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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중 김범순 Dec 29. 2023

삽화

75. 예비 미용장

유성 대학로 화사한 밤 풍경


장 헤어디자이너가 저녁을 함께하자고 했다그러잖아도 며칠 전에 구청장 봉사상을 받았다고 연락을 받았던 터라 축하해 주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던 터였다장은 여성회관 근무할 때 가르쳤던 수강생으로 10년 넘게 가까이 지내고 있다.


  미용장 공부하는 원장님한테 선생님 자랑을 하도 많이 했더니 저녁 대접하며 도움말을 꼭 듣고 싶다네 요. 제가 프리랜서로 근무하는 미용실 원장님도 합석이고요. 우리 원장님이야 선생님이 잘 아시니까 괜찮은데 초면인 원장이 불편하시지 않을까 걱정돼서요.


흔쾌히 수락했다모르는 사람과 밥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미용장에 도전 중이라니 순식간에 무장해제 되었다.


식당에 들어서자 예비 미용장이 반갑게 맞이했다서글서글 시원시원한 외모에서 차곡차곡 쌓은 내공의 정도가 훤히 읽혔다.


  미용장 합격이 코앞에 있는데요.”

  같이 공부한 사람은 첫 시험에 합격했는데 저는 세 번이나 떨어졌어요날이 갈수록 자신감이 떨어져 굉장히 힘들어요.”

  미용장은 미용과 학생이나 미용 인을 가르치는 위치거든요. 즉 실력 없이 빨리 미용장 되는 게 능사가 아니란 말인 거지요실력은 시험 준비 과정에서 연마되니까요.”


포기냐 재도전이냐로 갈등을 많이 했었는지 생각 깊은 얼굴에 밝은 기운이 살짝 돌았다.


  “나는 열 번 만에 합격했어요.”

  네에?”

예비 미용장이 깜짝 놀랐다.


  친하게 지내는 원장들이 그만두라고 말리고 미용실이 바빠서 시험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어도 포기하지 않았어요내가 만약 첫 번 시험에 합격해서 실력 없는 상태로 대학 강사가 되었으면 어땠을 거 같아요상상만 해도 등에서 식은땀이 나요.”

  정말 그러네요.” 

  숙련된 기술이 예술의 경지에 이르러 가르칠 자격이 갖추어지면 합격해요.”



환상적인 포토존

밤에 이 거리를 와 본 적이 없어 

난생처음 서울구경 온 시골쥐처럼 계속 감탄했다.


넷 전부 미용 인이라 식사가 끝나고 카페로 자리를 옮겼어도 유쾌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졌다우리는 예비 미용장이 합격하면 다시 모이기로 약속했다사랑스러운 후배 탄생에 기분이 좋아 밥은 내가 사겠다고 했다.    

 

헤어지기 직전 우리는 자축(自祝)했다

정년 없는 직종 미용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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