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기다려 네덜란드

39. 근위병 교대식

by 글마중 김범순

버킹엄 궁전 근위병 교대식


체크인하고 짐을 찾았다.

엘리베이터에는 낯선 외국인 중년 부부가 타고 있었다.

부부는 우리 셋한테 반갑게 인사를 했다.

무표정이던 얼굴 근육을 풀고 환하게 웃었다.

사람을 만나면 반가워하는 서양인의 습관은 배워야겠다.

어, 잡지책 옆에 있는 건 뭐지?

차였다.

영국은 습기가 많아 차 생산이 안 되지만

무수히 많은 식민지에 차나무를 재배시켜 차 문화가 상당히 발달했다.


호텔에서 걸어 10분 거리에 있는 버킹엄 궁전으로 왔다.

버킹엄 궁전에도 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21시 20분 센인트 제임스 공원

황혼이 막 스러지려 한다.

우리나라 9시 20분은 한 밤인데 아직도 환한 게 적응이 안 된다.

이곳 호숫가에도 전초라고 부르는 꽃이 만개했다.

얼핏 보면 메밀꽃 같다.

저절로 이효석의 단편 소설 '메밀꽃 필 무렵' 한 대목이 떠올랐다.

- 소금을 뿌린 듯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

언감생심!

영국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런던의 상징 빅 벤 시계탑 앞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여기저기서 귀에 익은 우리나라 말이 들려 반가웠다.

바로 옆에 있는 웨스트민스터 사원

가까이 보이는 전망 시설 런던 아이

건물 옥상에 있는 LG 광고판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했다.

엘지 광고판이 그렇게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쿵쿵! 심장까지 울리는 음악소리가 자동으로 어깨를 흔들게 하는 광장

마음 같아서는 절친과 신나게 춤을 추고 싶었지만

어린 절친은 아직 관심 없는 것 같아 그냥 지나쳤다.

호텔 입구 벽면

사위는 맥주 한잔 하겠다며 나가고 절친은 낮에 산 옷을 입고 거울에 비춰보느라 여념이 없다.

아침을 먹으러 식당으로 내려갔다.

직원이 어떤 차를 마시겠느냐고 물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 대답을 못했다.

사위가 영국 사람들이 아침에 즐겨 마신다는 잉글리시 블랙퍼스트를 주문했다.

향과 맛이 아주 훌륭했다.

사위가 시키는 대로 우유를 섞으니 맛이 훨씬 풍부해졌다.

느긋하고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마치고 호텔을 나섰다.

마침 근위병 교대식이 있는 날이라 버킹엄 궁전으로 갔다.

매주 하는 게 아니라 운이 아주 좋은 편이라고

일요일 아침이라 거리는 한산했다.

호텔 대각선에 있는 명품 브랜드 건물

지은 지 오래된 붉은 벽돌 건물

버킹엄 궁전 앞에 운집한 인파

11시 정각 성문이 열리고 행진을 시작했다.

근위병들은 반대편으로 돌아 우리 쪽에서는 뒷모습만 보았다.

그런데도 군중들은 흩어지지 않았다.

"끝난 건가? 끝났으면 그냥 가자."

"이대로 가긴 너무 아쉬우니까 조금 더 기다려보죠."

10분 20분 시간이 흐르며 햇살이 뜨거워지자 모래탑 무너지듯 사람들이 흩어졌다.

말 탄 경찰들이 통행을 막느라 애를 먹었다.

그 모습을 보면 행진을 또 할 것 같기는 했다.

11시 30분

근위병들이 우리를 향해 마주 오고 있다.

기다리기를 정말 잘했다.

또 할 거면 그렇다고 방송이라도 하던가.

많은 사람 헷갈리지 않게

뜻하지 않은 근위병 교대식을 제대로 봤다.

큰 소원을 성취한 것처럼 뿌듯하고 기뻤다.

흐뭇한 마음으로 발걸음 돌려 절친 선물을 사러 나섰다.

처칠 동상

사위가 알려줬는데 동석한 사람 이름은 까먹었다.

나이키 매장에서 절친 마음에 드는 운동화를 샀다.

사위가 운동 때 입을 후드 티 두 개를 골랐다.

그것도 계산하겠다고 했더니 안 산사겠다며 펄쩍 뛰었다.

꼭 사주고 싶은데 심하게 거절하니까 몹시 속상했다.

"나중에 대전 가면 그때 사 주세요."

절친이 다가와 작게 물었다. 아빠랑 싸워서 누가 이겼냐고.

"니 아빠지. 속상해서 울고 싶다."

사위된 지 20년 되도록 선물 한 번 하지 않은 장모였다.

그냥 받지!

글을 쓰고 있는 넉 달 지난 지금까지도 가슴이 아프다.

빅토리아 역에서 기차를 타고 런던을 떠났다.

영국도 언덕이 많고 멀리 산도 있었다.

골짜기 한을 풀어준 넓고 넓은 네덜란드 들판이 보였다.

스키폴 공항 해묵은 나무 장식물

뭔지 모르지만 아, 갑자기 생각났다.

혹시 해시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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