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에필로그
딸네 집 화단에 화려하게 핀 개양귀비꽃
새벽부터 온종일 꾀꼬리가 울었다.
숲 속 동화나라에 있는 것 같다.
우는 소리가 꾀꼬리와 90% 흡사하고 10%는 달랐다.
우리나라 꾀꼬리 소리가 훨씬 리듬감 있고 경쾌하다.
궁금해서 나갈 때마다 그 새를 탐색했다.
역시 황금빛 꾀꼬리가 아니었다.
직박구리 비슷하게 생겼는데 깃털이 더 짙은 회색이다.
확실하진 않으나 네덜란드 텃새인 것 같았다.
그 새한테 기가 죽어서 그런지 까치와 까마귀는 조용했다.
어쩌다 깍깍! 까치 소리가 나서 내다보면 그것으로 끝이다.
까마귀 소리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우리나라와 네덜란드는 위도가 약 10~13도 차이 난다.
그렇건만 오후 10시나 돼야 조금 어둑하다.
겨울에는 낮 길이가 노루 꼬리처럼 짧아서
오전 9시 가로등 켜진 길로 등교하고
오후 4시 가로등 켜진 길로 집에 온단다.
그래서 네덜란드 겨울은 더 춥고 을씨년스럽다고 했다.
지난 4월 네덜란드에서 처음으로 오로라가 관측되었다고
1991년 법이 개정돼 16세 이상은 포르노 출연 성행위가 적법이다.
성매매가 합법화되어 국가에서 관리해 성병 감염률이 낮아지고
세수 증가와 성매매 종사자 신변 보호가 실현되었다.
떠돌이 개가 단 한 마리도 없는 동물복지 선진국 네덜란드
빨대를 전부 종이로 만들어 환경보호에도 앞장서는 네덜란드
운하와 호수와 공원이 많고
공기가 맑아 양말을 일주일 신어도 바닥이 깨끗하고
국토 전역에 골고루 인구가 분포될 정도로 살기 좋고
세계 3대 선진 농업국가
검소하고
성실하고
여유롭고
친절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고
예술과 가족을 사랑하고
딸네가 살고 있어서 그런지 자꾸 칭찬하고 싶다.
파리와 런던에는 네덜란드에 없는 거지가 많다.
뜻밖이었다.
한 해 수천만이 찾는 세계적인 관광도시에 웬 거지?
도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국가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나?
방법은 많을 텐데 왜 그냥 둘까?
프랑스와 영국은 문화와 문명선진국으로 인본주의 뿌리가 깊다.
법과 질서보다 개개인의 인권과 평등, 자유를 존중한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거지에 대한 편견과 거부감이 사라졌다.
네덜란드, 파리, 벨기에, 영국 나들이까지
간식, 식사, 숙박, 교통, 관람료 모두 딸네가 부담했다.
그야말로 무일푼 여행을 한 것이다.
융통성 없고 순발력 없는 둔치라 그렇다.
딸네 집에 있는 동안 잘 먹었더니 윗배가 나왔다.
아랫배는 귀엽기나 하지 이거야 원!
근육처럼 단단해서 눌러도 들어가지 않는다.
육식은 어쩌다 하고 나물과 김치에 된장국만 먹었더니 다섯 달 만에 원위치
사위가 파리, 벨기에, 영국 여행 중 어디가 또 가고 싶고
가장 인상 깊었던 게 무어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또 보고 싶은 것 - 에펠탑 불빛 쇼
또 가고 싶은 곳 – 영국 타워 브리지와 옛 궁전
가장 감동적인 순간 – 영국 공항 편의점에서
사위가 생약 성분 기침약 건넸을 때
딸, 사위, 지안, 서우!
이름만 불러도 가슴 뭉클하고
쳐다보기도 아까운 내 새끼들!
건강하고 행복해야 한다.
- 4월 22일 ~ 5월 23일까지 한 달간의 여정 기록을 10월 11일 밤 12시 30분에 마친다 -
(게으른 둔치라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