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22일 오후 4시
딸 내외와 명이로드를 산책했다.
산책로 입구에 들어서니 마늘 냄새가 코를 찔렀다.
명이꽃은 다 지고 잎도 누렇게 시들었다.
우리 셋은 말이 없었다.
9시 20분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동화 같은 방 안녕!
28일 간 안락하게 묵었던 방을 정리하는데 딸이 뛰어왔다.
"엄마. 가지 마. 가지 마, 엄마!"
"아가, 아이구 내 새끼야!"
울부짖는 딸을 안고 나도 목놓아 울었다.
한참 울고 나서 딸을 달랬다.
"6월 15일 아이들 방학하면 한국 온다며. 한 달도 안 남았어."
사위가 갈 시간이 되었다고 불렀다.
현관에서 가방을 건네며 딸이 말했다.
"공항에서는 더 못 보낼 것 같아. 엄마 잘 가요!"
울면서 2층으로 뛰어올라가는 딸을 두고 차마 발걸음이 안 떨어졌다.
저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사위와 작별했다.
몇 걸음 걷다 뒤돌아서서 다시 한번 고맙다고 했다.
VIP라운지 전용 에스컬레이터 옆면을 장식
각기 다른 건물 모형이 독특하다.
공항 안을 천천히 돌며 사진을 찍었다.
딸이 떠오를 때마다 주르르 눈물이 흘렀다.
딸 대학교 2학년 겨울이었다.
방학 내내 미용실에 같이 출근해서 청소하고 샴푸하고 퇴근도 같이 했다.
서울로 돌아가는 날 대전역 플랫폼까지 따라갔다.
멀리서 기차가 들어오자 미칠 것 같았다.
그때도 딸과 울면서 헤어졌다.
그 후 다시는 역에서 배웅하지 않는다.
비행기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딸네 집이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쥐가 날 만큼 목을 돌려 딸네 집 쪽을 쳐다보았다.
눈 깜짝 사이에 솜털구름이 네덜란드를 덮었다.
딸 잘 있어!
안녕, 네덜란드!
마음을 다잡고 노트북을 켰다.
눈물이 어려 글을 못 쓰겠다.
세 시간 정도 잤나?
예쁘고 친절한 승무원이 식사하라고 깨웠다.
VIP라운지에서 우유와 초코바 한 개만 먹어서 그런지 해산물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
딸은 저녁이나 먹었나 모르겠다.
짠한 마음으로 칫솔을 들고 화장실에 갔다.
특히 친절한 남자 승무원이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얼른 마른 수건으로 세면대 물기를 닦고 휴지 끝을 접은 뒤 정중한 손짓으로 안내했다.
승무원 교육에 성공한 항공사이다.
누워 있자니 자꾸 눈물이 났다.
더 글로리아를 연속으로 세 편 봤다.
배가 잔뜩 부른데 또 식사를 하라고 했다.
치즈와 과일, 요거트만 먹었다.
산이 보인다.
우리나라다.
인천 공항까지 11시간 걸렸다.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보다 소박한 느낌이 들었다.
걸음이 딱 멈췄다.
기와집 골조와 하늘을 나는 듯한 처마의 곡선
세계 그 어느 나라에도 없는 독보적인 작품이다.
대전 행 버스에서 내다본 인천 아파트 숲
빨강, 하양, 노랑, 파랑을 감각적으로 배치한 LG 건물
복조리 비슷한 건물도 독특한 세련미가 있다.
경기도 어디쯤이었던 것 같다.
대전에 도착했다.
평소에는 그저 그랬던 구조물이 새삼 달리 보였다.
집 근처 공원까지 왔다.
초승달과 북극성이 유난히 밝았다.
큰손녀와 보던 별과 똑같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별과 달과 하늘한테 딸네 가족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