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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Nov 17. 2023

수줍은 당신, 골목길 그 카페 인 하노이

하노이 나만의 숨은 카페 탐방.  사진by하노이민언냐

궁금하지만 모른 척하고 싶다.

간략하지만 상세히 알고 싶다.

숨었지만 들키고 싶다.

그런 마음, 아시나요?


하노이, 숨어있기에 찾을 수밖에 없는 존재가 있다. 수고한 그대의 걸음에 위로와 정성을 담아 내린 커피 품은 그 골목, 그 카페.


카페 러버라면 필요한 세 가지 필수요소가 있다. 시력과 맞바꾼 인터넷 검색, 구글 맵의 배신으로 길을 잃어도 오뚝이처럼 일어날 끈기 그리고 더위에도 지치지 않을 체력이다. 여기에 발이 되어줄 친절한 기사님이 더해지면 천하무적! 깊숙하게 은밀하게 숨을수록 더욱 유혹적이다. 빨랫줄 몇 가닥, 타바코 간판, 오래된 자전거를 지나 귀퉁이를 돌면 보이는 너! 이 매력, 출구란 없다. 대형 체인점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아우라야말로 유네스코가 지정해야 할 하노이의 보물! 베트남 골목카페, 어디까지 가봤니? 레츠기릿~


Chị ơi, ngõ này nhỏ quá, xe ô tô không vào được, phải đi bọ.”

“Thế à? Okay nhé. Cảm ơn, em.”

“찌 어이(연상 여성을 부르는 호칭), 이 길은 너무 좁아요, 차가 들어갈 수 없어서, 걸어가야 해요.”

“그래요? 오케이! 깜언, 엠(연하를 부르는 호칭)“


열 보 후퇴, 쩜오 전진! 역경 속에 맛보는 열매가 더 달콤한 법이다. 차 진입이 어렵다고 말하는 기사님이 이젠 놀랍지 않다. 동네 한 바퀴 휘휘 돌아 입구를 못 찾고 미궁으로 빠지는 상황, 이제 익숙하다. 현지인도 모르는 하노이의 구석구석을 파고들며 우쭐해진다. 쉬운 승부는 재미없어! 숨을수록 숨길수록 화르륵 불타오르는 집념의 한국인~ ‘어 리틀빗 변태인 자신‘을 발견한다. 쓰읍~




1. 당신을 만나 두근거려요 , ‘훈 카페 Hoon cafe’

ngồi suống nghỉ một chút!
잠시 앉아 쉬고 가요!

하노이에서 나만의 아지트를 묻는다면 단연 탑 3에 든다. 혼자만 간직하고 싶어, 끝까지 공개하기 싫은 공간이기도 하다. ‘러브레터’(1995년 일본영화, 첫사랑 장르의 시조새)의 두 명의 후지이 이츠키(동명이인의 남녀 주인공)가 창가에서 속삭일 것만 같다.

더 특별해 보이는 건 이질적인 주위 분위기 덕분인지도 모른다. 커피 향이라곤 한 톨도 없어 보이는 동네니 말이다. 두 눈 부릅 용이 웅장한 사원, 찌르릉 자전거를 탄 여고생들과 공을 차는 동네 꼬마들의 웃음소리가 퍼지기 때문이다. 배경은 온통 흑백인데 카페만 선명한 컬러를 품어, 돌출되어 보인달까.


그래서 한없이 조용한 카페 안 평화로움이 꿈처럼 느껴진다.

훈카페가 사람이라면 세상 초월, 무욕의 초식남?


오후 6시면 문을 닫는 짧은 영업시간이 너무 어울린다. 무심코 초식남을 떠올리지만 정작 주인은 세상을 밝히는 환한 미소의 안경 낀 사장님이다.  

사회인과 학생의 경계선에 선 그녀는 항상 깨끗한 앞치마를 하고 있다. 단정한 모습에 언제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신 짜오, Xin chào.” 한마디에도 묻어나는 외국인 포스는 그녀를 긴장시킨다. 이내 베트남어가 통함을 알아챈 그녀는 싱긋 웃으며 열심히 응대해 주었다.

운명의 라테를 만난다.

2500 원(50 케이)에 이런 맛, 비주얼은 반칙이다. 혀에 착 감기는 크림과 바삭한 쿠키까지, 이건 범죄다. 이름마저 로맨틱한 Sampa Latte 삼파 라테잖아. 당신은 취향 저격수인가. 분위기에 취하고 라테에 반하는 훈 카페, 만세!

이토록 아담한 공간에서 종횡무진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는 노루 한 마리! 저인 걸 눈치챘나요?


벽면의 로고에 반해서 밖에 터를 잡아봤다. 딱딱한 나무 의자에 엉덩이가 쪼개질지언정 이런 비주얼이라면 한 번은 앉을 만하… 다시는 앉지 않지만요~


하노이에 있어도 추억하게 되는 ‘훈카페‘다.


영업; 8AM - 6PM

가격; 35K - 50K (1700 - 2500 원)

Wi fi PW; 40ngo267

추천; sampa latte(산뜻한 달달함)


2. Baked and friends


씁쓸한 인생에 당분 가득 달달함을 붓고 싶은 당신! ‘BAKED’로 초대한다. ​

‘Baked and friends 50m’

포스터라긴엔 너무 심플하고 간판이라기엔 아주 겸손한 벽보 한 장! 하지만 번쩍번쩍 오색불빛 간판보다 강한 존재감을 뿜는 게 심상치 않다.


겸손한 벽보가 아니면 네버 들어설 일은 없다. 50 미터가 어느 정도인지 도통 알 수 없는 길치랍니다. 일단 직진하고 모퉁이를 돌아보니 ‘BAKED’ 도착했다. 호수 뒤편으로 이렇게 조용한 곳이 있다니. 떠이호(Tây Hồ, 서호)는 무궁무진한 동네야.

도착하자마자 연속 사진촬영의 향연, 놓아버린 정신줄을 찾아요~


하마터면 카메라를 쥔 채 문워크로 등장할 뻔했다. 등장부터 요란한 등짝에 꽂히는 뜨거운 시선! 열 장쯤 찍고서야 인기척을 느낀 거 실화냐. 본능에 올인하고야 말았지만 부끄럽지 않아. 앞치마에 패셔너블한 뿔테의 그녀! 밝은 미소로 손짓을 한다.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능력자이자 주인은 “플리즈 컴인 Please come in.”을 외치며 가게로 초대했다. 공간은 사람을 담는 그릇, 곳곳에 묻어 나오는 그녀의 취향이 탐난다. 그림 한 장, 벽 페인트 하나까지 허투루 놓은 게 하나도 없다. 좋아하는 아티스트, N이 직접 한 벽화 작업과 그림이 반갑다. (당시 하노이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그녀는 지금 남화공으로 돌아갔다는 아쉬운 소식...) 이래도 안 반해?!

‘BAKED and friends’


계산대에서 눈에 띄는 사진들. 환하게 웃음 짓는 그녀와 친구들을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핼러윈, 크리스마스 등 시즌별 이벤트나 음료 메뉴도 풍성한 카페! 미국 시트콤 ‘프렌즈’의 실사판이란 이런 거지.

​스위트함이 어메뤼칸 스타일, 뉴욕 같다. 글쩍 글쩍, 뉴욕 땅은 밟아보지도 못했습니다만…… 미국 시트콤으로 배운 느낌, 알잖아요~ 한입 베어 물면 단맛에 혀부터 마음까지 몰캉몰캉 해진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빵순이는 쿠키와 스콘도 좋아한다. BAKED를 베이킹 고수로 인정! 땅 땅 땅!

​벽보 한 장보고 산책길에 들린 첫 방문(가족)을 빼고 열이면 열 번, 모두 혼자 왔다. 오히려 혼자되기에 완벽한 공간! 음료 쿠폰을 지참하고 적립할 정도의 찐 단골 카페, Baked는 가는 길도 운치 터지는 호수길이다. 덕분에 온종일 여행자가 된 기분도 만끽할 수 있다.  2021년, 따끈따끈하게 오픈했던 BAKED를 재빨리 알아본 그때의 내게 치어스!


영업; 9 - 6시

음료; 35- 65 케이 (1700 - 3000 원대)

쿠키, 케이크; 50- 55 케이 (2500 - 2700 원대)


3. 벅찬 하노이의 열기를 칠 chill! ‘벅 카페 앤 칠’ Bấc - cafe & chill


벅, 코르크나무(Bấc)란 뜻의 벅 카페 앤 칠! 군더더기 없어 더 핸섬한 카페를 만난다.

골목길 숨은 카페의 해시태그는 소박, 아담? 아부지 밥상과 우리의 편견은 엎어줘야 제맛이다. 좁은 길, 전봇대의 작은 나무 간판과 화살표만 보고 멋대로 판단하기 있기 없기? 고백컨데, 아기자기 작은 사이즈의 공간을 연상한 사람이 바로 나님이다. 하지만 웬걸? 이거슨 ‘올어라운드 플레이어’이지 아니한가.

유러피안 건축물을 그대로 간직한 것부터 심쿵 포인트!


노천카페를 위한 초록초록 정원에 무심한 듯 툭툭 놓인 의자들까지! 창문으로 얼핏 보이는 직원도 눈에 띈다. 단단히 박힌 돌계단을 밟고 서니 안이 더욱 궁금해진다.

1층은 팝 감성 물씬한 알록달록 데코레이션이 똿!


베트남어를 하면 영어가 아닌 베트남어로 응답하는 친절한 직원들에게 박수! 하노이에서 이런 상황은 쉽지 않다. 베트남어로 물어도 영어 대답이 돌아오는 게 일상이기 때문이다. (벅 카페의 직원들은 영어도 가능하다.) 덕분에 행복 지수 업! 이 맛에 베트남어 공부하는 거 아닙니꺄. 계단을 오르니 커다란 창가에 따스한 채광이 쏟아진다. 햇빛은 거들뿐~ 2층 발코니에서 소곤소곤 수다를 떨며 커피를 홀짝여도 좋을 것 같다.

작업실 저리 가라의 튼튼한 우든 테이블에 반하고 커플들의 다락방에 치인다. 오래됨의 미학을 보여주는 바닥의 타일은 또 어떻고! 조용함 속의 녹아있는 자유로움에서 ‘칠’함이 뿜뿜~ 빈티지 티브이 속을 유유히 거니는 붕어도 신의 한 수다. 어제와 오늘을 연결하는 휴게소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카페인은 충전했지만 여전히 카페가 그리운 이들은 노워리~ 달랏에서 날아온 차가 있다. 더운 하노이를 상큼하게 채워주는 ‘짜 호아 달랏’과 한 스푼에 퍼지는 달콤한 애플 파이란! 이 조합, 대 찬성! 은혜로운 가격에 다시 한번 소리 질러 ‘아임 인!’


Bánh Tart Táo 45K 한화 2200 원

Trà Hoa Đà Lạt 55 K 2700 원

Cookies Oatmilk 25 K 1200 원

제아무리 감동 장벽 높은 무쇠심장도 ‘벅 카페’의 핸섬함과 평화로움에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다. 아직 반하지 않았다면 당신은 AI! 무생물도 맘에 들면 무조건 핸섬 가이로 부르는 나란 뇨자, 훗훗훗!   

베트남, 엠지 세대( gen Z 젠지)가 자주 쓰는 영어 단어 중 하나가 바로 chill이다. 한국에서 ‘릴랙스’를 베트남에서는 ‘칠’로 쓴다. 벅 카페 앤 칠로 이름을 붙인 건 더운 하노이에서 잠시 쉬어 가는 카페라는 의미가 아닐까.


영업; 9am- 11pm

가격; 35 케이 - 60 케이 (한화 1700 - 3000 원)

디저트; O

Wifi PW; haveaniceday


피. 에스. 아까운 아차상, Nấp Space로 여운을 남기며 휘리릭~

다음 주, 금요일에 만나요~

헨 갑 라이 트 사우 뚜언 사우 녜~ Hẹn gặp lại thứ 6, tuần sau nhé.

Nấp Space (넙 스페이스, nấp; 숨다, 숨기다)

숨은 공간이라고 노골적으로 드러낸 카페, 넙 스페이스로 힐링 한 잔, 홀짝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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