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11 어디로 갔을까?

by 글마중 김범순


어제 연습을 끝내고 공원 쪽으로 접어들었다.

체육관 잔디밭 양지바른 곳에 커다란 검정고양이 한 마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사람을 경계하는 길고양이가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에서 꼼짝하지 않는 것을 보니 몹시 아프거나 허기가 져서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았다.

“나비야.”

고양이는 눈도 뜨지 않았다.

“어머, 저 고양이 아직도 저러고 있네!”

운동 끝나고 나오는 이들이 한 마디씩 했다.

날이 추워서 저대로 밤을 맞으면 큰일 날 것 같았다.

얼른 구청에 신고했다.

“새끼 고양이가 아니면 출동하지 않습니다. 성묘(成猫)는 별도의 보호 제도가 없어서 마음 따뜻한 분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랍니다.”

은근히 책임 전가하는 저 말투!

데리고 가서 치료하기 싫으니까 전화를 한 것 아닌가?

자비심과 인내심이 종잇장처럼 얄따란 나는 게으르기까지 하다.

언덕을 오르며 여동생한테 고양이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고 문자 했다.


- 고양이는 죽은 듯이 낮잠도 잘 자. 신경 쓰지 마. -


오늘 체육관을 나서며 고양이가 있던 자리를 가보았다.

없었다.

다행이었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지만 부디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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