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지평선에서 해가 뜨고 지평선으로 해가 지는 대 평야 5개만 더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9월 8일 일요일 오후 1시 아들한테 톡이 왔다. 대전은 35도 찜통더위라며 누나 집에서 피서 잘하고 있다고. 네덜란드는 햇볕은 쨍하지만 소슬바람이 불어 완연한 가을 날씨였다.
딸 내외와 암스텔벤에서 차로 약 20분 떨어진 도시 하를렘으로 가고 있다. 하를렘! 할렘? 미국 할렘가가 떠올랐고 그 예상은 맞았다.
1600년경 하를렘은 금융과 무역의 거점 도시로 네덜란드에서 두 번째로 컸으며 미술 문화를 선도했다.
미국 식민지 개척 초기 시대 뉴욕에 자리 잡고 살던 네덜란드 이주민들은 네덜란드 도시 하를렘을 따서 할렘이라고 지었다. 뉴욕도 뉴 암스테르담이라 불렀는데 미국 정부가 뉴욕으로 명명했다.
멀리 보이는 왕관 형상의 교회 첨탑
하를렘 성 바보 교회
하를렘에 도착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아름다운 교회 첨탑이었다.
하를렘 성 바보 교회의 바보는 성자 Bavo의 이름을 딴것이며 15세기말에 짓기 시작하여 16세기에 완성했다. 이교회에는 1735년 독일의 크리스티안 뮐러(Christian Muller)가 만든 거대한 오르간이 있는데 멘델스존, 헨델, 열 살의 모차르트 등이 연주한 것으로 유명하다.
식당 입구에서 본 교회 모습
교회 앞 식당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반소매 티셔츠 차림의 네덜란드 사람들은 춥지도 않은지 휘몰아치는 돌풍을 맞으며 전부 밖에 있는 파라솔 밑에서 유쾌하게 웃고 떠들며 식사를 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중세 풍 실내를 독차지했다.
예술작품 같은 촛불 그릇
알알이 굴러 떨어질 것 같은 딸기 벽화
사위가 양보해 준 자리에 앉으니 창밖으로 마르크트 광장과 교회가 훤히 보였다.
독실한 신자도 아니면서 대형 성당이나 교회를 보면 마냥 은혜로움에 빠져든다.
햄버거 맛집이란다.
밥에 길들여진 내 입에도 빵이 아주 맛있었다.
뭐든 잘 먹는 돼지인 나한테 맛없는 음식이 몇 가지나 되랴만
서양 사람들은 절대 하지 않는다지만 딸과 나는 두 종류 햄버거를 시켜서 반씩 나누어 먹었다. 맛 궁금증도 해소도 되고 경제적으로 얼마나 효율적인가
교회 뒤 부속 건물
저울 무늬를 넣은 벽돌 바닥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모르지만 전면에 공을 많이 들였다.
지나치다 만난 뮤지엄
인구 약 16만 명의 조용한 하를렘. 번화가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꽤 붐볐다.
읽을 수는 없지만 명문가의 문장? 아님 말고
프란스 할스 뮤지엄 광고판
하를렘시에 온 목적은 프란스 할스 박물관 관람을 하기 위해서였다.
프란스 할스는 1591년 안트베르펜에서 태어나 1666 하를렘에서 생을 마감했다. 프란스 할스는 황금시대라 불리는 17세기 네덜란드 미술사 최초의 거장으로 자연스러운 구성과 활력 있는 터치로 초상화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작품의 특징은 인물 시선처리가 자유롭고 장난기와 웃음을 선사했으며 빠르게 휘날리는 활력 있는 붓질로 즉시성과 반짝임 효과를 취했다.
박물관 입구
전시실 통로
검은 청동문과 묘한 조화를 이루는 흰색 타일
표정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은식기들과 하얀 테이블보
세밀한 묘사가 뛰어나 사진인 줄 알았다.
박물관이라 생활도구와 벽과 바닥 장식과 샹들리에도 눈길을 끌었다.
중국인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초상화
사위한테 물어봤더니 인도네시아 수장 자바라고 했다. 어쩐지 도도하더라.
영어와 네덜란드어 두 가지로만 작품 설명을 해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암스테르담 고흐 박물관처럼 한국어 번역기를 사용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작은 스테인드 글라스 창이 박물관 품격을 높이고 있다.
주관이 뚜렷한 강한 인상의 여인
박물관 내 기념품 매장에서 그림과 똑같은 무늬와 색깔의 머플러, 코사지, 모자를 판매했다.
그림이라기보다 사진에 가깝다.
특히 편해 보이고 디자인이 뛰어난 긴 끈의 샌들이 인상적이다.
딱 내 취향인 시계
정교하고 아름다운 시계
대를 이어 가보로 전해질 것이다.
해상 무역?
격렬한 해상 전투?
정교한 은제 생활용기
최초로 시선처리를 자유롭게 한 프란스 할스
이 시대의 인물화 특징은 화가한테 시선을 고정시킨 화법이었다.
프란스 할스가 과감하게 그 틀을 깨트린 것이다.
품격 있는 오르간
건반을 누르면 장엄한 음악이 울려 퍼질 것 같다.
뭔지 모르지만 멋지다는!
어디서 봤는지 매우 낯익은 성화
하를렘 마그리트 광장인 듯
교회와 건물, 벽돌 바닥은 물론 냄새 맡는 강아지까지 그림이라기보다 사진처럼 정교하다.
인물화로 한 획을 그은 화가답게
풍경화 역시 뛰어나다.
고급스럽고 육중한 나무 상자
언감생심
보는 것만도 감지덕지
그림 감상하러 왔다가 횡재한 느낌
소장품들은 하를렘 요양원 이사진과 성 아드리안 시민 민병대원 모임 등에서 기증했다고.
화법이 전혀 다른 작품
찬조 화가 작품이란다. 어쩐지.
가문의 영광을 빛내기 위해 십자군 전쟁에 참여하는 병사들
가문의 위력으로 참전을 회피하고
지은 죄를 은폐했던
우리의 역사 속 1% 국민이 부끄럽다.
값비싼 흰색 천의 대가로 아프리카인들을 노예로 삼았던 시대를 형상화한 작품
아기자기한 중세 생활상이 고스란한 작품
확대해서 뜯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무 문과 샹들리에가 멋져서 한참 머물렀다.
프란스 할스 자화상
그런 줄 알았으면 정확하게 여러 번 찍을 걸
나중에 사위 설명을 듣고서야 대충 한 장 찍고 지나친 걸 후회했다.
프란스 할스 뮤지엄 건물 일부
이런 형태의 건물네 개가 모여
정사각형이다.
박물관 건물은 1609년에 지어진 양로원 겸 고아원이었으며 1913년부터 프란스 할스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마르크트 광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줄이 길어서 기대가 컸는데 흔히 먹던 맛이다. 뭐니 뭐니 해도 아이스크림은 슬로베니아가 가장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