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58. 2023년 5월 30일

by 글마중 김범순

KakaoTalk_20230607_210300163_01.jpg


KakaoTalk_20230607_210252932_02.jpg

- 사단법인 미용장협회 박주화 이사장이 선출되고 처음 열린 총회와 신입생 환영식 -

박주화 이사장은 공약했던 대로 서울에 있던 미용장 협회 사무실을 대전으로 이전했다. 대전역 앞이라 접근이 쉽고 서울보다 임대료가 저렴했다. 부산, 대구, 경남, 경북, 전북, 전남 지회는 환영하고 서울, 경기, 인천, 강원 지역은 반대의사를 표명했었지만 일단 육지에 살면 불평하지 말아야 한다. 항공편을 이용해 참석하는 제주 지회도 있으니까. 대전은 국토의 중심이다. 정부 기관도 지방 이전을 추진하여 균형 잡힌 국토 발전을 꾀하고 있으니 미용장 협회도 그 추세를 따라야 마땅한 것이다.

- 총회까지 시간이 촉박합니다.

임원진은 5월 24일 수요일 오후 7시까지 연습 장소로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


5월 23일 인천 공항에 도착해 와이파이 연결 후 확인한 첫 내용이다. 내일? 내일은 진짜 힘든데!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일 것이다. 온종일 쉬는 시간 없이 미용실에 근무하거나 대학에서 강의하고 저녁도 먹지 않고 모이는 것이다.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힘들 수 있다. 지레 꾀부리지 말고 정 피곤하면 그냥 앉아있더라도 일단 가기로 했다.

대전 지회 서 미용장이 획기적인 고고 장구를 들고 등장했다. 고고 장구는 전통 타악기인 장구를 개량하여 흥겹고 신명 나는 타법으로 트로트를 비롯한 모든 장르를 소화한다. 엄 홍보위원과 서 미용장이 의견을 모아 일사천리로 음악, 안무, 안무 시간, 자리 배치, 의상, 소품, 헤어스타일이 결정되었다.

두둥! 장구 소리가 심금을 울렸다.

단 한 번의 장구 소리만으로도 대상을 탈 것 같아 가슴이 뛰었다.

대상 상금은 50만 원이다.


전 교수가 말했다. "총회날 2시까지 학교에 도착해 특별회의에 참석해야 해서 연습은 같이 하지만 무대에 못 오를 수도 있어요" 장기 자랑은 오후 1시에 시작한다. 대전이 첫 번째로 무대에 서야만 했다. 마침 연습 응원차 간식을 챙겨 온 운영위원장한테 순서를 부탁했다. 흔쾌히 수락했다.

2023년 5월 30일 오전 10시 유성 컨벤션 웨딩홀에서 한국미용장 총회가 열렸다.

KakaoTalk_20230607_214447905_01.jpg

- 봉사정신이 투철한 대전 지회 회원 11명 오전 8시에 모여 행사 준비를 끝냈다 -


행사 내용은 신입회원 환영회와 화합 한마당 잔치였다. 식순표를 보며 전교수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건강식품 홍보 후에 장기자랑 시작하니까 나는 아무래도 그냥 가야겠다고. 함께 연습했던 임원진이 그럴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점심 식사로 흐트러진 대열을 수습하고 홍보까지 하면 족히 30~40분은 소요될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한창 회의가 진행 중이었지만 마이크를 잡지는 않았기에 가만히 단상 옆으로 나가 운영위원장한테 홍보행사를 장기자랑 뒤로 미뤄달라고 했다. 운영위원장은 프로그램은 함부로 바꿀 수 없고 진행을 서둘러 보겠다고 했다.

일, 난임치료, 임신, 육아와 공부를 오래 병행하여 합격의 영광을 안은 신입회원의 눈물 어린 소감을 들었다. 나 역시 밤낮을 가리지 않은 연습도 연습이지만 일 년에 두 번씩 시험날 새벽 운전으로 서울 공덕동에 도착했다. 마네킹 네 개에 홀더 네 개를 포함한 준비물 가방 두 개가 무거워 산업인력관리공단 3층까지 질질 끌다시피 계단을 올라가던 지난날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점심 식사가 끝나고 1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우리는, 그중에 특히 나는 전교수가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그냥 가게 될까 봐 마음을 졸였다. 전교수 어머니는 전북지회 소속으로 모녀 미용장이었다. 딸은 대전에 있고 어머니는 전주에 있다. 어머니한테 딸은 언제나 옆에 두고 싶은 요정보다 예쁜 존재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전교수 어머니한테 딸이 무대에 선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5분이 지나고 15분이 지나도 장내는 여전히 소란스럽고 행사는 자꾸 지연되었다. 마른침을 삼키고 있는데 홍보 대신 장기 자랑 첫 번째 팀 대전을 호명했다. 우리는 환호하며 무대로 뛰어 올라갔다. 준비기간은 짧았으나 서로 간식과 음료를 챙겨 와 나누며 보낸 연습 시간은 어떤 공부보다 깊이 있고 보석처럼 귀했다. 그 화합의 감정은 다른 지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아이디어가 통통 튀는 미용장들이다. 특색 있게 준비해 이목을 집중시키는 팀들이 많아 시간이 지날수록 기가 죽었다.

장기 자랑이 모두 끝나고 심사위원을 발표했다. 잘 듣지 못했지만 공정한 심사를 위해 역대 회장님들이 맡았을 것이다. 동상 세 팀을 발표했다. 대전은 없었다. 대상을 탈 것 같았던 우리는 장구에 마이크를 달지 않아 소리가 작았고 편집한 음악 파일 전달 오류로 동상도 못 탄 것 같았다. 그렇다면 은상인가? 새롭게 가슴이 설렜다. 두 팀의 은상이 발표되었다. 대전지회는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름 괜찮지 않았나? 아니지. 장구소리로 장내를 제압해야 되는데 그러지 못했고 공연은 끝났는데 음악이 계속돼 엇박자까지 놓았잖아? 에휴, 그래. 내년 총회 때는 날밤을 새우더라도 완벽하게 준비하자. 길게 한숨을 쉬며 마음을 비웠다.


은상 마지막 팀 대전!


- 박주화 이사장과 장구채를 잡은 서 미용장과 함께 -


행운권 추첨을 마지막으로 폐회가 선언되었다. 대전 팀은 신입회원 세 명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식당에서 가까운 유성 족욕장으로 갔다. 바람은 계절의 여왕 5월 앞에 무릎을 꿇었고 발은 갓 지은 쌀밥 속에 잠긴 것처럼 따끈따끈했다. 나란히 나란히 길게 마주 앉아 흐뭇한 미소를 주고받으며 지회장이 사 온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었다.

행사 처음부터 끝까지 온종일 먹었던 푸짐한 간식, 과일, 음료를 사비로 마련한 지회장.

전 회원이 빠짐없이 골고루 먹을 수 있게 챙기고 나눠주는 총무.


나, 미용장 안 됐으면 어쩔 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