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명이 로드
두 손녀는 친구네 저택처럼 좋지 않다고 조금 실망하더란다.
딸과 사위는 조용하고 아름다운 이 동네를 선택한 것이 아주 만족스럽다고 했다.
집주인은 계약하기 전에 사진 첨부한 상세한 가족 소개서와 이 집을 왜 사고 싶은지. 앞으로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계획서를 받았다. 가족 소개서 3장 중 딸네가 가장 집을 아끼고 사랑할 것 같다며 부른 값보다 싸게 양도했고 집 짓게 된 동기와 기초공사에서 완공에 이르기까지의 사진도 넘겨주었다.
쿵!
한 푼이라도 더 주겠다는 사람한테 집을 파는 우리 주택매매 문화와 달라 충격을 받았다. 자동으로 가족 역사가 아로새겨진 귀한 우리 집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며 얼마나 아끼고 사랑했나 돌아보게 되었다. 그저 편하다, 고맙다 외에 깊이 생각한 적이 없어 부끄러웠다.
오전 일찍 손녀들을 데리고 승마장에 갔다. 우리나라 말과 달리 키가 크고 갈기가 풍성하면서 땅에 끌릴 만큼 길어서 끝을 단발로 싹둑 자른 것이 인상적이었다. 어린 사육사가 천방지축 망아지를 길들이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자 아이들은 피곤하다고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사위가 딸과 나한테 꼭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다며 앞장섰다.
사위는 지난번 딸과 갔던 곳과 다른 길로 접어들더니 크게 말했다.
"자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어머나, 세상에!”
딸과 똑 같이 함성을 질렀다.
우리나라는 강원도와 충북 일원, 울릉도에 있는 명이(산마늘)가 네덜란드에는 지천이었다.
오후 느지막하게 딸이 외출을 서두르라고 했다.
차로 10분 거리에 쿠키가 아주 맛있는 카페가 있다고
넓은 호숫가에 있는 카페 주인이 말했다.
토요일이라 4시까지만 영업하고 가족들과 보트를 타러 간다고
생업에 목숨 거는 우리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 네덜란드는 공원과 호수가 많다 -
집으로 돌아와 주방에서 아무 생각없이 우거진 나뭇잎과 운하를 내다봤다.
사위가 다가와 수줍게 이거 한번 먹어보라고 했다.
동물복지 선진국 네덜란드는 모든 소를 방목해서 키워 우유 질이 좋아 요거트가 맛있다고 했다.
사위 된 지 20년 만에 처음이라 조금은 황송하면서 기쁘고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