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 않은 삶을 산 사람의 넋두리
나는 내가 나르시시스트인지 몰랐다. 요즘 내가 쓴 글을 계속 퇴고하면서 느낀 거지만 "내 능력에 비해 글이 잘 써졌네"라고 혼자 감탄할 때가 가끔 있다. 그러면서 멋쩍어 웃기도 한다.
글을 시작하는 구상 당시 없던 이야기가 쓰면서, 또 퇴고하면서, 앞뒤 문맥에 따라 저절로 피어 나온다. 그땐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작곡가가 갑자기 악상이 떠오르면 급하게 허밍으로 녹음한다. 아니면 영원히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글도 영감이 떠오르면 바로 쓰든지 아니면 메모를 한다. 안 그러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 버린다.
안 잊어버리려고 메모를 하다가 생각이 더해져 앞뒤로 이어 붙이다 보면 문장이 생긴다. 문장을 만들다 보면 제목도 생긴다. 생각하지 않은 글이 저절로 생겨난다. 공짜로 만든 글이다.
글은 영혼이다. 글 한편을 퇴고하고 나면 농부의 수확 같은 기쁨도 따라온다. 나중에라도 글이 멸절하지 않는 한, 비석처럼 남아서
누군가는 내 생각을 생각하겠지. 내가 글을 쓰는 이유이다.
나는 출간 욕심도 없고 깜도 안 된다. 사람은 누구든지 정체성(Identity)이 있다. 세상에 왔다 가는 흔적이다. 표현하지 않으면 땅속에 같이 묻힌다. 그래서 느낌이 올라오면 무작정 쓴다.
<학생부군신위> 범부만이 가지는 《흔적》에 대한 집착이다. 석가는 집착을 떨쳐 내라 했지만, 현실을 살면서 마지막 욕심을 내보는 조그만 집착은, (...)
가져보지 못한 자의 <허무함의 허기虛飢> 같은 것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