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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섬·섬

5. 홍도야 우지 마라

by 글마중 김범순

도초항을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배를 집어삼킬 듯 사납게 바람이 불었다.

높게 출렁이는 파도를 따라 배가 널을 뛰었다.

높이 솟구쳐 올라갔다 내려올 때는 멀미약을 먹었어도 속이 훌떡 훌떡 뒤집혔다.

비와 파도가 끊임없이 여객선 유리창을 때렸다.

여동생과 제부도 약하게 멀미를 시작했다.

일기예보를 무시하고 섬 여행을 강행한 것이 후회되었다.

배의 저항을 몸으로 직접 받지 않으려고 요동칠 때마다 필사적으로 앞자리 등받이에 매달렸다.

여기저기서 토하는 소리가 나고

아주머니 서너 명이 나 죽는다고 절규했다.

섬 주민들의 애환을 실감 나게 체험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출~렁 촬싹, 쿵! 출렁 촬싹, 쿵!

배는 거친 파도와 싸우느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아, 언제까지 이렇게 죽살이를 쳐야 하나?

시간으로 재주 부리는 도깨비는 이럴 때는 죽어도 내 편이 아니었다.

혼돈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데 잠시 후 배가 흑산도에 도착한다고 했다.

배가 항만으로 접어들자 언제 흔들렸었냐는 듯 얌전했다.

홍도까지 가다 지레 죽겠다며 많은 여행객이 흑산도에서 내렸다.

흑산도를 떠나 먼바다로 나오자 배는 더욱 날뛰었다.

앞자리 등받이에 매달린 채 계속 흔들리자 정신을 못 차리겠다.

뒷자리에서 어떤 아저씨가 쉴 틈 없이 토하며 죽어가는 소리를 했다.

우~왝! 할 때마다 신물이 역류해 토하고 싶었다.

그리 오래잖아 날뛰던 배가 잠잠해졌다.

드디어 홍도에 도착한 것이었다.

얼마나 안간힘을 썼는지 배에서 내리자 녹초가 되어 걸음을 걸을 수 없다.

잔뜩 흐렸지만 비가 오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

슈퍼마켓에 들러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며 기운을 차렸다.

원추리꽃 축제 준비가 한창이라 산 중턱까지 올라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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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놀라고 지친 속을 달래기 위해 전복죽을 먹었다.

고소하면서도 구수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든든한 홍도 전복죽은 천하일미였다.

출렁이는 유람선을 타고 홍도를 한 바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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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힘입은 파도가 조각한 경이로운 경관!

홍도는 세계 어느 곳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을 만큼 빼어났다.

일주를 마치고 부둣가에 앉아 해녀가 잡아 온 멍게, 해삼, 소라회를 먹었다.

싱싱한 바다를 품은 맛에 미각이 전율했다.

신선한 맛을 능가할 맛은 그 어디에도 없다.

뚜우---

흑산도행 배가 들어왔다.

감회 어린 시선으로 풍경을 돌아보며 차곡차곡 마음 깊이 담았다.

홍도야 우지 마라!

이 언니는 다시 오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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