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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마표류기 Sep 19. 2021

말 사귀기 14

28. 장애물 안장 vs 마장마술 안장


우리나라에서 승마를 가르치는 교관들은 스타일에 따라 크게 장애물을 전공한 교관과 마장마술을 전공한 교관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보통 승마에서 이 두 종목이 가장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외 지구력, 크로스컨트리, 경기용 마차 등 다양한 분야가 있긴 한데 수요가 많지는 않습니다. 전공에 따라 기승 스타일도 달라집니다. 말을 다루는 기본은 같지만 전공 종목에 따라 훈련 방법과 가르치는 방법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들이 타는 안장의 생김새부터가 다르기 때문에 자세도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전 처음에 장애물 안장으로 배웠습니다. 초보 때는 뭐가 뭔지 몰랐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당시 비치되어 있던 것 중 제일 괜찮은 것으로 고른 결과가 장애물 안장이었습니다.

장애물 안장은 장애물 비월 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엉덩이 닿는 부분이 좁고 안장 뒷부분이 낮은 게 특징입니다. 점프를 할 때 전경 자세*를 하고 엉덩이를 살짝 드는데 안장 뒷부분이 높으면 엉덩이를 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중에선 안장과 몸이 살짝 떨어져 있아야 합니다. 낮은 장애물에선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장애물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말의 후구 또한 높아지기 때문에 안장 뒷부분이 기승자의 엉덩이를 칠 가능성은 커지기 때문에 엉덩이를 살짝 들어줍니다.

예전에 마장마술 안장을 착용한 채 낮은 장애물을 살짝 넘었다가 엉덩이가 닿아 앞으로 고꾸라질 뻔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장애물 안장은 무릎을 고정시킬 수 있도록 안장 날개** 부분이 잘 발달해 있고 앞으로 튀어나가지 않게 해 줍니다. 또한 안장 뒷부분도 낮아야겠죠? 이렇게 만들지 않으면 사람이 공중에서 전경 자세를 취하다 튕겨 나갈지도 모릅니다.

 반면에 초보자가 처음 자세를 잡기에는 장애물 안장보단 마장마술 안장이 유리한 것 같습니다. 자세를 잘 잡고 싶었던 저는 한동안 마장마술 안장으로 바꿔 탔었습니다. 보통 안정된 기좌를 위해서는 기승자의 엉덩이가 안장에 깊게 들어가 고정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마장마술 안장은 엉덩이 닿는 시트가 넓고 깊습니다. 즉 앉았을 때 편안합니다. 그리고 비월을 하지 않기 때문에 안장 날개의 형태 특성상 허벅지와 무릎이 충분히 펴지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안장 뒷부분이 높고 깊은 것인데, 덕분에 허리도 잘 펴지고 안정적인 자세를 잡는 데 최고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안장을 하고 장애물을 넘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물론 전천후로 제작된 안장도 있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장애물에는 장애물 안장을, 마장마술에는 마장마술 안장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안장에 이런 기능을 적용하기 위해 예전부터 안장 만드는 장인들의 실력은 최고였는데요. 이런 안장 만드는 기술을 활용해서 핸드백도 만들고 구두도 만들어 크게 성공한 회사도 있답니다. 그게 바로 Hermes입니다. 이런 마구 용품들은 역사도 오래되었고 이처럼 첨단 기능을 갖추기 위해 수많은 장인들의 노력과 기승자의 피드백에 의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 전경자세: 장애물을 넘을 때 공중에서 취하는 자세로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고 엉덩이를 든 자세다.

** 안장날개: 안장에서 기승자의 양 허벅지가 닿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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