그맨의 자살 소식을 들었다.
세상이 울어주나 보다, 생각했다.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 이렇게 비도 내리는구나.
난 이 이상 그 사람에 대해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너무나 슬퍼하기엔 세상에 이름한 번 남기지 못하고 죽어가는 이들에 대한 기만이고, 무심히 넘기기에는 그 사람의 얼굴이 생생하다.
그녀의 슬픔에 한 번이라도, 아니 그 자체에 한 줌의 관심도 주지 않고 그녀가 주는 것에만 깔깔거리고 웃고 고개 돌리던 내가
이 죽음에 관심을 가짐으로 그녀의 이름을 처음으로 검색한다는 것이 얼마나 잔혹한 짓인지 생각한다.
그래서 더 이상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비가 내려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