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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중 김범순 Oct 29. 2023

삽화

68. 국악과 친해지는 지름길


FM 라디오를 청취하다 국악 방송을 하면 얼른 다이얼을 돌린다나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렇다고 했다그만큼 국악이 국민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2023년 10월 27일 19시 30분 연정 국악원에서 대통령상 수상 팀 공연이 있었다


미용장 대전지회는 해마다 문화생활 향상을 위해 뮤지컬이나 영화연극을 관람하는데 올해는 초대받은 국악의 향기에 취해보기로 했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 걸어가려 했다. 해가 짧아서 6시인데 깜깜했다춥지도 덥지도 않은 시월상달이라 차를 타고 일찍 가서 한밭 수목원 산책을 하기로 했다계획은 계획일 뿐퇴근 시간 절정이라 10분이면 도착하는 데 28분이나 걸렸다천천히 연정 국악원 주위를 돌았다.  

저렇게 항상 공연을 하고 있었구나!

몰라도 너무 모르고 지냈다.

일정한 간격으로 바뀌는 화면을 여유롭게 감상했다. 

우리 가락의 멋을 훌륭하게 표현했다.

작년 9월 여기 연정국악원에서 국악 퓨전 공연을 보고 홀딱 반했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라운지로 올라가니 황주연 지회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전지회 51명 중 작품 제작과 전시 때문에 바빠서 4명이 관람했


첫 번째 마당

인간문화재 최윤희 입춤 

 (()춤의 사전적 의미      

1. 기생들이 보통 옷을 입고 둘이 마주 서서 추는 춤.

2. 무용의 기본적인 자세를 익히기 위한 춤.

3. 팔만 벌리거나 몸의 관절만 움직이거나 

   또는 아래위로만 움직이며 제멋대로 추는 춤.     

유의어 거드름춤도긋대춤막대기춤 

         

입춤은 지나치게 정()적이라 기대감 네 배를 웃돌만큼 실망했다손동작 하나 발끝 동작 하나 고갯짓 하나에도 기법과 의미가 있겠지만 배우는 학생이거나 심사할 때 숙지할 사항이고 관객의 요구는 다르다시간을 재지 않아 몇 분인지 모르지만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핸드폰으로 춤이름이라도 검색하고 싶었으나 출연자와 관객 모두에게 예의가 아니라 이를 악물고 참았다 동()의 활발함이 있었는데 지나치게 짧아 감동을 침식시켰다 정()과 동() 균형을 위해 시간 편집이 절실히 필요했다.  

   

 두 번째 마당

2023년 대통령상 수상 12채 장고춤     

장고(長鼓)의 사전적 의미 – 장구의 원말

장고춤은 흥겹고 장단과 춤이 어우러져 신명이 조금 났다. 휘몰아치는 춤사위와 함께 피날레다 싶어 손뼉 치면 또 이어지고 어어져 감흥이 반감되면서 몹시 지루했다     


*세 번째 마당

호남살풀이춤 

호남살풀이춤의 사전적 의미 호남 지방에서살풀이장단에 맞추어 추는 민속춤

전라북도 무형 문화재 제15호이며기방에서 추던 일종의 수건춤이다.     


손에 수건을 들었을 뿐 입춤과 장고춤에서 봤던 춤사위가 그대로 반복되어 지루했다. 아름다운 한복과 한복에 어울리는 미소와 춤사위가 긴 시간으로 말미암아 빛을 잃는 게 아깝고 안타까웠다.  

 

네 번째 마당

그라나다 국악 퓨전 그룹     

전통 국악기 가야금해금대금 세 가지의 흥겨운 연주에 맞춰 부르는 팝


금방 장내가 들썩들썩 흥겨워졌다가수는 하얀 동정을 단 저고리를 입었는데 동정 길이는 어긋나고 색이 다른 고름을 매지 않고 풀어 무대와 기막히게 잘 어울렸다젊은이 아니면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얻을 수 없는 발상의 전환이었다사진을 찍어 널리 알리고 보관하고 싶은 의상이었다.   

    

다섯 번째 마당

진도 북춤  


화려한 북장단과 춤사위가 신명 났다양손으로 치는 빠른 북장단이 관객의 흥을 한껏 돋우었다하지만 역시 길었다국악인만의 잔치가 아닌 일반 관객과 호흡하는 자리는 ()보다 동()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그래야 많은 국민들이 우리 전통 음악과 춤을 보고 싶어 한다.     

  

여섯 번째 마당

선입무

기본 춤을 바탕으로 한 즉흥적인 춤허튼가락에 맞추어 춘다.

허튼가락의 사전적 의미 - 민속 음악에 속하는 기악 독주곡 형태의 하나삼남지방에서 발달하였으며 가야금거문고대금해금아쟁 산조의 순으로 발생하였다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으로 배열된 3~6개 장단 구성의 악장으로 구분되며 반드시 장구 반주가 따른다.   

  

호탕한 기품과 활달하고 힘찬 춤사위를 기대했는데 몹시 지루했다나만 그런가 싶었는데 아니었다국악을 전공하는 학생인 듯한 몇 외에는 반응이 별로 없었다.  

   

일곱 번째 마당

live 반주 

 

장고대금 등 여섯 악기 합주가 숨 막힐 듯 자지러졌다     


마지막 마당 

풍류로 소리의 경계를 허물다

피아노 연주 – 임동창

대금 연주 – 이생강 

    

거장과 거장의 만남이었다. 

명불허전!

생동감과 박진감이 차고 넘치는 피아노와 심금을 울리는 대금 선율은 가히 전 우주를 놀라게 하고도 남았다. 대금으로 아 목동아를 들어 보았는가? 흐느끼는 색소폰 소리와 똑같아 찬탄을 금치 못했다. 국악과 친해지는 지름길인 것이다. 오직 대한민국 임동창과 이생강만 만들어 낼 수 있는, 세계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명연주였다지루해서 몸을 비틀던 때와 달리 연주가 빨리 끝나버릴까 손에 땀을 쥘 정도로 조마조마했다.   

  

그 감동의 여운은 하루가 지난 이 시간까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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