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기획부 업무
"이것도 할 줄 알아야 하나요?"
처음 사업기획부에 들어왔을 때 내가 기획부에 있는 것이 맞는 건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차장님은 디자인을, 부장님은 화면설계를, 수석님은 웹프로그래밍을 하고 계셔서 마치 여러 부서의 전문가들을 모아놓은 듯했다. 기획자는 기본적으로 회사가 추진하고 있는 비전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되어야 하고 디자인, 개발 능력도 기본적으로 겸비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데 한 달이 안걸렸다.
인턴 초반에는 회사에서 개발한 웹/앱의 메뉴얼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며 남는 시간을 활용해 사업 기획을 병행하였다. 메뉴얼은 테스트와 같이 제품을 사용해 보면서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문서화하면 되기에 어려운 점은 없었다. 하지만 기획은 파면 팔수록 문제가 많이 생겼다. 시장조사와 벤치마킹을 통해 제품을 기획하고 법적 문제는 없는지, 자본 및 기술력이 있는지, 개발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검사를 마쳤기에 자신감 있게 회의실에서 발표를 진행했다. 내가 기획한 것은 차량 주차장 층수 알림 서비스였고 법적으로 정해둔 가이드로 제품을 설계했기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주차장법이 제정된 것은 2006년 이후였기에 그 이전에 지어진 건물에는 의미가 없었던 것이었다. 나는 이 아이디어에 확신이 있었기에 회의가 끝나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회사에 조금 적응이 된 뒤에는 웹사이트의 화면설계를 맡게 되었다. 일주일에 걸쳐 초안을 만들고 뿌듯해하며 보고했던 나는 "디자이너예요? 이렇게 화면설계하면 OO업체에서 연락 계속 와요. 처음부터 다시 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화면설계를 할때 개발자 혹은 디자이너가 화면설계만을 가지고 제작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그들에게 연락이 안 올 수 있도록 화면설계를 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똑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기 위해 메모해둔 피드백을 반영하여 또 일주일간 화면설계에만 매달렸다.
최근에는 회사에서 개발한 모듈을 테스트하는 작업에도 투입되어 리눅스 프로그램 내부 연결 통로를 찾아내는데 고생하였다. 이때부터는 제품팀에 투입되면 관련된 자료를 모아 학습부터 진행하기 시작했다.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당시에는 기획자가 전문적이라는 생각을 못했던 것 같다. 지금껏 해왔던 대외활동이 약간의 자료조사와 아이디어만 추가하면 결과가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했듯 실제 제품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유효하기가 어렵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제품 기획뿐만 아니라 관리 및 테스트를 위해서라도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우리 회사는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개인학습을 위해 도서를 지원해준다. 일전의 다른 업체와의 협업과 회의 과정에서 나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꼈기에 기획을 공부하고자 "인스파이어드"라는 도서를 지원받았다. 또한 바로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이 필요했기에 웹사이트 제작 과정에 대한 블로그를 아침마다 들여다보았다.
평소 작은 일에도 메모하는 나의 습관은 했던 일을 리마인드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회의나 미팅에 들고 다니던 나의 노트는 또 하나의 학습 자료가 된 셈이다. 어렸을 때부터 타인에 말을 잘 들어준다거나, 위에서 말했듯 메모하는 습관은 내가 기획자로 일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기획자는 모든 직군과 소통할 수 있어야 하고,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는 사실을 이제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인턴 경험을 통해 현직자와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프로젝트와 회사에게 한 번 더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