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명 센스부터 남달라. 이름부터 재기 발랄한 ca phê(cafe), ‘가페, Gà Phê ’다. ‘gà 가’는 살짝 내리고 ‘phê 페’는 윗입술 슬쩍 깨물어 발음하는 센스~ (포에버 레전드, 나훈아 샘처럼 말이죠~) Gà는 베트남어로 꼬꼬댁 치킨, 닭이다. 그럼 닭페가 되나.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자. phê도 엄연한 단어다. 한 음절이지만 제법 심오한 ‘비평하다’라는 동사고 말이다. 종합하면 ‘비평하는 닭’쯤일까.(베트남어는 불어처럼 명사+수식어 순서다.) 웃자고 던진 걸 진지한 강스파이크로 받아치는 어학덕후, 유죄!
카페를 가득 채운 위풍당당한 닭의 로고를 보니…… 사장님의 닭 사랑은 진심이네요.
도착하기도 전부터 귀가 본능이 발동할 정도다. 바로 인적 드문 골목에 숨었기 때문이다. 주택만 빼곡히 들어선 거주지라서 어떤 힌트도 찾을 수 없다. 빨랫줄 가득 세제 냄새는 어울려도 원두향은 1도 날 것 같지 않는 동네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반하는 건 반전 매력이 최고! 의외성을 띈 가페에 빠질 가능성, 만 프로이지 말입니다.
좁은 입구를 지나 도착한 카페는 곳곳에 멋진 그림들로 가득하다. 저기요, 여기 미술관입니까?
라테 50 케이 2500 원, 에스프레소는 무려 30 케이, 1500 원? 어제 비 온다고 1층 스벅으로 안주한 나, 반성하자. 스벅의 ‘체스트넛 몽 블랑 오트 밀크 Tall 사이즈’(헉헉 헉, Chestnut mont Blanc Oatmilk, 현기증 나~ 이름이 커피가 아니고 샴페인이야.) 한잔에 105 케이(약 5200원)였단 말이다. 하노이에 이토록 은혜로운 가격의 카페가 많은데 정신 차리기로 자동 다짐이 된다.
들어서자마자 시작되는 베트남어 러시!
직원은 의심 없이 베트남 고객으로 오해해 준다. 야호, 기분 좋은 오해, 좋아요~ 대 환영! 너무 빠르고 조용히 물어 다시 물으니 베트남어로 ‘오토바이 주차’를 묻는 것이었다. 주차까지 신경 쓰는 다정함이란.. 깜언, 벗 괜찮아요~
달달구리, 따끈한 모카로 시작한다. 55 케이, 3천 원도 넘지 않는다. 거기에 공짜 전시회를 온 듯한 합삐함은 덤!
이거슨 눙물이 아니야! 눈에서 흐르는 감격의 땀일 뿐이다. 하노이 갬성 물씬하지만 왠지 모던한 구석도 있다. 곳곳에 보이는 ‘gà 가’ 로고도 대담하다. 여기는 미술관인가, 카페인가. 아티스트들의 그림이나 일러스트북 등이 비치된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카페! 모니터나 책에만 코를 박고 있기엔 아까울 정도다. 시선을 휘휘 던지면 일러스트와 그림으로 안구와 두뇌가 정화된다. 고작 2700 원에 오전을 뭉개고 있으니 미안한 기분까지 든다. 그렇다고 빨리 귀가하진 않습니다만……
2층의 창가 자리는 채광이 좋다. 한없이 눈부신 햇살과 자외선이 쏟아진다.
햇빛 받고 비타민 D도 주섬주섬 챙기고 싶지만 참아야지. 요즘 기미와 주근깨가 한층 격렬하게 엉키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가 까페가 더욱 특별한 건 미술관 같은 인테리어뿐만이 아니다. 워크 스페이스라고 해도 하노이 카페라면 뭐다? 테라스와 노천카페! 덕분에 딱딱한 스터디 카페가 아닌 숨이 트이는 편안함도 있다.
사실 이날의 메뉴 선택은 조금 실수… 옅은 핫 초콜릿의 맛이 들어 조금 실망했다. 원두를 판매하는 걸 보면 분명 로스팅을 제법 할 텐데 조금 아쉽다. 어쩌면 모카는 추천하는 메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합리화를 해본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 쿨럭, 이런 공간과 분위기라면 한 번 더 기회를 줘도 좋잖아~
1인 1 테이블로 각자 작업을 할 뿐이다. 타닥타닥 사각사각 키보드나 연필 소리만 들릴 뿐이다. 두 명이 앉은 테이블도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혼자 노는 ‘아웃사이더’에게 딱이다. 완벽한 파라다이스, 유후~ 콘센트도 곳곳에 있고 좌석 배치도 맘에 쏙 든다. 2인용에서 6인용까지 입맛대로 골라 앉기만 하면 오케이. 2층을 혼자 점령하고 있자니.. 좋기만 하더라. 이런 고요함, 얼마 만인가.
피. 에스. 1층에는 각종 만화책과 굿즈가 판매 중이다. 작은 가게를 스르륵 훑어보는 것도 재밌다. 물론 베트남어 만화책만 있다는 사실에 주의하시길!
영업; 08;00 - 22;30
가격; 30K -50 K (1500 - 2500 won)
특징; 1층 만화책(굿즈) 가게
InFact Coffee & Workspace
이름부터 대놓고 작업실이란다. 정체성에 전혀 헷갈림이 없는 대쪽 같은 카페로세. 카페계의 포청천으로 임명한다. Infact Coffee & Workspace!
커다란 테이블과 콘센트, 앉으면 일어나기 싫은 허리가 편안한 곡선의 의자까지! 앤디 워홀을 꿈꾸는 크루가 모여 작업해도 위화감이 1도 없을 정도다. 알록달록 감각적인 색상과 그래픽 디자인이 무심한 듯 툭 심플한 듯 세련된 공간을 만드니 말이다. 앉아만 있어도 창의적 질문을 마음에 떨어뜨리는 카페로 안내한다.
외관부터 그레이빛의 모던함 뚝뚝! 최근 하노이는 여심저격 아기자기한 소녀적 감성카페가 인기다. 하지만 이런 유행에 대항하듯 온통 그레이의 외관이 왓! 화이트, 핑크빛 카페가 범람하는 바찌우에서 오히려 눈길을 끈다. 묵직한 꼿꼿함에 홀려 입장! 한걸음 내딛는 순간, 밀려드는 작업실 포스! 누구 하나 소리 내지 않고 시선도 주지 않는다. 조용함을 넘은 무관심함에 심쿵! MBTI성격검사에서 98% ‘I’는 기쁘다. 남몰래 밀려드는 환희에 내적 함성을 지르지 말입니다. 두근두근 나대는 심장소리마저 조심스러운 분위기! 알러빗! 작업을 하지 않아도 앉아만 있어도 뭔가 해낼 것만 같은 기분에 취하는 건 나만 그래? 배고픈 빵순이는 빵과 커피를 주문하고 곧장 자리를 잡는다.
로컬은 일반적으로 에스프레소 30 케이에서 (한화 1500 원) 시작되지만 인팩트 커피 앤 워크스페이스는 50 케이부터이다. 쏘 왙?! 조금 높은 가격이라 한들, 커피 한 잔에 종일 테이블과 콘센트를 점령할 수 있으니 불평은 넣어둬~ 넣어둬~ 위치도 구석진 골목이 아니다. 구김살 하나 없는 쨍한 볕이 드는 눈부신 역세권! 엠지 세대들과 상업의 중심 거기에 하노이의 부촌으로 유명한 바찌에우(Bà Triệu)이기 때문이다.
웨이러미닛! 제아무리 작업의 현장이라지만 본캐는 ‘카페‘잖아요?
맛 품평도 필수다. 에그 브레드는 짭조름함과 달달함의 절묘한 조합에 감탄의 연속이다. 게다가 라테 장인이란 걸 아시는지? 유러피안들도 칭찬해 마지않는 바리스타도 있다. 영어도 잘하고 커피도 잘 내리는 욕심쟁이! 본업도 게을리하지 않는 기특한 카페다.
드림 스터디 카페의 끝판왕! 다함께 제각각 다른 작업을 하지만 동료애까지 들끓는다. 집중력과 능률 향상을 원하는 당신, 주저 말고 달려오라.
영업; 08;00 - 22;00
가격; 50K - 75K (2500 - 3700 won)
아차차차, 아깝지만 놓친 ‘카공족 카페’
meer cafe, 호수 앞 그 작업실
평화로운 풍경과 함께라면 자판 위의 모차르트가 될 것만 같다… (‘것만 같다’가 함정이지만…) 머리는 복잡하지만 손가락만은 한결 흥겨워지는 미어 카페는 3층이 작업질로 푯말을 달고 있다. 수다는커녕 의자를 드르륵 거리기도 힘든 엄중한 분위기! 벽면의 큰 책장과 거대한 테이블은 흡사 도서관의 포스도 흐른다. (1층과 2층은 수다가 가능한 릴렉싱 스페이스)
조금 아쉬운 건 공간이 다소 작다는 것! 두세 명만 앉아도 꽉 들어찬 듯한 기분에 나도 모르게 주위를 의식하게 된다. 하여 숨멎 뷰와 뉴페이스다운 청결함에도 아차차, 아쉽지만 리스트에 올리지 못했다.
삐걱삐걱 게으름에 갈지자를 걷곤 하지만 하노이에 머무는 마지막 날까지 카페 투어 투비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