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3 자선냄비와 저녁노을

by 글마중 김범순

며칠 전 백화점 광장 한쪽에서 자선냄비 종소리가 들렸다.

한 해가 저물고 있다는 상징이며 저녁노을을 떠올리게 하는 소리다.

자선할까?

아주 잠깐 갈등했다.

그냥 가. 비잉 돌아가면서까지 선한 척하고 싶니?

알다시피 나는 때론 선량하다가 때론 악랄한 보통 사람이잖아.


그냥 나답게 사는 거야!


오늘은 자선냄비 앞을 거쳐야 했다.

남들처럼 거침없이 당당하고 싶었지만

혼자 수고하는 이가 마음 쓰여

가급적 차도 쪽에 붙어 멀찌감치 떨어져 지나가기로 했다.

이동 인구가 가장 많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자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한동안 조용하다가 다시 울리는 종소리에 시선을 마주칠까 걱정하던 마음과 달리 얼른 쳐다보게 되었다.

빨간 고깔모자를 쓴 봉사자는 나이 지긋한 노신사겠거니 했는데

스물두셋 정도의 앳된 청년이었다.

청년은 한 손으로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휴대폰에 몰입한 채 가끔 성의 없이 종을 흔들었다.

장을 다 보고 돌아올 때도 청년은 똑같았다.

주머니 속에 있는 5천 원짜리를 만지작거렸다.

냄비에 넣으며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됐는지 물어보고 싶어서다.

뭐하는 짓이야, 나잇값을 해야지!

작은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그딴 짓을 하겠다고?

청년이 눈치를 챘는지 차렷 자세로 반듯이 서며 멀리 떨어진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찔끔 놀라 얼른 백화점 모퉁이 길로 접어들었다.

참 못나고

참 비열하고 ········!

KakaoTalk_20211207_200257661.jpg 지난여름 안면도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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