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대한민국 최고로 멋있는 '국힙원탑'은
가수 아이유로 통했다
본래 랩을 잘하는
힙합계의 신을
'국힙원탑'이라고 칭했지만
탁월한 음악적 재능과
사회에 환원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아이유씨의 사회적 위상이 올라가자
행적을 칭송하는 의미에서
그녀를 국힙원탑으로 칭하기 시작했다
2025년 4월4일
대한민국 국힙원탑은
이 사람으로 바뀌었다
경상도 사투리를 꾹꾹 누르며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쉼표 하나 제대로 없는
기나긴 문장들을 읊은
문형배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
마이크에서 입을 떼고
의사봉을 두드리던 순간은
힙합퍼의 '마이크 드롭'으로 표현됐다
주문을 읽을 때
카메라를 바라보던 모습은
스타성 미친 어느 판사로 그려졌다
그는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주문은 정면을 바라보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
네 번 정도 연습하고
주문을 읽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일방적인 선고가 아니었음을 드러내고 싶었으리라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자
민주주의를 반영한 판단이었으며
그 결과를 밝힐 때
국민과 소통했다는 믿음을 주고 싶었으리라
국힙원탑 문씨는
국정감사에서
털 게 전혀 없었던 헌법재판관 후보자로도 유명하다
김장하 선생을 '좋은 어른'이라고 거듭 강조하지만
세상은 문 전 재판관 또한 '좋은 어른'이라고 말한다
최근 그의 저서 <호의에 대하여>를 읽었다
저자 설명에
'정상에 오르지 않는 등산을 좋아한다'고
서술돼 있었다
이미 좋은 어른이기에
괜한 것에 집착하지 않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과정을 즐기는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같은
그런 모습이 묻어났다
그런 모습이 참 멋지게 느껴졌다
역시 국힙원탑이다 싶었다
문 전 재판관이
꼭 정산만을 고집하지 않는 산행을 즐기듯
나 또한 삶의 모든 과정을 즐기려 한다
인간관계를 쌓아가는 과정도
일적으로 성장하는 과정도
그냥 인간적으로 커가는 과정도
어느 목표 하나에 과하게 빠지지 않으리라
오직 목표를 이루는 짧은 순간을 위해
수단과 방법, 과정을 잊는
어리석은 일은
지양해야겠다
무던하고 '힙'하게
모든 과정을 즐기며
앞을 향해 나아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생각했던 목표보다
더 높은 곳에 도달해 있겠지.
지난 달 초
북한산에 다녀왔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북한산 백운대에 다다르자
너무나도 가팔라지는 산길이,
옆은 낭떠러지인데
의지할 것이라곤 차가운 철 지지대 하나인 그 길이,
한없이 무서웠다
덜덜 떨며 올라가다가
백운대 정상석 10m 앞에서 멈춰 돌아갔다
주말을 상쾌하게 보내고 싶어서
즐겁게 운동하고 싶어서 왔는데
공포심에 젖어 떨고 있는 내 스스로가
안쓰러웠다
본래 목적을 잊고
'정상 등반'이라는
엉뚱한 목표가 들어선 기분이라
과감히 포기했다
그랬던 내 선택이
조금은 민망하고 쑥스러웠는데
문 전 재판관을 보고
이런 마음의 짐이 덜어졌다
이 자리를 빌려
그날 같이 북한산을 올라준 선배께
무서워하는 나를 위해
정상 10m 앞에서 같이 하산을 선택해 주신 선배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적어도 북한산을 등반한 날
내게 국힙원탑은
그 선배셨다
후배를 위해
기꺼이 정상에 오르지 않는 산행을 선택했던 선배.
항상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p.s. 나는 국힙투탑 정도였던 걸로 정리하겠다
이하는 북한산 등반 당일 내 모습이다
1. 올라갈 북한산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2. 백운대에 다다르자 고소공포증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3. 이를 악물고 더 올라가 본다
4. 완등하지 못했어도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온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