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 벚꽃 나들이
탄동천 옆 벚꽃길
남편은 벚꽃을 유별나게 좋아했다. 지난해까지 봄이 되면 벚꽃 나들이만 몇 차례 할 정도였다. 언젠가는 벚꽃이 유명하다고 해서 전군도로(전주-군산)와 섬진강까지 갔다 오기도 했다.
1차 : 갑천변 - 탄동천 - 자운대 목련 - 전민동
2차 : 사정공원
3차 : 신탄진 - 대청호반길 - 신상동- 어부동 - 회인면
4차 : 중구 언고개 - 금동 - 소호동 - 이사동 - 곤룡터널 - 금산 보곡리 - 제원면 - 용담댐
야호-!
남편은 벚꽃 터널을 지날 때마다 마음껏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랬던 남편이 작년 5월부터 밥맛을 잃고 7월 이후 완전히 와상 상태가 되었다. 벚꽃 소식이 날아들 때마다 벚꽃 보러 갈까? 하고 물으면 가고 싶다고 했다가 30분도 안 돼 싫다고 했다.
4월 1일 큰아들 도움을 받아 나들이에 나섰다.
대덕대교를 지나 갑천변을 달리자 만개한 벚꽃이 펼쳐졌다. 남편은 무덤덤했다. 참 예쁘지? 하고 물으면 응! 하고 감정없이 짧게 대답했다. 카이스트 교정에 수양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어도 본숭만숭이었다.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구성동 탄동천변으로 접어들었다. 눈부신 벚꽃 터널을 지나도 남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자운대 목련길
꽃을 배경으로 같이 사진을 찍고 싶은데 남편이 차에서 내릴 수 없으니 아쉽지만 포기할 수밖에.
남편은 이때부터 힘들어했다.
"당신 힘드니까 얼른 집으로 갈까?"
"그래도 전민동은 가야지."
전민동 천변은 벚꽃으로 뒤덮여있었지만 몹시 괴로운 남편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길이 비좁아서 차가 마주 오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마음이 급하니까 그 시간이 그렇게 지루할 수 없다.
예술의 전당 앞을 지나는데 남편은 헛구역질을 했다. 신호 대기할 때 차 안을 뒤져 비닐봉지를 찾았다. 좌회전하는데 우웩 하더니 양쪽 볼이 토사물로 빵빵하다.
"참아. 조금만 참아!"
얼른 비상등을 켜고 만년동 성당 앞 조금 넓은 도로가에 차를 세우고 봉투에 토사물을 받았다.
근 40년 연례 행사이던 남편과의 벚꽃 나들이는 올해가 마지막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