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설명
저의 습작인 "밀항자"는 제39회 근로자문화예술제 단편소설 부문에서 은상을 받았습니다. 심사평은 "난민보호와 난민인권의 실현이 어려웠던 때에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던 한 원양어선의 선장이 당신 배에 탄 아프리카의 밀항자를, 조직 책임자로서의 엄청난 고뇌 끝에, 항로를 이탈하면서까지 고향 부근에 내리게 해주는 내용으로 따뜻한 휴머니즘의 절정을 맛보게 해 준 작품이다."였습니다.
조선 및 해운업종이 전성기였던 한국의 위상에 비해서 해양을 소재로 한 한국 문학이 많이 없고, 난민의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의 문학이 아직 다루지 않아 두 소재의 접목을 시도하여 보았습니다. 국제기구와 언론에서는 난민에 대한 보호와 인권을 주장하고 있지만, 소설의 배경인 1990년대 후반은 현실적으로는 난민인권의 실현이 쉽지 않은 시점입니다. 주인공 박선장은 이러한 난민에 대한 인권을 보호해 주면서, 한 조직의 책임자,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에 바탕을 두고 따뜻하지만 현실적인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소설의 중점을 두었습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본의 아니게 아프리카 밀항자를 태우게 된 박선장은 네덜란드 정부의 결정, 선박운송회사와의 갈등 및 한 배의 선장으로서의 책임감, 인간의 존엄성 등에 대한 갈등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현실적이지만 휴머니즘적인 결정을 내리게 되며, 항로에서 다소 이탈하여 밀항자의 고국과 가까운 지역에 밀항자를 배에서 내려 주고, 고향까지 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소설을 읽어 보신 분들 중에서 마지막 부분이 사실인지, 픽션인지 궁금하다고 질문을 해 주셨습니다.
마지막 부분은 픽션입니다. 선박 운행에 관한 내용은 전문적 분야에 해당하기 때문에 주인공 박선장이 소설 속에서 겪고 있는 고뇌를 일반독자가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해양, 난민'이라는 소재를 정하고 대략적 초고를 쓴 뒤에는 원양상선을 오래 동안 타신 분께 원고의 어색한 부분을 봐 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마지막 부분에 시에라리온에 가까운 기니 해안선 근처까지 박선장이 선박을 몰고 가서 상륙용 보트로 모하메드를 기니 해안에 내려 줍니다. 박선장의 입장에서 보면 선장으로 큰 위험을 감수한 것입니다. 기니의 영해로 허가 없이 들어가야 하고, 정해진 항로를 잠깐 이탈해야 하고(비행기나 선박 조종에서 항로 이탈은 아주 위험한 것임), 케이프타운까지의 일정이 더 촉박해지는 것입니다. 시에라리온 내전이 한창이던 1990년대 말을 소설 속의 시간적 배경으로 제가 잡아서, 당시 서부 아프리카 해안경비의 허술함, GPS 장비가 현재 수준처럼은 발달되지 않은 점 등이 마지막 부분이 가능해 보이도록 하였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큰 위험에도 불구하고 박선장이 밀항자를 고향 근처에 내려 주게 하는 것은 직업적으로 큰 결정을 한 것이고, 무뚝뚝하고 냉정해 보이는 박선장이 휴머니즘적 결정과 행동을 마지막에 보여 주는데 제가 역점을 두었습니다. 이러한 결정을 박선장이 내리지 못했다면 모하메드는 케이프타운까지의 정상항로상에서 버려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