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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빵소식 Feb 20. 2024

설계도 없이 지은 집 (출간기획서 1)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작가도전기 17화

기획이란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 바라는 것을 새겨보는 것'이다.

출간기획서 양식을 열어본 순간

'아차! 기획서라는 것이 있었구나.. T.T 어쩌지 순서가 바뀌었네...'


초보는 항상 허술하다. 출간기획서는 집을 지을 때의 설계도와 같다.

누구를 위해서 어떤 목적으로 어떤 디자인 컨셉을 담아야 할지 

미리 빈 종이에 새겨보는 것이다.

그러니 기획서는 글을 쓰기 전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혹자는 글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출간기획서만 투고하여 계약이 성사되었다 한다.

또 유명인에게는 오히려 출판사가 출간기획서 작성하여 출간을 제시한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이런 사례는 나와 거리가 멀다.


나는 많은 작가 지망생들이 걷는 지극히 일반적인 길을 걷는다.


종이에 적진 않았지만 나름 기획은 했다고 생각했다. 머릿속에서 막연히 ~

깊은 고민 없이 지은 머릿속 상상의 집 설계도는 여지없이 허술하다.


내 손에 집어든 출간기획서,

처음 눈에 들어온 것은 제목, 발행 의도, 컨셉, 타깃 독자를 적는 칸이다.

시작은 '이 정도야 적을 수 있지!'라고 자신감 있게 타이핑한다. 


제목은 미리 고민해 놓은 '술술 풀리는 지식재산(특허 편)'으로 적는다.


첫 칸을 잘 채운 후 멈칫한다.

'발행 의도라... 음...'

'그래 글쓰기를 시작하며 '글쓰기 카메라 앵글(쉽고 편안하게)'을 맞추지 않았는가?

 거기에 맞춰 작성해 보는 거야!'


'특허에 관련된 기본지식을 쉽고 편안하게 전달하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시작으로

몇 문장을 쓰고 나니 진도가 더 나가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면 글은 쓸 수 있는데 임팩트가 없다.


'쉽게, 편안하게'는 여느 기획서에도

자주 나타날 법한 문구이기에 보는 사람에 눈에 띄지 않는다.


찜찜함을 남겨둔 채 '컨셉'으로 넘어간다.

'컨셉이라?' 생각나는 거라곤 글쓰기 카메라 앵글 밖에는 없다.

다시 같은 내용의 반복에 민망함으로 인해 조금 다르게 표현한다.

'전문지식을 수필처럼 부담 없이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함.'


머리 위 새똥을 맞은 기분으로 다음으로 넘어간다.

'타깃 독자라.. 쉽게 풀어서 썼으니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다 포함되겠네!'

인구의 절반은 해당될만한 큼직한 문구로 적는다.

'자연계 학생, 이공계 학생, 회사원, 연구자, 사장님'


여러분은 어떻게 느껴지는가?

'술술 풀리는 지식재산(특허 편)'이라는 집을 잘 지을 설계도가 완성된 것일까?


'절대 아니다.' 이 정도의 설계서를 가지고는

짓고자 하는 집을 잘 표현할 수 없다.

잘 표현하지 못하면 보는 사람은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외부에서 바라보는 카메라 앵글로는 부족하다.

처음부터 내외부 모두를 자세히 나타내는 설계도가 필요했던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찾아보자.


발행의도는 책을 처음 구상했던 아이디어의 발상을 떠올린다.

아들의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이목을 끌자.

'어린 시절 '그건 내 저작권(전매특허)!'라고 외쳐왔던 우리는 사실 지식재산을 이미 알고 있었다.....'


컨셉은 '친구처럼 알아두면 나에게 득이 되는 특허.....'

추가하여 쉽고 편안하게 미리 알아두기만 하면 옆에 있는 친구처럼

어느 순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자.


독자는 각 독자층을 분리하여

'대학생 - 특허를 알아두면 취업 시 자기 PR에 활용하고, 업으로 기업인의 길을 걸을 수 있다.... ' 등으로

각각의 독자들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을 표현하자.


이렇게 생소한 출간기획서를 보완하며 써내려 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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