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공감필법
이것저것 책을 읽다가 마음에 와닿는 글귀가 자주 있습니다.
특히,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꺼내어 읽다가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습니까? 그런 것 같나요? 저는 뭐 어떻든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의 삶에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믿으니까요. 우리 삶에는 우리 자신이 부여하는 것 말고는 다른 의미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실 이상할 게 없어요. 모든 생명체가 그러하듯 호모사피엔스도 태어나고, 성장하고 자식을 낳거나, 자식을 낳거나 낳지 않거나, 낳지 못하고 늙고, 병들고, 결국 죽습니다. 하루살이, 나비, 도마뱀, 들소, 산양, 고래나 같습니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어요.
우리 몸을 이루는 물질이 어느 것도 사라지지 않고 우주로 돌아간다는 것도 같습니다.
우리가 탐하고 갈망하는 것들 가운데 어떤 것도 객관적으로 의미 있는 건 아닙니다. 돈, 지식, 권력, 명예, 다른 모든 것들도 내가 의미를 부여해야 비로소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자기 인생을 설계하고 의미 있는 삶의 방법을 찾아나간다는 것을 빼면 호모사피엔스는 다른 종과 다를 게 없어요. 저는 그렇게 믿으면서 오늘 하루의 삶에서 사피엔스의 일원인 나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을 챙겨보고 또 다른 내일을 설계합니다.
유시민 <공감필법>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