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원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중심의 기준이 있습니다.
그 중심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주어집니다.
좋은 대학, 안정적인 직장, 어떤 나이 때에 해야 하는 일 -
사회가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온 하나의 기준의 중심 속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그것을 의심하기도 전에 이미 그 주변을 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중심에선 강하게 나를 끌어당깁니다.
남들과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안도감,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으로요.
남들보다 느린 저는 속도를 맞추지 못했습니다.
속도를 견디지 못했던 저는 산산이 조각나있었고,
저의 존재는 희미해져 있었습니다.
숨이 점점 막혀왔습니다.
저는 도망치고만 싶었습니다.
벗어나고 싶은 충동, 남들이 가지 않은 길,
내가 진짜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보고 싶은 마음으로요.
도망칠수록 방향을 잃어갔습니다.
돌아보니 저는 제 자리를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완전히 벗어나버린다는 것은 돌아가지 못하는 게 아니라, 돌아갈 수 있는 방향 자체가 사라지는 일이었습니다.
나는 안정되고 싶으면서도, 숨 막히고 싶지 않다.
틀리지 않고 싶으면서도, 나로 살고 싶다.
저는 계속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것만 같았습니다.
조금 벗어나면 불안해지고,
다시 돌아오면 답답해져 버리니까요.
어쩌면 우리는 모두 완벽한 원을 그리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리는 궤도를 그리고 있는 건 아닐까요?
완전히 중심을 떠날 수도, 완전히 머무를 수도 없는 상태로요.
요즘은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전히 벗어나면 저는 방향을 잃게 되고,
완전히 머무르면 저는 ‘나’라는 사람을 잃게 되니까요.
저는 걱정 없이 머무르기도 하고, 중심에서 도망쳐도 보려 합니다.
아주 오래 머물지는 못하더라도,
제가 무너지지 않을 만큼의 균형까지.
아주 멀리 도망치지는 못하더라도,
제가 선택한 만큼의 거리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