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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음 Sep 22. 2022

나를 얼만큼 사랑해?

봄, 사랑의 계절





생각보다 더 많이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건, 잠에서 깬 너의 목소리를 듣고는 나도 모르게 괜스레 미소가 지어진다는 걸 알게 됐을 때였다.



너의 잠을 깨우고 싶지 않지만 네가 일어나서 가장 먼저 듣는 목소리가 나라는 게 특별한 사람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너에게 특별한 사람이 나고, 나에게 특별한 사람이 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자꾸만 눈을 마주치며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었고, 안 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그리워했다.



나 자신보다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은 없어서, 삶에서 나보다 더 사랑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몰라 너에게 자꾸만 물었다. 아주 뻔하고 흔하지만 대답하기 어렵다는 그 말.



"나를 얼마큼 사랑해?"     



질문에 답하기 어려울 걸 알면서도 자꾸 물었던 건 너의 대답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내 마음을 울려대서였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저 네가 내 옆에서 목소리를 들려준다는 사실에 안도했던 걸까.



무더운 여름날 선풍기뿐일 때

선풍기를 너에게 더 가까이 둘만큼 너를 사랑해     


사막을 걷다가 우리 둘 다 목이 너무 말라

그리고 물은 겨우 딱 한 모금이 있어.

물을 마시지 못하면 죽을 것 같은데도

한 모금의 물을 너에게 줄 만큼 사랑해.     


비 내리는 날에 작은 우산이 하나 있어.

그러면 그 우산을 너의 머리 위에 펼쳐서

나는 젖어도 너는 안 젖게 해 줄 만큼 너를 사랑해.          



자신보다 누군가를 사랑한 적이 있었다는 사람은 실로 행운이 아닐 수 없다는데 그런 사랑을 받아왔던 건 더 큰 행복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랑을 나도 누군가에게 해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 사람을 만난 건 문득 마주했던 한 순간의 경이로움이 아니었을까.



사랑은 모든 걸 바꿔놓는다. 단순한 하나의 사실부터 인생을 대하는 태도까지도 모조리.



커피를 좋아하지 않던 내가 커피를 좋아하게 만들어 놓고, 여러 가지 고민들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퇴근하고 마시는 술 한 잔을 좋아하게 만들고, 사랑을 이유 없이 주는 게 무엇인지 알게 만든다. 힘든 일마저 웃어넘기게 만들고 애쓰지 않아도 차분히 나가가면 다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만든다.     



"우리는 닮아가다 못해 같아진 것 같아!

똑같은 사람 둘이야!"     



그 말의 뜻을 아직까지도 이해하지 못했던 건 아직도 내가 많이 부족해서겠지만 그저 내 옆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사실 하나로 행복해져 버린다는 사실이 신기해 웃음이 나왔다.





'신지음 계절집'의 사계절 중 '봄 : 사랑의 계절'편 입니다.

4계절의 이야기가 틈틈히 올라올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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