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110. 크리스마스 선물

by 글마중 김범순

대전 시청 서쪽 광장 크리스마스트리


네덜란드 갔을 때 딸이 핸드폰에 저장된 사진을 보여줬다. 사돈 내외가 지인들에게 금혼식 축하를 받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10월 16일 한국으로 돌아와 그냥 보내기 섭섭해서 큰아들한테 금혼식 축하 케이크라도 선물하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묵묵히 듣기만 하던 아들은 이튿날 이렇게 말했다. 어젯밤 매형한테 전화해서 사돈 내외가 어떤 케이크를 좋아하는지 혹시 특정 식품에 알레르기라도 있는지 물어봤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미 지난 일일 뿐만 아니라 아들인 자기도 그냥 넘어갔는데 새삼스럽게 무슨 케이크냐고 펄쩍 뛰더라며 없던 일로 하라고 했다.

그건 아들 생각이었고 나는 달랐다.

그냥 결혼기념일도 아니고 금혼식인 것이었다.


고마운 사돈한테 축하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 조선호텔에 금혼식 케이크를 주문했다. 직원이 말했다. 배송이 안되므로 직접 찾으러 와야 한다고. 우리는 대전에 살고 사돈네는 서울이다. 내가 서울 가서 케이크를 찾아 사돈네를 방문하면 보나 마나 무척 부담스러워할 것이었다.

숙제 못 한 것처럼 찜찜한 한 달이 두 달이 지나 연말이 다가왔다.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크리스마스카드로 금혼식을 축하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탁월한 선택 같았다.


딸이 자주 말했다. 사돈네는 성심당 기업 이념을 높게 평가해서 성심당에서 만든 빵을 무척 좋아한다고.

12월 17일 아침 8시 20분. 부리나케 롯데백화점으로 달려가 성심당에서 갓 구워져 나온 빵과 성탄 케이크를 샀다.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들고 서울로 가고 싶을 정도로 따끈따끈했다.

대전 우체국에서 카드와 포장 상자를 샀다. 9시 20분에 접수하니까 잘하면 저녁에 도착할 것이다. 사돈네가 선물 받고 감격할 모습을 상상하며 특별배송을 신청했다. 직원이 말했다. 특별배송 제도 없어져서 내일 아니면 모레 도착한다고.

이를 어쩐다? 택배로 보내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 그럴 것 같았다. 잠깐만요! 운송 벨트를 타고 안으로 들어가는 택배 상자를 직원한테 황급히 돌려달라고 했다. 그 순간에도 이게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계속 헷갈리며 편의점 성 사장한테 전화를 걸었다. 바쁜가 받지 않았다.

한시가 급했으므로 단숨에 차를 몰아 편의점에 도착했다. 이른 아침이라 편의점 앞에 차가 별로 없어 빨리 주차할 수 있어 천만다행이었다. 우체국 택배 상자를 든 내가 문을 밀고 들어서자 성 사장이 깜짝 놀랐다.


“언니, 이 아침에 웬일이에요?”

“사돈댁에 성심당 빵을 보내고 싶은데 우체국에 특별배송제도가 없어졌대. 빠른 택배로 보내줘!”

택배회사에서 4시 넘어 접수했다는 문자가 왔다. 이제 가져가면 택배나 우체국이나 똑같았다. 아니 우체국이 하루 더 빠를 수도 있었다. 나는 그제야 우체국 택배 취소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이튿날 눈이 빠지게 기다렸지만 택배회사에서는 배송 완료 문자를 보내오지 않았다. 내가 포장을 잘못해서 상자가 터지지는 않았나?그다음 날도 온종일 별별 근심을 다 하며 따끈한 빵 그대로 들고 서울로 가지 않은 것을 발등 찍고 싶게 후회했다.


밤 9시. 외출에서 돌아온 아들한테 그 이야기를 하니까 택배회사에 조회해보고 말했다. 오늘 오후 4시경에 배달되었대요. 사돈댁에서는 연락 없고요?


사돈댁에서 성의 없다고 언짢아 하는 건 아닐까? 하루, 이틀, 사흘! 속 썩인 것은 간데 없고 새로운 불안이 시작되었다.


나는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엿새 뒤 경찰청에서 우편물이 날아왔다.

편의점 앞 황색 복선 주차 위반으로 십삼만 원 범칙금 고지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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