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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Nov 03. 2023

부산에서 온 커알못, 하노이에서 커피에 눈뜨다

매거진 ‘하노이, 커피로 채우다’ 에필로그    일러스트by하노이민언냐

원데이 원 하노이 카페? không, nope! 아니 아니, 투 카페도 해내는 Người Hàn(응어이 한, 한국인)이 여기 있다! 예압~ 잇츠 미!


4년 꽉 채운 하노이 라이프에서 카페 지분은 8할 아니 9할은 된다. 부산에서 coffee의 c도 모르고 살았기에, 4차 산업혁명급 변화다. 한국에서는 모였다 하면 커피 마시는 걸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단맛 중독자를 만족시키기에 카페인은 너무 썼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실 바엔 건강함을 주는 홍삼을 먹겠다는 망언도 했더랬지. “커피 안 마셔요? 아직 인생의 쓴맛을 못 보셨나 봐~”라는 말도 들었다. 굴곡과 노력 제로의 인생으로 매도당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결같은 취향을 넘어 ‘논-커피’적 삶을 고수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가뜩이나 쓰디쓴 세상, 세치 혀라도 달달하게 녹여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다수가 사랑하면 세모눈을 뜨고 의심부터 하는 염세주의적 DNA도 무시 못하고 말이다. 45도쯤 비껴간 비스듬한 취향으로 살아왔기에 모두가 애정을 쏟는 커피라는 녀석에 반발심도 있었다. 내추럴 본, 아싸로서의 반항심과 고집에 시동이 걸린 것이다. 천하의 ‘ex 안티 커피인'은 지금 어찌 되었죠? 하노이에서는 카페 없이 살 수 없는 ‘카페 중독자’가 되버렸다. 인생은 장담하는 게 아니라더니, 4년 동안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세계 원두 수출국가 2위의 베트남, 하노이에서 꽌까페 (quán cà phê, 카페)로 새로 태어난 이유를 풀어나간다. 롸잇나우!



매거진 ‘하노이, 카페로 채우다’의 맛보기! 매거진에는 수록되지 못할 아쉬운 ‘아차상’의 주인공들만 살짝쿵 보여드릴까요?단언컨데, 여전히 긴가민가한 당신의 마음을 제대로 삼킬 수 있다고 말이다.



고양이라 행복해요~ ‘냥이 집사’의 카페부터 스타트!

Azalea Coffee Hanoi

‘그으대에는 모오르죠오~ 애써 숨겨어오온 나의 사라앙이~’​


2000년 대, 보아의 팬으로서 AZALEA라는 카페를 보고 반가웠다. 보아의 노래 중 ‘아잘레아’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흥얼흥얼 여전히 어여쁜 보아는 사랑입니다. (아리가또우, 보아짱 덕에 도쿄에서 힘내어 공부할 수 있었다.) 아잘레아의 꽃말은 사랑의 기쁨! 카페에 찰떡이군요.

달달한 박시우 bạc xỉu가 4만 9천 동으로 한화 2천5백 원!


외국인도 관광객도 없는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해 더욱 평화롭다. 번잡하지 않아 좋은 카페는 아담한 정원과 고양이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 말입니다. 살짝 얼굴만 내밀어주는 꼰메오(고양이, con mèo)는 섣불리 다가오지 않는다. 멀리서 바라봐도 어여쁜 너는 지금 누굴 찾고 있는 걸까.



도심 속 호수를 아시나요? 그게 끝이 아니다. ''받고 고양이까지? 하노이에서는 된다. 뷰도 냥이도 당신이 원하는 건 다 된다.


Lofi House

서호, 일명 웨스트 레이크로도 불리는 떠이호(Tây hồ)는 하노이에 오면 한 번은 지나치게 되는 대형 호수다. 이런 호수를 보고 커피타임을 한단 건, 기적과도 같은 거죠~

까꿍~ Mèo야, 신 짜오~

많은 카페를 다니다 보면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다녀와서 어떤 인상도 없이 머릿속에서 소멸되는 카페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한 번만 가도 잔상이 진하게 박히는 곳이다. 로피 하우스는 후자다. MZ 세대에 딱 들어맞는 갬성 촉촉 세련된 인테리어는 물론 호수가 훤히 보이는 멋진 풍경까지! 99.9프로가 완벽해! (0.1 프로는 그냥 남겨 둬 봤다. 호락호락하지 않은 뇨자가 되고 싶어!) 지금쯤 조금은 더 자랐을 녀석이 궁금해진다. 촉촉한 눈망울의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 아기 고양이! 이번 주말에 쓰윽 들릴까 고민이 된다.

이날도 어김없는 마시는 박시우 커피, 5만 동(한화 2천5백 원)과 크루아상 4만 동(2천 원)을 옴뇸뇸! 의외로 질긴 크루아상에 깜짝 놀랐다. 커피는 맛있지만 다시 먹을 빵은 아니다. 사실 로피 카페라면 분위기에 취해 타이어라도 씹을 기세지만 말이지.


어쩌다 마주친 골목길, 그 카페! 물결치는 햇살마저 아름다운 신타 하우스 커피

Cinta House

골목에 있는 로컬 카페를 향하다 보면 하늘을 올려다보게 된다. 높은 건물 사이로 쪼꼬만 하늘이 빼꼼! 건물들이 워낙 촘촘하게 있어 미로 속을 헤매는 비현실적인 기분까지 든다. 거기에 오랜 프랑스식 건물을 감상할 수 있고 말이다.


사실 원래 목적지는 Rauta House Cafe였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라우타 하우스 카페는 어디에도 없었다. 신타 하우스로 바뀌었다는 의심은 1도 하지 못한 채 지나쳐버렸다. 윽! 알고 보니 구글 맵은 (구) Rauta House Cafe도 (현) Cinta House Cafe도 같은 주소로 검색이 되었다는 놀라운 사실! 물론 알 리 없는 길치 한국인은 땀을 흘리며 왕복 3회를 해버렸다는 사실! 또르르~


하지만 아무리 봐도 신타 하우스 카페를 제외하곤 그럴싸한 곳이 없었다. 어긋나지만 결국은 만나게 되는 우리들! 이게 바로 ‘데스티니‘지.

1층 카운터에서 만난 친절한 em ơi(엠 어이, 연하를 부르는 호칭)는 영어로 인사를 건네왔다. 한국인이냐고 물으며 두 눈을 반짝이며 말이다. “YES.”라고 답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예쁘다.”를 연발하는 그! 하하, 이런 슬기로운 친구를 보았나. 언제 들어도 기분 좋고 언제 들을 일이 없는 칭찬이 아닌가. 진실 따위 개나 줘버려어~ 어쨌든 예쁘다며 칭찬받으니 기분이 좋다. 그는 ‘대구’에서 온 친한 한국인 친구가 있다며 페북을 펼쳐 보여주었다. 가게 이름을 바꾼 것 그리고 2층이 더 좋다며 마음에 들어 했으면 좋겠다고 수줍게 덧붙였다.   

아이스 박시우 bạc xỉu đá -  45케이​, 2천 2백원의 은혜로운 가격에 양이란! 헤매는 수고가 쌉 지워진다. 초콜릿 수제 쿠키 1팩 bánh cookies도 35 케이로 한화 천 7백 원, 소리 질러~

상냥한 엠어이를 닮아 아늑하고 평화로운 신타 하우스에서 2시간 30분을 뭉개고 왔다. 그동안 밀린 블로그와 레이먼드 카버 그리고 베트남어 단어 공부를 열심히 해낸 반나절! 조용하고 묵직한 신타 하우스 커피라 가능했지 말입니다.


카페를 나서는 순간, “감사합니다.”수줍게 들려오는 한국어 한마디! 카운터에서 나눈 상냥한 몇 마디 덕분에 계획에 없던 초콜릿 쿠키도 사버렸다. 맘 약한 한국인! 아무래도 ‘엠어이’는 카페 운영에 고수인지도 모른다.



자, 이제 하노이 카페에 무릎 꿇어버린 이유가 납득이 가십니까?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내 손목을 걸겠소! (가져가봤자 마늘도 못 깔 비루한 손목이지만 말이죠~)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대의 마음에 바람이 불었다 ‘ 하노이, 카페로 채우다’에 라이킷, 꾸욱 누르기로 약속! 거기에 넥스트 연재도 기다려 주길~ 하노이 꽌 까페가 주는 선물같은 힐링타임은 매주 금요일에 찾아온다. 


트 사우, 헨  라이 녜!(‘Thứ 6, hẹn gặp lại nhé! 금요일, 씨 유 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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