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노이 민언냐 Nov 24. 2023

2천 원 커피로 찍는 극락좌표- 하노이, 뷰 장인카페

사진by하노이민언냐

Bonjour Cafe 봉주르? 봉주흐 카페

봉주르? Non! 아니죠~ 봉주흐, 예압, oui!

호떠이 (Hồ Tây, Westlake, 서호) 앞, 사뿐히 내려앉아 지긋한 시선을 던지는 카페가 있다. 하노이에서 ‘뷰 장인 카페’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Bonjour cafe’다. 호로록 마시는 커피와 스르륵 스며드는 뷰란! 여기가 지상 낙원, 파라다이스 아닌가요?

가도 가도 끝이 없고 파도 파도 계속 되는 카페 투어 인 하노이!

무궁무진한 카페 천국, 하노이야! 스릉흔드. 주어진 커피타임은 단 2 시간! (운동 후, 돌아서면 아이들이 귀가하니깐요~) 요즘같이 가을바람 살랑이는 날엔 바람 따라 구름 따라 떠돌고 싶은 방랑객 본능 더 강해진다.  이럴 때, 필요한 게 바로 커피, 뷰 그리고 힐링이다. 제자리걸음일지언정 불어를 포기하지 않으리~ 결심만 육천 번한(어쩌면 모어 댄 댓) ‘프로 결심러’에게 이름마저 취향저격, 봉주흐! 이러니 안 가고 배겨?

영업시간이 아침 7시 반에서 10시 반(주말에는 11시)까지다. 엠어이(em ơi, 연하 호칭, 직원 부를 때 씀) 괜찮은 거죠? 길어도 너무 긴 영업시간이 쇼킹하다. 한국에서는 상상 불가! 하지만 베트남은 더운 나라답게 해가 빨리 뜨기에 하루도 더 빨리 시작한다. 7시 반 오픈, 놀랍지 않다. 심지어 ‘빈전’(Bình dân 퍼를 주로 파는 일반 식당)은 새벽 5시에도 연다. 10시가 넘어야 모닝커피가 가능할까 말까한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서울에 사는 미국인 친구 A와 Y는 늦은 한국 카페 오픈을 한탄하며 ‘대체 모닝커피를 어디서 마시냐’고 자주 말했다.)

1층의 창가 자리도 좋지만 호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 주문을 하고 뭅뭅! 2층으로 올랐다. 작업을 가능케 하는 조용한 분위기, 브라보! 패드를 안고 달린 난 오늘도 뿌듯함에 콧평수가 두 배가 된다.


평화롭고 잔잔한 호수와는 달리 지금 필요한 건 스피드~ 빠르게 움직여야 명당을 차지할 수 있다.


푸릇푸릇 한 나무 그리고 탁 트인 뷰로 이미 베트남 젠지(gen Z = 엠지 세대)들에게는 유명하다. 평일 오전이건만 부지런한 베트남 커플과 레이들로 2층은 자리가 차버렸다. 흔들리는 시선으로 기웃거리자 직원이 다가와 3층으로 자리를 안내했다. 까.. 깜언, cảm ơn. 삐걱삐걱 계단에서 흔들리는 무릎이여~ 좀처럼 2층 이상은 오르지 않는 주의지만 애써 다가와준 뜨끈한 직원의 정성을 생각하여 움직여 본다. 이런 서비스라면 프로 역정러도 ‘Không’(No)을 외치기 힘들지. 그때 계단 옆 조용히 숨은 승강기가 눈에 보였다. 빛의 속도로 냉큼 버튼으로 달려든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직원의 주의뿐! 무늬만 승강기입니꺄? 물품을 싣는 운반용 승강기라니. 나도 짐짝으로 취급해 줘~ 손님은 싣지 않는 승강기 따위, 워이 워이~

계단 지옥을 벗어나니 역시… 아파트도 고층이 왜 비싼지, 팬트하우스를 왜 좋아하는지 알 것도 같다.


뷰에 심멎! 이 풍경, 대 찬성이요! 내적인 쌍따봉을 마구 날리며 승강기 탑승에 실패하고 분했던 마음이 스르륵 녹는다. 뭉친 근육엔 폼롤러 마사지, 흐린 눈엔 파릇파릇 나무와 호수가 직방이다. 안구를 타고 흐르는 녹음 덕분에 뇌까지 아삭아삭 영해지는 기분이다.

호수가 가장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타닥타닥 키보드를 치는 나! 훗! 좀 멋진데?


선선한 날씨에 야외석으로 할까 고민도 했지만.. 강한 자외선은 기미를 유발… 또르르~ 더 이상의 잡티는 거부하마. 실내로 자리를 잡아도 싱그러운 채광과 풍경이 오로시 전해진다.

피. 에스. 가격은 에그 타르트는 4만 5천 동으로 한화 2천 원을 조금 넘고 솔티드 캐러멜 마키아토는 7만 동으로 3천5백 원이다. 가격도 분위기도 공간도 모두 엄지 척! ‘봉주르 커피’는 호수를 끼고 앉은 Nguyễn Đình Thi, Thuy Khuê, Tây Hồ가 (Tâu Hồ의 다른 지점이 있으니 주의) 최고다.



Clover Coffee & Tea(클로버 커피 앤 티)와 찾아온 행운의 여신!

구글 맵아, 정신 차려! 철썩철썩~ 구글 맵이 사람이라면 멱살과 빰을 갈겼으리라. 가상의 너라 다행이다. 하마터면 폭행죄로 철컹철컹 될 뻔했다.


구글 맵도 계절을 타는 걸까. 본분을 잊고 정신 못 차리는 날이 있다. 맑은 하늘아래 선선한 바람을 쐬며 커피 한잔을 마시고자 한 게 그리 큰 잘못이었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을 마주하는 순간이다. 길치 인생 4N 년, 해외에서도 ‘구그리‘ 너만 보고 살아남을 수 있건만…... 구글 녀석에게 뒤통수 똿! 발등 콱! 폐업과 업종 변경도 버젓이 운영 중으로 둔갑시키니 말이다. 카페인이 고픈 선량한 한국인은 주르륵~ 눈에서 땀을 철철 흘린다.

쭝투(베트남 중추절, 추석)를 맞이해 알록달록 화려하게 변신한 카페

‘클로버 커피’는 잡초 속 네 잎 클로버처럼 운명처럼 나타난 구원투수다.


하나 삐끗하면 줄줄이 불운이 따르는 날이 있지 않나. 이날이 그랬다. 1차 목적지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활발히 운영 중임을 확인하고 방문했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모래 한 줌 남기지 않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 번은 괜찮아,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목적지도 물을 시원하게 먹이다니! 즉흥적으로 쥐어짠 플랜 B였지만 보기 좋게 퇴짜 맞았다. 이번엔 업종 변경! 사장님의 변심은 무죄! 벗 But, 니응 nhưng 카페 투어엔 대 유죄! 이름도 그때는 맞지만 지금은 아니다.  카페치고 입구부터 하드 코어였다. 어마무시한 대형 드래곤볼 벽화가 눈을 부라리고 있더라니……이러다 경치 좋은 카페는커녕 헛걸음으로 하루가 끝날 위기였다. 나, 지금 떨고 있니?! 하지만 행운의 여신은 아직 존재했다.


절망의 낭떠러지에서 허덕이며 울분의 킹콩 스텝을 밟고 있을 때, ‘짠’ 하고 나타나준 게, 클로버 커피 & 티였다.

세상에 버림받은 암울한 낯빛이 순식간에 환희로 일렁이는 거 실화냐. 그때 세차게 땅을 굴린 덕분에 일대가 호수 아래로 10센티 침수되었다는 소문도 있는데 말이죠~ 빛의 속도로 태세전환하는 단순한 나, 치어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영화 오펜하이머‘ 원작) 완독을 향해 질주하던 나는 ‘카페인, 탄수화물’이 필요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설도 청결하다. 게다가 외국인이지만 베트남어로 응대하는 직원들에 플러스 10점! 로컬다운 은혜로운 가격( 30 케이 , 1500원- 50 케이, 2500 원)까지 10점! 청결, 가격, 조용함 여기서 끝나면 섭섭하지. 카페의 하이라이트인 뷰가 남았다. 2층, 3층, 어디를 가도 펼쳐지는 경치란! 사장님, 시력이 좋아졌어요~ 가슴 벅찬 감동이 밀려온다. 묻고 더블로 가! (타짜 포스지만 정작 ‘원카드’ 빼곤 화투도 볼 줄 모르고 손에 쥘 줄도 모르는… 게임 멍청이입니다.)

사진을 뚫고 들리지 않나? 꺅꺅 내적 비명이 말이다. 혼자 노루처럼 뛰어다닌 건 안 비밀! 어글리 코리안은 멈추지 않아! 부끄럽지 않아!


수십 장을 찍고 나니 오전 운동과 길 헤맴으로 얻은 피로가 밀려왔다. 이럴 땐, 뭐다? 단짠의 결정체, 까페 무오이(cà phê muối 45 케이, 한화 2000 원 초반)가 정답이다. (후에(Huế) 지방에서 온 까페 무오이는 소금커피로 하노이에서도 핫하다.) ‘siêu ngon , 시에우 응온’~ 대박 맛나! (요즘 엠지는 대박.. 잘 안 쓰죠? 짱… 도? 어느새 감탄사에도 연륜이 축축하게 베어버린 1인. ) 부드러운 크림의 단 맛과 소금의 짭조름함의 비율이 완벽하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호수를 마주하고 앉아 읽는 책 한 권! 이거 사약이라도 벌컥벌컥 쌉 가능할 것 같지 말입니다. 물론 제겐 무병장수라는 소박한 꿈이 있더랍니다.

2천 원의 행복! 근심을 날려주는 극락좌표, 하노이에서 한 번 찍어보시죠~

Hẹn gặp lại ở quán cà phê đẹp , thứ 6 nhé! (헨 갑 라이 어 꽌 까페 뎁, 트 사우 녜! 씨 유 후라이데이 인 뷰티풀 카페!)


피. 에스. 아차차, 아깝게 탈락한 또다른 뷰 장인들! 보여주고 싶어 혼자 더 안달나는 러블리 사진들을 투척하며 마무으리~


Quán tra thảnh thơi 꽌 쨔 타잉 터이

Eastern and Oriental Tea House and Coffee Parlour








이전 03화 수줍은 당신, 골목길 그 카페 인 하노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