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한테 뭐래, 나부터 잘해야지> 시리즈 (2)
<1회>
1. 위빳사나 명상 (담마)에 대한 간략한 소개
<2회>
2. 10일 코스 소개 (일과표 포함)
<3회>
3. 10일 코스를 참여하면서 개인적으로 느꼈던 경험
<4회>
4. 교육담당자로서 바라본 10일 코스의 구성과 배운 점
5. 10일 코스를 참석하시고자 하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
드디어 내가 경험한 명상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다.
이렇게 긴 후기를 작성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지만,
후기 작성을 하면서 새롭게 떠오르는 것들이 있어서 이또한 즐거움이니,
지금부터 개인의 의견을 시작하려 한다.
3. 위빳사나 명상 10일 코스를 통해 개인적으로 느꼈던 점은 무엇인가?
우선, 신청을 하던 단계부터 회상을 해보고자 한다.
명상에 대한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과정을 신청하게 되었고,
코스 참석 전 인터넷을 찾아보며 여러 후기를 읽어보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렇게 열심히 찾아보지는 않았다.
모르는 상황에서 직접 몸으로 경험해보자는 다짐때문이었는데,
너무 모르고 참석했었단 생각도 조금 들기는 한다.
코스 참석을 위해서는 어느 일정에 내가 참여가 가능한지를 결정한 후,
해당 차수에 등록이 오픈되는 시점에 홈페이지를 통해서 신청이 가능하다.
특이한 점은 신청한다고 해서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신청 마감을 한 후 추첨을 통해서 선발된 수련생들이 초대를 받는 형태로 운영이 된다.
2022년 이미 2023년 휴직을 결심하면서 명상을 수련해보고자 했기에
2022년 10월부터 담마코리아에 이메일을 통해서 2023년 코스 일정을 문의했었다.
당시 2023년도 일정을 공지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메일을 통해서 미리 확인을 하였고
1월은 장기 코스가 운영이 되어 2023년 가장 빠른 10일 코스는 2월부터라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2023년 코스가 오픈되기를 기다리다가 원하는 2월 코스가 보이자마자 바로 등록을 하게 되었고,
간절한 마음으로 초청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 끝에 운이 좋게도 신청한 일정에 초청이 되었다.
그런데, 확정메일을 기다리는 동안 뭔가 예상치 못했던 이메일을 받게 되었다.
신청서를 작성할 당시 기존에 다른 명상 수업을 들었던 경험을 작성하였는데
담마코리아에서 위빳사나 명상을 수행하면서는 다른 명상을 적용하지 않을 것을 약속해야 하는 내용이었다.
오, 뭐지?? 기존 경험을 적으라고 해서 적었을 뿐인데 왠지 약간 강한 통제를 하는 과정이구나, 란 생각이...
당연히 이메일로 다른 명상법은 담마코리아에서 수행하는 동안에 절대 적용하지 않고
규율에 따라 수행할 것임을 다짐한다는 동의를 하고 신청은 마감이 되었다.
그 이후 이메일로 코스 참여를 위해 필요한 준비물에 대한 안내 메일을 받았고,
안내에 따라서 차근차근 준비를 할 수 있었다.
10일이라는 과정의 기간이지만 사실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하루 전에 입소를 해야 하고,
10일 코스가 완료된 다음날 오전에 명상센터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꽤 긴 시간이 필요한 수련 과정이다.
긴 시간 챙겨야 할 물건이 많아서 고민을 했었는데, 이 내용은 다음편에서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0일차]
0일차는 담마코리아 명상센터에 도착하는 날을 의미한다.
KTX를 타고 전주역에 도착해서 국밥을 한그릇 뚝딱하고서 택시를 타고 이동을 했다.
도착을 하니 오후 1시 50분. 등록은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에 진행이 되기 때문에 문앞에서 기다렸다가
2시가 되어서 벨을 누르고 들어갔다.
사무실에서 등록할 때는 개인 소지품 중에서 휴대폰, 책, 필기도구 등을 모두 맡기고
완전히 홀로된 상태로 숙소를 배정받는다.
배정받는 것은 숙소와 식당의 자리인데, 10일 동안 정해진 공간을 사용해야 한다.
휴대폰, 책을 맡기고 나니 말로만 들었던 디지털 디톡스를 실제로 경험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등록을 마친 2시 30분부터 저녁식사와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는 6시까지는 자유 시간이다.
그동안 센터 내부를 둘러볼 수도 있고 산책을 할 수도 침대에 누워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데,
나는 이 시간 동안 센터 내부를 살펴보았다.
내 방과 화장실/샤워장을 살펴보고, 숙소 내부의 공용 공간도 익혀두었다.
'앞으로 내가 생활하게 될 장소이구나, 하아. 군대온 기분이네.'
공용 공간에는 각종 청소 도구와 기존에 수련을 마치고 돌아가신 분들이 남겨 놓은 다양한 필수품들이
정리가 되어 있었다. 혹시 잊고 챙겨오지 못한 품목들은 이곳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내가 챙기지 못한 것이 한개가 있었는데, 바로 텀블러였다.
그래서 공용 공간에 놓여 있는 컵을 보고 살짝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아하, 혹시 물을 마시고 싶으면 저 컵을 사용하면 되겠군' 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은 완전히 잘못 생각했던 것이었다. ㅎㅎㅎㅎ
컵의 용도는 전혀 다른 것이었고, 다행?스럽게 나는 그 컵을 사용하지 않았다.
위빳사나 명상의 첫번째는 계율을 지키겠다는 것을 동의하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계율 중 하나는 살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인다.
그 컵은 벌레가 발견이 되면 죽이지 말고 컵으로 가둔 후
플라스틱 받침으로 벌레를 가둔 컵을 들어올려서 밖에 풀어줄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었다.
절대, 컵을 사용할 일이 없기만을.... 다행히 나는 겨울에 참여를 했기 때문에 벌레를 보지 못했다. 휴.
시간이 되어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하게 되고 곧이어 식당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게 된다.
식당 이용시에는 미리 배정된 자리를 사용하면 된다.
오리엔테이션을 마치면 명상홀로 이동을 하게 되는데,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매니저님께서
한명씩 호명을 해주었고 명상실에서 내가 사용해야 하는 자리를 안내해준다.
명상홀로 들어가면 방석이 준비가 되어 있고, 방석 한쪽 끝에 번호가 적힌 태그가 달려 있는데
10일 동안 그 자리에서 명상을 하면 된다.
나는 무릎 수술을 받아서 바닦에 앉아서 명상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사전에 문의해서
의자를 사용할 수 있게 준비해주었는데,
10일 동안 명상을 하다가 힘이 들면 의자나 등받이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니, 참고하시면 된다.
0일차는 이렇게 명상홀의 자리를 확인하고 지도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누고서 마무리가 된다.
9시에 취침이라니... 하지만 4시 기상이니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다. 바로 자는 것만이 살길!!
[1일차~4일차]
새벽 4시에 기상 종이 울린다.
기본적으로 기계가 알아서 종을 울려주지만, 수련생 중 한 명이 자원하여 숙소 내부에서 종을 울려준다.
(넬슨님. 감사)
평소 새벽 4시에 잠자리에 든 적은 많아도 기상이라니... 기가 막힌다.
잠을 자다가 문득 깨었을 때도 시계가 4시를 가르키면 마음 속으로 환호를 지르고 더 잘 수 있다고 기뻐할
바로 그 시간에 일어나야 한다니.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침형인간도 아닌데 정말 놀랍게도 개인적으로 4시 기상이 어렵지 않았다.
30분의 개인 정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명상홀로 모두 모여야 한다.
4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의 명상 수련이 진행이 된다.
개인적으로 매일 이 2시간의 명상시간은 거의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잠과의 사투를 벌이는 시간인데 명상홀에서 코골고 잠들어 버리지 않은 것에 만족했던 기억이 있다.
10일 코스를 경험하면서 개인적으로는 Up & Down 이 굉장히 심했었다.
어느날은 안내받은 명상법대로 아주 잘 된 시간도 있었고,
반대로 너무 속상할 정도로 집중을 못하고 잡생각에 먹혀서 명상을 실패한 시간도 있었다.
무언가 잘된 날은 '내가 명상을 잘하는군'이라는 자만에 빠져서 다음날 우쭐한 마음으로 명상을 시작했다가는
폭망하는 경험을 너무 많이 반복했었다.
잘되는 것도 잘못되는 것도 그렇게 안절부절할 필요가 없는 것인데, 사람 마음 참...
이런 변화에 요동치는 마음의 평정심을 갖기 위해 명상을 하는 것이니, 자연스러운 마음의 변덕으로 인한
고통의 경험은 아주 좋은 경험이 되었다.
10일 코스의 첫 3~4일은 나의 호흡을 알아차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호흡을 들이쉬고 내쉬고 하는 것을 감각을 통해 느껴보는 것이 첫 수행 과제인데
아주 잘한다고 생각했었다. 처음엔... 그 이유는 마스크.
2,500년 전 인도에서 싯다르타가 10일 동안의 명상 기법을 전파할 때 미쳐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코로나 19.
센터에 들어오기 하루 전날 1번, 2일차에 1번, 4일차에 1번 총 3번의 코로나 자가키트 검사를 진행하는데
2일차 검사 결과에 따라 모두가 음성일 경우에만 마스크 착용을 자율에 맡기게 된다.
다행스럽게 모두가 음성이어서 2일차 오후부터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인 견해로는 마스크 착용이 첫 이틀의 시간을 허망하게 보내게 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말했듯이 첫번째 수련은 나의 호흡을 관찰하는 것이다.
내가 숨을 쉴 때, 즉 코를 통해서 들이 마시고 코를 통해서 내뱉을 때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인데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면 코와 마스크 사이에 작은 공간이 만들어지게 된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을 때 그 작은 공간 속에는 거의 태풍 수준의 공기 흐름이 발생하기 때문에
느끼지 못하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로 그 숨결을 느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한 지난 3년의 경험이 알려주지 않던가. 마스크와 얼굴 사이의 공간에서의 그 열기.
그래서 호흡을 느껴보라고 했던 1일차의 명상 과제는 어려운 일이 아닌 쉽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2일차 마스크를 벗고서는 멘붕이 시작되었다.
들숨은 느껴지는데 날숨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평소 숨이 오고 나감을 신경을 써보기나 했던가. 그냥 숨을 쉬는 것일뿐.
너무 힘이 들었다. 날숨을 느끼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물론 감각을 잘 알아채기 위해 팁을 알려주기는 하지만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속상한 마음을 뒤로한채 집중해서 호흡을 알아채기 위해 이틀을 발버둥을 쳤고
3일차가 되서야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보통 2일차와 6일차가 가장 어렵고 센터를 도망하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드는 고비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마스크 덕분인지 2일차 마스크를 벗고서 맞이한 멘붕으로 새로운 과제를 수행해야 했기에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3일차가 되면 코를 포함해서 윗입술까지 삼각형을 만들어서 호흡하는 동안 그 부분에
어떠한 감각이 느껴지는지를 알아채는 것을 아주 진지하게 시도하게 된다.
감각이라는 것을 이렇게 집중해서 느껴보는 것은 무척이나 어색한 일일뿐 아니라 잘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길이 없다. 그래서 이렇게 느끼는 게 맞나? 라는 의구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한데, 바로 이럴 때 지도 선생님과 면담을 신청하면 된다.
그런데... 면담은 사실 굉장히 허무하게 끝난다.
"이렇게 이렇게 느껴지는데 이게 맞나요?" 라고 물으면
"잘하고 있어 조금 더 해봐"라는 대답이 돌아오니 말이다.
이 허무한 대답에 실망을 했지만 10일 코스를 경험하면서 이렇게 답을 해주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감각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니 말이다.
솔직히 3일차까지 호흡에 대한 알아차림과 감각에 대한 알아차림이 잘 되지 않더라도
알려준 방법을 따라가는 진도가 조금 늦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호흡법은 위빳사나 명상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서 이 단계를 그냥 했다치고 대충 넘어가려고 한다면
그것은 남은 6~7일을 오히려 망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뒤쳐진다고 조급해하지 말고 호흡을 알아채는 것에 최대한 집중하고 차분하게 수련을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3일이 지나고 나서는 위빳사나 명상의 진수로 직행할 것이라고 기대를 했었는데
왠걸, 3일차 법문이 끝나고 4일차에 수행해야 하는 명상기법을 알려주는데 이번에는
인중 위치에 작은 삼각형을 만들고 그 작은 공간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알아채라는 과제가 떨어졌다.
이때가 개인적으로 가장 화가 났던 순간이었다.
왜 그렇게 짜증이 났을까? 당시에는 뭐랄까, 계속 반복 반복하는 기본 연습이 지겨워졌다고나 할까?
요즘 <슬램덩크> 애니메니션이 개봉해서 인기가 많은데, 마치 강백호가 멋진 덩크슛을 하고 싶은데
체육관 구석에서 드리블 연습만 시켰을 때 폭발하던 그 심정이랄까.
기껏 코를 포함한 얼굴 중앙의 삼각형에서의 감각을 느꼈더니,
그 다음은 조금 더 작은 삼각형을 느껴보세요~ 라고 하는 말이 그렇게 약이 오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4일차가 되고 하루가 마무리되어 법문을 듣는 순간, 나의 무지함에 부끄러워졌다.
그렇게 수련의 단계를 구분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작은 공간을 의도적으로 만들고 그 작은 공간의 감각을 느낄 수 있게 집중할 수 있게 되면
그 다음엔 온몸의 원하는 부분에 집중하여 감각을 느껴볼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반드시 익혀야 할 기본 기술 중 하나였던 것!!!
도대체 이게 뭐하는 거냐고 지도 선생님께 질문을 하려던 찰나, 법문을 통해서 궁금증이 해소가 되었다.
이는 마치, 영화 <기생충>에서 배우 송강호가 "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라고 내뱉던 그 상황과 닮아있었다.
고엔카 선생님은 이미 알고 있었다. 수련생들이 일별로 어떤 감정일지 어떤 궁금증을 갖고 있을지.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기가 막히게 관련된 이야기를 해주면서
혼자만 투덜거리던 나의 작은 반란은 이렇게 진압이 되었다.
[5일차~7일차]
호흡과 작은 공간의 감각을 느껴보았다면 이제는 나의 온몸의 감각을 찾아 관찰하는 수련이 진행이 된다.
처음에는 몸의 어느 곳에서 감각이 느껴지는지를 알아채보고,
그 감각이 발생하였으니 소멸할 때까지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수련을 하게 된다.
몸의 어느 부분에서 발생한 감각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첫걸음인 것이다.
감각은 보통 가려움증이나 격련, 통증, 옷이 피부와 접촉하는 느낌 등인데
어떠한 감각을 느끼는지는 사람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이렇게 처음에는 감각이 어떤 것인지를 발견하고 무의식적으로 감각을 없애려는 반응을 하지 않고
가만히 관찰할 수 있는 훈련을 하게 되고
다음날이 되면 이제는 특정 부위를 의도적으로 관찰을 하게 되는 단계로 발전을 하게 된다.
기존에는 감각이 느껴지면 그것에 반응하는 차원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의도하는 부분에 집중하여 어떤 감각을 느끼는지를 Reactive 가 아닌
Proactive 한 접근으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의도적으로 몸의 구석구석을 느껴보게 되고, 그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단계에서 또 한번의 짜증이 폭발했다.
같은 행동을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훈련하라고 지시를 하니 답답한 마음이 또 작동을 한 것이다.
이렇게 짜증이 나는 마음은 빤냐를 수련하는 바로 다음 단계의 법문 시간에 고엔카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서
또 진정이 되었다.
'다 알고 있어, 내가 그 과정 다 해봤잖아. 나도 똑같이 그랬단다.' 라고 내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
참고 참고 또 참는 고난이 계속된다. 지겹기도 하고...
하지만, 그런 명상을 하러 내 발로 찾아온 것이 아닌가. 더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잠을 청하게 된다.
[8일~10일차]
이제 빤냐를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
이제는 마음의 평정심을 갖기 위한 자연의 법칙을 적용하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게 된다.
위빳사나 명상의 지향점은 빤냐에서 설명이 된다.
의도적으로 온몸을 스캔하든 감각을 점검하고,
감각은 지난 시간 동안 (전생을 포함) 마음 속에 축적해 온 부정성들이 표출되는 것이기에
좋다 싫다와 같은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평정심을 유지하며
감각이 소멸될 때가지 관찰을 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수련을 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 들어서게 되면 놀랍게도 1~3일차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1시간 동안의 명상이 가능해진다.
물론 다른 분들은 1시간 명상을 처음부터 잘하셨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15분이 지나면... 어우 힘들었다.
1시간을 어떻게 명상을 하나 걱정이 많았는데
반복된 훈련으로 1시간을 앉아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난 것이다.
10일 과정이 아닌 3일 과정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알아챈 감각으로 인해 갈망과 혐오의 감정 사이에 균형을 맞추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과
더 이상의 부정성을 만들지 않고 과거의 부정성을 정화하는 것을 수련하게 된다.
그러나 솔직히 아주 딱 떨어지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었다.
왜냐하면 9일차 슬럼프가 한번 찾아왔기 때문인데
이 슬럼프의 원인은 잘하고 싶은데 계속해서 잡념이 올라와서 명상을 방해했기 때문에
잘하고 싶은 갈망이 평정심을 무너뜨린 결과였다.
슬럼프를 이겨내기 위해서 가장 처음 단계인 호흡을 알아채는 것부터
차근차근 편안한 마음으로 10일차를 수련했기에
무엇인가 약간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위빳사나 명상의 흐름은 잘 배울 수가 있었다.
10일차가 되면 드디어 수련생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
오전 단체 명상이 끝난 9시부터는 자유롭게 대화가 가능하다. 다만 명상홀에서는 여전히 침묵이 유지된다.
왜 대화를 하지 못하게 규율을 정했는지는 법문 시간에 고엥카 선생님이 설명을 해준다.
마치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듯이...
이것에 대해서는 후기에서 공유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아주 중요한 내용이기에
수련을 하시면서 직접 경험하고 들어보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죄송 ^^
개인적으로 위빳사나 명상 코스에 참석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음, 뭐가 좋았어? 라고 물어보는 친구들의 질문에 딱 이거야 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한건 의미가 무척이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혼자 있기 때문에 시간이 무진장 많게 느껴지고,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마구마구 지나다닌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반성을 많이 하게 되고 앞으로는 뭘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을 이렇게 정리를 해볼 수 있겠다.
1. 명상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명상이라는 것을 종교적으로나 개인의 신념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고,
자연의 법칙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명상이 자연의 법칙과 연결된다는 점은 굉장히 인상적인 배움이었다.
모든 것은 발생하면 소멸한다는 아닛짜의 개념은 평정심을 개발하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되는 소중한 배움이다.
명상은 어떠한 상징이나, 조각상, 신과 같은 이미지나 기도문이나 염불 같은 것을 반복적으로 중얼거리는 등
이러한 종교적인 개념이 없다.
오히려 이러한 행동들은 초기에 집중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으나
위빳사나 명상에서 지향하는 평정심 강화와 부정성 제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으로 명상은 고통과 번뇌를 벗어날 수 있게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좋은 기술인 것이다.
2. 현재 내가 힘든 원인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는다.
명상 코스 참여를 통해서 나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축적된 부정성들이 내가 고통과 번뇌를 경험하게 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 인생에서 늘 발생하는 좋고 나쁜 일들, 특히나 나쁜 일들이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면,
진정으로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내 마음 깊은 곳에 축적되어 딱딱하게 뭉쳐진 부정성들을 차근 차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스스로의 고행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전생의 업이라는 것을 들어보기도 했고, 업을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기도를 하라는 이야기를 들어봤는데
이 말의 의미를 명상 코스를 통해서 새롭게 정리할 수 있었다.
나의 불행을 제거하기 위한 것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구에게 기대하며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올바로 이해를 해야 한다.
내 마음 속의 부정성을 없애기 위한 명상이라는 기법을 꾸준히 근면하게 예민하게 해야 하는 과정을
자발적으로 겪어야 한다는 것이다.
명상을 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동기가 생긴 것이다.
3. 나의 작은 그릇을 경험하다.
아직도 여전히 나는 마음 속에 외부의 자극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해버리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명상을 하는 동안 계속해서 경험을 했다.
얼마나 나의 마음이 팔랑거리는지, 얼마나 중심없이 마음이 흔들리는지 너무나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1시간 명상의 끝을 알리는 신호가 있다.
바로 고엥카 선생님의 독송이 시작이 되면 1시간이 거의 다 되었다는 의미이다.
"바와뚜 삽바 망갈랑" 이게 3번 반복되면 종료이다.
어떤 때에는 그 독송 소리가 너무 반갑고 기분이 좋아지지만,
또 다른 때에는 나를 놀리는 것 같고 저 발음과 목소리가 다 너무나 듣기 싫어지는 것이다.
같은 자극이지만 나의 마음의 평정심이 몹시 불안해지면 다르게 반응한다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이 또한 명상을 꾸준하게 해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세상을 살면서 이렇게 흔들리는 모습으로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꾸준히 평정심을 강화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4. 명상 공부를 위해 굳이 인도를 찾아갈 필요는 없다.
명상이라는 것을 수련해보기로 결심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렸던 곳은 인도였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인도를 찾아가서 명상을 공부겠다는 것이 허세가 아니었을까, 하고 반성을 했다.
담마 명상센터는 현재 전세계에 200여 곳이 운영되고 있다.
어느 곳에서든 고엥카 선생님의 육성으로 코스가 운영이 되니,
다른 곳을 가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것이 결론이었다.
대신, 일상 속에서 얼마나 꾸준하게 명상을 수행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인 것이고,
다시 센터에 들어와서 수행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면 봉사자로서 참여를 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다.
명상 센터에서 명상만 배운 것이 아니었다.
강제로 10일 동안 외부와 격리되었고 디지털 장비로부터 자유로운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일상 생활 속에서는 다양한 장비들로 편하게 산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그것은 다른 면에서 보면 갇혀 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홀로 나를 바라보고, 나의 생각들을 마주할 수 있는 여유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그 과정 속에서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고 명확해지는 것을 경험을 했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디지털 디톡스의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숙고의 시간이 가져다 주는 선물이 굉장히 소중했다.
경험하고 느낀 것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는데,
코스에서 경험하는 단계를 크게 3~4일차를 묶어서 3단계로 나누었고,
각 단계별로 어떤 과정을 겪는지, 나는 어떤 느낌이었는지를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다시 말하지만 같은 코스의 내용이지만 당시의 나의 상황에 따라 지극히 개인적으로 느낀 점들에 대한 기억에 의존하여 작성한 후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상황에 따라서 다른 배움과 성찰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중요한 것은 누가누가 더 명상을 잘한다 못한다를 판단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오래 앉아 있는 모습만으로도 '우와, 세상에. 대단하다. 엄청난 집중력이다'라며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지만
오래 앉아있는 것이 명상의 깊이를 보여주는 기준이 될 수 없는 것처럼
누군가와 비교하는 것은 정말 의미가 없다.
명상은 철저하게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다.
코스 중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비교하며 영향을 받을 필요가 전혀 없다.
내가 직접 경험해보고, 내가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너무 길어져서 지루한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
일차별로 어떤 과정으로 수련하는지,
개인적으로 어떻게 느꼈는지를 이야기를 했다.
다음편에서는 교육담당자로서 달리 느낀 것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참여를 희망하고자 하는 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