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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중 김범순 Sep 13. 2023

딱 기다려 네덜란드

37. 덴보쉬


네덜란드는 초 · 중 · 고 모두 매주 수요일은 오전 수업만 한다.

그뿐 아니라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학교에서 비만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

그래서일까 네덜란드인들이 세계에서 키가 가장 크다.


손녀들이 다니는 국제학교는 3일간 방학을 했다.

아침 일찍 딸 가족 모두 비자 신청을 하러 덴보쉬라는 도시에 간다고 했다.

덴보쉬 행정기관이 다른 곳보다 일처리를 빨리해 줘서.     

암스텔빈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덴보쉬 거리

중세로 돌아온 듯 네덜란드 특유의 아기자기한 예쁜 집들이 줄지어 있다.

공동주택 건물이 저렇게 예뻐도 되나?

비자 발급 기관은 덴보쉬 기차역 바로 옆에 있었다.

공공기관이라 네덜란드 국장(國章)이 새겨져 있다.

딸 가족은 사무실로 들어가고 대기실에서 전화기에 저장된 사진을 정리했다.

대기실이 깔끔하고 쾌적해서 지루하지 않았다.


  "덴보쉬에 왔으면 덴보쉬 볼을 꼭 먹어야 해!"

 사위 말에 큰손녀가 동조하며 어디론가 뛰어갔다.


딸이 예약해 준 골프 연습장에 왔다.

골프장은 딸네 집에서 차로 7~8분 거리에 있다.

재작년 골프를 한다니까 같이 치면 재미있겠다며 딸도 곧바로  시작했다.

하지만 두 달도 안 돼 오십 견이 와서 그만두었다.

연습장이라고 해서 작은 줄 알았는데 우리나라 골프장보다 훨씬 넓었다.

말이 안 통해서 라운딩은 못하고 한국인 프로한테 레슨 받기로 한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김범준 프로입니다.

김범순이 김범준에게 한 시간 레슨을 받았다.

  "연습 많이 한 클럽으로 한 번 쳐보십시오."

한 달 넘게 쉬었더니 생크가 나거나 공바닥만 쳤다.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창피하기 이를 데 없다.

  

김범준이 말했다.

정지된 공을 치기 때문에 골프가 가장 쉽다고 한다.

하지만  정지된 공을 치기 때문에 골프가 가장 어려운 것이다.

스윙 포물선대로 돌아와 공을 맞춰야 정확하게 멀리 간다.


레슨 끝나고 클럽 하우스 가는 길에 만난 엄마 오리와 아기 오리

골프 레슨보다 백조를 만난 것이 더 기뻤다.

넓은 들판에서 다른 새들과 뒤섞여 흙이 덕지덕지 묻은 더러운 발로 풀 뜯는 백조들을 수없이 봤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 살고 있는 백조는 바로 이 모습이다.


절친 2 큰 손녀와 버스를 탔다.

네덜란드에서 버스를 탄다?

새로운 경험에 들떠 가슴이 설렜다.

우리나라 버스보다 훨씬 청결하고 손잡이 기둥이 많아 아주 편리했다.

5월 24일은 큰손녀 생일이다.

나는 5월 22일 밤 9시 비행기로 한국에 돌아가야 하고.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암스테르담 가는 길이다.

건물 포인트가 기하학적이다.

버스에서 내려 전철로 갈아타기 위해 플랫폼으로 올라왔다.

장난감 같은 디자인의 아파트는 거대한 작품이었다.

네덜란드는 도시 전체뿐 아니라 건물 하나하나에도 저토록 공을 많이 들인다.

전철역 에스컬레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사이를 장식한 도자기 조각 등의 전시물 

암스테르담에 왔다.

부조물이 있는 로킨 역사도 멋지다.

"할머니, 친구들하고 딱 한 번 가본 일식집 있거든요. 여기서 먼데 가도 돼요?"

"그럼."

큰손녀는 그때부터 왔던 길을 되짚어 오가며 헤매기 시작했다.

큰손녀를 따라 뛰면서 길 건너 '암스테르담 던전' 건물이 인상적이라 얼른 사진을 찍었다.

  "할머니 빨리요. 전철 곧 도착한단 말이에요!"

두 정거장 지나 내렸다.

큰 손녀는 여전히 우왕좌왕했다. 

핸드폰 검색에 따라 몇 오가다 간신히 식당에 도착했다.

큰손녀가 성취감에 빛나는 얼굴로 식당문을 밀었다.

종업원이 친절하게 맞이했다.

  "손님, 예약이 다 차서 식사를 드릴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얼마나 속 상할까?

걱정했던 것과 달리 긍정적인 큰손녀는 아무 일 없었던 듯 그 부근 일식당을 검색했다.

광장을 지나고 골목을 세 번이나 꺾어 찾아간 식당은 다행히 한가했다.

흑임자 아이스크림이 놀랄 만큼 맛있었다.


다시 암스테르담 중심가로 갔다.

덜렁거릴 때와 달리 큰손녀는 신중하게 옷과 신발을 골랐다.

디자인이 다양해서 우리나라보다 수준이 높다고 했더니 손녀가 말했다.

  "패션은 네덜란드가 훨씬 뒤떨어져요."

  "그래? 몰랐네. 그럼 방학 때 대전 와 할머니가 또 사줄게."

  "히야, 신난다!"


며칠 뒤 댄스파티에 입고 갈 원피스가 특히 마음에 든다며 기뻐하던 큰손녀가 갑자기 당황했다.

  "할머니 어쩌지요? 집에 가는 방법을 잊어버렸어요!"

  "엄마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하면 되지."

  "아니에요, 아니에요. 제 힘으로 가고 말 거예요!"

결의가 하도 비장해서 모험 떠나는 톰소여 같다고 했더니 빵! 웃음을 터트렸다.


집에 들르니 작은 손녀도 놀러 가고 없었다. 

큰 손녀와 곧바로 산책에 나섰다.

날벌레가 어깨에 앉았다고 질색하며 수선 피우는 큰손녀가 굉장히 귀엽다.

우리나라에도 가끔 있지만 특히 암스텔빈 호숫가에 많이 피어 환상적인 야생화.


미나리아재비인 줄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다.

김오곤 한의사가 쓴 '약이 되는 음식 보약'이라는

책 표지에 비슷한 꽃이 있어 기대를 걸었는데 없다.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결과 

잎과 꽃이 가장 비슷한 천궁과 전호 두 가지로 좁혀졌다.

천궁 : 개화시기 8-9월. 크기 30-60cm

전호 : 개화시기 5-6월. 크기 1m. 서식지 약간 습기 있는 곳.

전호일 가능성이 99.9%

난생처음 접하는 전호. 

내년 봄 내 눈으로 확인해야만 자신 있게 전호다라고 확언할 수 있겠다.

절친 2 큰손녀와 함께 바라본 아름다운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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