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by 하노이민언냐
도심 속 숨은 숲 속에서 마시는 힐링 한 잔.
일 분이 하루가 되고 하루가 일 분이 된다. 시공간을 벗어난 마법의 순간을 선물하는 비밀 정원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어디서? 하노이에서!
Philo Garden
똑똑.
끼익.
나무 문을 열면
손짓하는 고양이 바리스타
한걸음에 한 방울씩
발끝도 마음도 커피 향에 젖어든다.
경치 좋고 핫한 카페, 레스토랑이 많은 떠이호(Westlake, 서호)! 동서양의 다양한 국적으로 ‘베트남의 외국’라고 불릴 정도다. 이국적인 정취는 물론 힙한 펍과 바로 나이트라이프까지 매력적이다. 하지만 떠이호의 메인 스트리트에서 한두 걸음만 벗어나면 인적이 드문 주거지가 이어진다. 그리고 뜨거운 열기가 닿지 않는 골목길을 파고 들어본다. 그림자까지 고이 품에 안은 정원식 카페가 있으니 말이다. 이름부터 평화로운 Philo Garden, 필로 가든이 그 주인공이다.
캠핑 러버들도 좋아할 필로 가든!
접이식 캠핑의자와 작은 나무 테이블이 노천카페의 천국답다. 볕 잘 드는 정원에 한 마리 고양이는 주인인 양 느릿느릿 걷고 말이다. 살랑살랑 제 집 마당을 산책하다가도 사람의 손길을 즐길 줄 아는 검은 고양이란! 이 세상 평화로움이 아닌걸~ 시간의 흐름이 가늠이 되지 않는 마법의 공간이랄까. 시공간을 초월한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로 향하는 터널이 카운터 뒤에 있을 것 같은 기분까지 든다. 어슬렁 대는 고양이는 알고 보면 미래를 점지하는 말하는 요정이 아닐까. 머리가 구름 위로 두둥실 떠오른다.
하노이 가을의 끝자락.
가지 마~ 무어 투, mùa thu! 하노이에서 5년 동안 살다가 작년 호찌민으로 이사 간 일본인 친구 M은 항상 하노이를 그리워한다. 특히 무더운 남부에서는 상상도 못 할 선선한 가을의 북부를 베스트 1위로 꼽는다. 이번 주부터 비 오고 습한 겨울의 그림자가 짙어졌지만 여전히 오후는 쨍한 하노이다. 청바지에 셔츠 한 장, 얇은 카디건 하나면 외출 준비 완료! 끝날 때까지 끝이 아니듯 아이스커피도 가을의 막바지까지 즐기려 한다. 입국 D-14의 카운팅에 들어가면서 해결할 수 없는 번민만 많아진 내겐 딱인 커피가 있다. 바로 ‘까페 무오이 cà phê muối’다. 후예(Huế)에서 온 소금 커피는 베트남의 전통 까페로 하노이는 물론 호찌민에서도 핫하다. 등판은 달달함으로 시작하지만 짭조름함의 커피맛으로 마무리~ 뭐든 다 되는 커피계의 오오타니랄까. 첫 한 모금부터 혀와 목까지 부드럽게 감기는 크리미함은 맥주 거품도 부럽지 않답니다.
이날 읽은 ‘채링크로스 84번지’ 덕분일까. 책이 너무 감동적이라 한동안 품고 다녔다. 헤어 나올 수 없는 채링크로스 84번지 덕분에 영문 원서도 주문한 건 안 비밀! 하노이의 단골 서점에서 3주 만에 어렵게 손에 넣었다. 채링크로스 84번지는 표지가 살짝 구겨진 중고책으로 손에 넣었는데, 스토리를 떠올리면 아무래도 빳빳한 책보단 중고 책이 더 어울린다 싶다. 그렇게 구한 영문 책은 아들과 함께 아껴 읽는 중이다.
영업: 8;30 - 23;00
디저트, 식사, 와이파이 : 0
음료; 30 -50케이 (한화 1500 - 2500 원)
Joie Cafe
Joie: 환희
평생 손에서 놓을 일이 없을, 헤어지면 분리불안 각인 ‘마이 버디’, 네이버 사전! joie 조이가 환희라고 친절히 알려준다. 이름부터 낯설지 않아~ 딸 쩡이에게 처음으로 내린(정작 한국이름만 썼지만..) 영어이름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만남이 한없이 운명적으로 느껴진 건, 착각 대파티일까. 카페에 해시태그를 붙인다면 바로 힐링과 휴식이다. 녜, 녜~ ’ 힐링‘이란 단어의 구태의연함을 압니다. 끄덕끄덕 도리도리 하면서도 결국 힐링으로 표현한 건, 착붙 단어가 따로 없다고~ 또르르~ 차를 거부하는 좁은 골목길을 걸어 들어가면 나무 간판과 게이트가 보인다. 수줍게 얼굴을 빼꼼 내민 듯 보이지만 입장과 동시에 알 수 있다. 이 녀석은 찐이다. 마음속까지 뒤집어 세탁하며 보송보송 건조기까지 완료되는 정화의 공간이니 말이다.
겨울이 슬며시 드리우기 시작한 이번주! 하노이의 하늘은 먹구름이 끼기 시작한다. 공기를 쭉 짜면 물이 한 바가지 나올 듯한 습함의 겨울은 악명 높다. 하지만 커피 수혈만이 묵직하게 누르는 기압을 떨쳐낼 최후의 보루란 말이지.
삐그덕~
나무 빗장을 열고 외국인 냄새 물씬, 신 짜오를 외치며 등장한다. 순간, 모든 시선이 꽂힌다. 앗~ 뜨거워! 그런 관심, 넣어둬~ 넣어둬~ 그리고 펼쳐진 네모 반듯한 정원! 정중앙에 위치한 나무에 작은 나무 창문 뒤에서 주문을 기다리는 직원까지! 가격도 35 케이에서 60 케이까지(한화 1700 원 - 3000 원) 착한 하노이 로컬 카페다.
조이 카페는 핫 스폿!
사진 열정이 뜨거운 젠지 세대들! 베트남 영스터 들은 SNS에 진심이다. 사진에 열정적이기로 유명한 그들은 이날도 인생 샷을 위해 수만 장을 촬영 중이었다. 그저 눈동자와 턱의 각도가 0.1도 다를 뿐 죄다 같은 포즈의 연사 같은데 말이죠. 이런 광경! 이젠 익숙한 1인이다. 난데없는 우쿨렐레 등장과 노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각자의 수다에 전념하는 주위의 쿨한 반응은 쏘 베트남이지 말입니다.
해가 반짝 떠오르면 야외 테이블을 강추하지만, 실내도 추천한다. 단체 테이블은 물론 데이트에 좋은 2인석까지! 너무 멋지잖아.
사진에 탁월하지 못한 똥손을 욕 하라~ 실물이 사진보다 더 운치 있고 아름답다는 걸 꼭 알아주시길~ 분홍빛 카네이션에 심멎~ 악 악 악! 요즘 바빠서 제대로 된 꽃을 데려오지 못했다. 여기서 터지는 사심을 채울 줄은 몰랐다. 꽃봉오리가 큰걸 보니 가격이 꽤 비싸겠어. 다음에는 그대를 내 집에 들이는 영광을 주시게나~
이 카페의 베스트 픽은 바로 작은 창문 곁에 있는 2인 테이블이다. 내가 왔을 때는 화이트 셔츠에 블랙 팬츠를 입은 사회인 남성 둘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여 놓쳐버린 명당!
막상 자리를 뜰 때 돌아보니 그들도 자리를 뜨고 없었지 말입니다. 아쉬움에 빈자리만 주야장천 찍어버렸지 뭡니까. 이렇게라도 점령하지 못한 자리에 한을 풀어본다. 친구들과도 함께 찾던 조이 카페는 열이면 열, 만족하는 믿고 가는 카페다. 특히 베트남 친구인 H와 함께 한 코코넛 커피, 까페 꼿즈어는 기억에 남는다. 그녀는 처음 왔다며 좋아했다. 조이 카페라면 수국 한 다발을 건네며 보여준 그녀의 미소도 함께 두둥실 떠오른다.
영업 7;30 - 21;00
디저트, 와이파이 0
케이크 39 케이, 한화 2천 원
음료 35 케이 - 60 케이, 한화 1700 - 3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