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by하노이민언냐
한 방울, 두 방울
꽃에 물방울이 똑똑똑
내게 커피가 뚝뚝뚝
회색으로 물든 하노이의 겨울, 입안 가득 커피를 퍼뜨려보자.
카펠라 Capella
한때 호떠이 주민에게 한인타운으로 이사하고 가장 아쉬운 게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바로 동네 커피다. 특히 카펠라는 동네 카페의 모범 답안 같은 존재! 자박자박 산책길에 들리는 정겨운 카페지만 유명한 커피 맛집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요즘같이 비 오고 흐린 날씨에 카펠라는 구원 그 잡채! 하노이의 겨울은 얕잡아볼 수 없다. 푸릇한 나무로 우거진 컬러풀한 싱그러움의 청춘 영화가 일순간 흑백의 텁텁한 무성영화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뿐만이 아니다. 공기를 한 움큼 뜯어내 쥐어짜면 주르륵 물이 떨어질 듯 높은 습기를 자랑한다. 아차 하면 대기에 몸도 마음도 압사당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카페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입장부터 힐링의 바람이 부는 카펠라는 화사한 컬러감으로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의 포인트는 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작품들이다. 벽에 걸린 대형 그림과 판화를 보고 있으면 갤러리에 온 기분까지 든다. 일본인 M의 남편은 사무실에 걸 대형 판화를 카펠라를 통해 사기도 했다. 아무래도 주인은 여러 아티스트들의 친애하는 후원자가 아닐지 조심스럽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지 말입니다. 툭 하고 놓인 꽃 하며 심플하지만 내공이 묻어 나오는 테이블 배치! 커피만큼 예술에도 조예가 높아 보인다.
예술에도 커피에도 내공이 느껴지는 마드모아젤의 카페!
성큼성큼 카페를 가로질러 내딛는 그녀의 발걸음! 카펠라의 ‘레이디’다. 스타일리시한 공간이 그녀를 보면 매치가 너무 잘된다. 큰 키에 슬렌더 한 몸매로 패셔너블함은 덤으로 장착한 그녀다. 매일 봐도 질리지 않는 믹스 앤 매치, 패셔니스타! 특유의 아우라는 카페를 더 특별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등장부터 주변을 밝히는 내추럴 본 주인공의 포스란 이런 거다. 비루한 자신에게 겸손함을 주는 사람이랄까. 가지런한 이를 드러낸 시원한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인 그녀를 닮은 직원들 또한 카페를 찾는 이유 중 하나다. 다정한 메뉴 설명과 친근한 인사, 손님을 기억하고 알아봐 주는 친화력은 기본, 영어까지 쌉 가능! 베트남어 포비아는 넣어두자.
여름의 주말은 만석을 이룰 만큼 동네 명소다. 더위를 피하며 가족단위로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많은 이들이 찾곤 한다. 베트남 사람들부터 유러피안들까지 모두에게 사랑받는 카펠라! 로컬 카페보다 가격은 쪼끔 높지만 만인을 위한 만인의 카페이니 슬쩍 눈 감아주기로 해요~ 하노이의 호떠이로 발걸음을 한다면 강추한다. 열이면 열, 국경 나이 성별을 초월해 모두가 사랑에 빠진다고 팔만 오천 프로 장담한다.
하노이를 홀짝이는 오후, The Sipping Bar!
고수는 말이 필요치 않다. 그저 실력으로 말할 뿐이다. Cafe인 듯 Bar인 듯, 새파란 간판의 하얀 레터링의 잘생긴 그 카페!
졸음이 쏟아지는 오후, 하노이를 홀짝이는 카페러버는 일본인 타운, 바딘으로 향했다. 유행 타는 화이트 인테리어나 사진 백만 장을 찍는 엠지 세대들이 가득한 포토 스폿 따위 필요치 않아! 묵직한 블루 페인트와 단정한 간판에 치이고 커피 맛에 정신을 잃은 더 시핑 바는 존재 그대로 멋지니깐!
1층 입구로 들어서니 향긋한 커피 향이 퍼진다. 단정한 인테리어에 잘 찾아왔다는 만족감에 촉촉하게 젖는 1인이다. 야호~ 잘생긴 블루 간판부터 맘에 쏙 들더니, 곳곳에 걸린 사인도 어여쁘구나. 커피가 맛있다는 호평은 익히 들었지만, 주위에 특별히 들릴 일이 없어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왔네요. 신로이~
하노이 로컬 카페의 착한 가격은 이제 두말하기도 싫다. 그저 은혜롭기만 한 가격에 함성만 지를 뿐! 50 케이에서 비싸도 70 케이로 한화 2500 원이면 가능하니깐요. 2000 원에서 3000 원대의 커피는 하노이 리미티드 행복이지. 주문을 하고 돌아본다. 벽에 걸린 의외로 귀여운 ‘에코 백’은 무엇? 무뚝뚝 바리스타의 이미지와 상반되는 굿즈에 반전 매력을 느끼고야 만 한국인! 결국 네이비 하나, 아이보리 하나 깔별로 사고야 말았다. 에코백은 못 참지! 160 케이, 8천 원으로 작은 주머니까지 있다. 알러빗! 데일리 백으로 거의 매일 드는 중이다. (친언니와 하나씩 사이좋게 나눠 쓰는 중) 카운터 뒤쪽은 한번 앉으면 엉덩이를 뗄 수 없을 마력의 소파와 그 곁에 LP판과 취저 책들로 가득한 책장이 서있다. 용기 내어 앉아보고 싶지만 슈퍼 I형 인간에겐 너무 오픈되어 있군! 결국 2층으로 영차 영차! 계단을 타고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작업실로 고 고!
1층이 도란도란 수다를 떠는 사랑방이라면 2층은 작업하기 완벽한 공간이다.
안정감 있는 테이블에 콘센트까지! 어메이징! 2층에 들어서니 타닥타닥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울 뿐이었다. 외국인 아저씨의 열정 작업 소리에 나도 모르게 비장해지는 순간이다. 시핑 바는 야외가 내다보이는 테라스의 매력도 놓치지 않는다. 강, 바다 산이 아니어도 좋다. 이거슨 도심 속 시티뷰! 아담한 야외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거리 풍경도 원더풀 하다. 점심시간이 되니 삼삼오오 아저씨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조용조용 목소리를 낮추어 수다만 떨고 자리를 뜬다. 조곤조곤 이야기하는 걸 가만히 듣다 보니, ‘합기도, 태권도’ 수업에 대한 이야기다. 어라~ 한인 타운인 경남이란 이름도 들린다. 한국인 선생님으로부터 태권도 수업을 받을 수 있다며 태권도를 전파하는 한 청년! 브라보~ 자네, 계속 그 기세를 유지해 주게. 왠지 귀여운 아저씨 3인조는 알고 보면 나보다 열 살 어린 청년들일지도 모른단 생각도… 또르르~
첫날의 커피 맛을 잊지 못하고 이틀 뒤에도 일주일 뒤에도 계속 왔지, 뭡니꺄~ 연이는 방문으로 직원들마저 조금씩 낯을 익혀갔다. 물론 직원들은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서투른 영어로 응대할 뿐이지만 말이죠~ 사실 어설픈 친절보다 조심스러운 미소 한 스푼이 더 쿨한 법이다. 이런 선 있는 서비스가 제법 맘에 드는 중이고 말이다.
엽서의 앙증맞은 일러스트를 슬쩍 가져옸다. 아무래도 무료로 나눠주는 듯하여 들고 오지 않고는 참을 수 없었지 말입니다. 그림 속, 바리스타는 과연 주인장이렸다~
초록초록한 나무가 보이는 2층에 앉으면 막힌 일도 술술 풀리는 마법을 경험한다. 유행에 아랑곳하지 않고 단단히 자신의 길만 걷는 카페가 강직한 무사처럼 느껴진다. 카펠라가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라면 더 시핑 바는 담담한 서사를 보이며 잔잔한 울림을 부르는 프랑스 영화 같다. 무뚝뚝한 인상의 주인아저씨는 처음 만나면 긴장감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북부 사나이답게 두 번, 세 번 가고 눈도장을 찍다 보면 수줍은 미소라는 친근함도 보여준다. 단골 도장은 역시 서로 알아봐 주는 인사 한마디, 눈짓 한 번에 찍는 거 아니겠어요? 은은히 퍼지는 커피 향이 그를 닮은 것도 같다. 하노이는 원두 수출국 2위라는 명성에 맞게 원두를 판매하는 카페가 많다. 일단 맛있는 카페는 원두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플이즈 더 베스트란 미학에 충실한 The Sipping Bar를 찬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