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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강이 흐르게 한다

습관의 힘

by 한현수

잘 만들어진 루틴은 내 안에 흐르는 강이 된다.


나의 일상에도 루틴이 있다. 강물같이 흐르는 나의 루틴 일부는 이렇다. 집 근처에 있는 둘레를 걷는 일이다. 둘레 안에는 몇 개의 운동시설과 몇 종류의 꽃이 줄지어 있는 작은 정원이 있다. 둘레는 흙길과 모래길과 이끼 덮인 길과 보도블록으로 조각조각 이어진 길이며 200 걸음정도이다. 이 아담한 소품, 둘레 밖으로는 살구나무와 계수나무와 몇 그루의 목련이 서있다. 이웃들이 둘레를 찾는다. 누가 만들어낸 길은 아니지만 서로 약속한 듯 걷는다. 시작점과 방향은 다르지만 걷기를 보충하기에 나름 괜찮아 보인다.


둘레에서 사람들의 루틴이 보인다. 루틴을 구경하며 걷는 것도 루틴이 된다.


노인이 둘레를 걷는다. 한 바퀴 돌고 낮은 담벼락 위에 있는 솔방울 하나 옮겨 놓는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세 개의 솔방울을 모두 이동하고 나면 다시 원 위치로 돌려놓는다. 노인이 둘레를 12번 돌면 세 개의 솔방울은 네 번 양쪽으로 옮겨지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기억하기 좋아. 아니면 다 잊어버리게 되지" 노인에게 솔방울은 계산하는 뇌(스마트 계산기)인 셈이다. 꽃들의 일상도 반복이다. 가을에는 살구나무가 둘레에 살구를 떨어뜨리고 겨울에는 계수나무가 솜사탕 냄새를 흩뿌린다. 모두 각자의 루틴이다.


나는 이 루틴을 좋아한다. 둘레를 걸으며 딱딱해진 근육을 푼다. 이웃과 인사를 하고 서로의 건강을 염려해 준다. 동녘에서 날아와 살구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 코모레비를 본다. 동녘의 햇살은 살갑다. 아침 햇살을 눈으로 보고 뇌 속 깊숙이 비추이게 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아침햇살을 생체시계로 초대하면 수면이 건강해지니까. 아침햇살로 일주기 리듬을 세팅하며 하루를 연다. 언제나 첫 만남처럼 그렇게,


하루

하루

하루


물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내듯 물방울 같은 반복이 중요하다. 물방울이 모이면 강물이 된다. 물방울 같은 하루가 강을 만들 수 있다. 하루가 소비되어 남은 건천이 아니라 하루가 축적되어 만들어진 강 같은 삶이면 얼마나 좋을까. 나이 든다는 것도 내 안에 강물이 흘러가는 것이면 얼마나 좋을까. 강은 지치지 않으며 방향이 분명하다. 일상이 건강하게 축적이 되면 삶이 흘러가듯 느껴진다.


내 안에 강이 흐르게 한다, 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매일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면 강물 같은 습관이 만들어진다. 그렇게 되면 무의식적으로도 반복 행동하게 되어 뇌는 에너지를 절약하게 될 것이다. 뇌의 중심부에 있는 기저핵이 그런 역할을 하는데 루틴을 만들어서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려는 것이다. 그런 경제적인 효과로 인해 뇌는 루틴을 즐긴다.


좋은 루틴을 만들면 삶의 균형을 배운다.

좋은 습관을 만들면 일상의 근력을 얻는다. 습관의 힘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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