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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Jan 05. 2024

커피 위를 떠다니는 푸른 책의 섬, 하노이 북 카페

사진by하노이민언냐

Tranquil Books & Coffee, 조용히 들려오는 책의 속삭임, 트랜퀼 북스 앤 커피

이제야 친해졌단 생각이 들면, 입을 싸악 닦고 얼굴을 바꾸는 너! 해는 바뀌어 2024년이 오고야 말았다. 하노이 연말은 크리스마스보다 구정인 뗏(Tết)에 더욱 들썩인다. 붕어빵이 모락모락 김을 뿜는 한국과는 달리 짤랑짤랑 알록달록 잉어와 오색 별 등 뗏 장식에 더 화려해진다. 그런데 말입니다아~ 연말 갬성에 폭 젖고 싶은 응어이 한꾸억(người hàn quốc, 한국인)은 연말 한정판 미련을 떨고 싶단 말이지요. 연말 분위기에 딱인 트랜퀼 북스 앤 커피에서 말이다.

길목에서 숨은 보물적 아우라가 뿜뿜~ 초번화가인 호안끼엠에서 고요함을 사수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좁은 골목 속에 한껏 숨은 것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고풍스러운 건물에 좁은 뒷골목 그리고 분필로 써낸 주차장 안내표지판은 카페 러버의 가열찬 어깨춤을 유발한다. 덩실덩실~ 오늘도 찾았다. 후레이~

이름에서 이미 ‘조용함’을 마구마구 외치는 ‘tranquil Books & Coffee’! 불어로 ‘트항킬’, 영어는 ‘트랜킬’이지만 ‘워터‘와 ’ 워러’처럼 ‘조용한, 고요한’으로 뜻은 같다. 기승전 고요함을 고수하며 전화 통화도 장외로 퇴장! 밖으로 나가서 받는다. 살금살금 뒤꿈치가 자동 업, 갑분 발레리나 변신을 하지만 고압적이기보다 모두를 위한 배려가 가득한 아늑한 평화가 주어진다.

은은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 우우 오오오~ 단전에서 밀려드는 재즈와 알앤비 본능이란! 커피는 맛도 중여하지만 분위기로도 마시니깐~ 지극히 1차원적인 심플한 나란 뇨자!


에스프레소 한 잔은 5만 5천 동, 2천 원 후반이다. 사실 찐 로컬카페(에스프레소 한 잔은 3만 동, 한와 1500 원)보다 가격이 조금 높다. 하지만 초 번화가에 위치한 것과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걸 감안하면 6 - 7만 동은 일반적이다. 길 위의 노천카페(목욕탕 의자가 쭉 놓인)는 놀라울 정도로 저렴하지만(2만 동대, 한화 천 원대에 박시우 커피를 판매한다.) 으으~르은을 위한 낭만적인 분위기란 흔한 게 아니랍니다. 은은하게 깔리는 음악까지 완벽해!

꼬물꼬물 크리스마스 책갈피나 쿠키에 심쿵! 으헙!
커피뿐만이 아니라 디저트나 브런치도 맛있기로 유명하다.

심멎 명언에 어울리지 않는 안타까운 앤딩의 주인공, 오스카 와일드 아저씨 그리고 포에버 레전드, 존 레넌의 속세 초월적 아우라는 번화가 속 고요함을 고집하는 트랜킬 카페와 닮았다.


벽면을 채운 책장 그리고 자유롭게 책을 뽑아 들고 앉아있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지만 모두가 존중받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인적이 드문 카페를 선호하는 1인이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만석’을 본 건 처음이다.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와 한 모금의 커피를 들이켜는 소리만이 가득하다. 냉소적인 눈빛의 오스카 와일드와 세상 너머로 향한 존 레넌의 시선! 그들도 생전에 하노이에 왔다면 분명 이 카페의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책을 읽었겠지.

조용함에 반비례하는 만석의 위엄!


1층이 꽉 차서 2층으로 오르기로 한다. 1층과 반대되는 한산함에 횡재를 한 듯 환호한 것도 잠시! “You should take of your shoes on the 2nd floor.” 신발을 벗어야 한다는 종업원의 말에 마음이 식는다. 이런 번거로움, 불호! 특히 양발이 워커에 꽁꽁 묶인 날은 더더욱 그러하오.

닥터 마틴 워커를 발에 달고 온 나, 슈퍼 대 유죄다, 땅땅땅!

닥터 마틴 워커 게다가 10홀의 번거로움을 아시는지요~ 한 번이라도 신어본 자라면 알 것이다. 단지 게을러서가 아니야. 발냄새 때문이 아니.. 조금은 그럴지도... 발목까지 옥죄는 슬림핏은 날씬한 다리를 보장함과 동시에 습기도 유발한다. 신으면 편하고 어여쁘게 라인이 떨어지지만 신고 벗는 과정이 사악하다. 역시, 멋쟁이가 되긴 힘들다. 현관에서 끙끙대며 신발 벗는 나를 마주할 때면 현타가 오기도 한다. 하지만 베트남은 다락방 구조의 카페를 종종 볼 수 있다. 좌식 구조의 테이블은 특히나 신발을 벗는 게 필수라는 걸 명심하자.

탈착 편한 신발로 재방문을 기원하며 2층 입실은 포기다. 그러나! But! Nhưng! Mais! しかし! 네버 스톱, 불꽃 사진 열정!

영원한 워너비인 샬롯 갱스부르와 제인 버킨, 존 레넌의 흑백 사진을 보니 70년대로 타임 슬립을 한 기분도 든다. 사진 촬영을 촵촵촵 하고 1층으로 복귀했다. 후다닥 계단을 내려온 민첩함에 치어스~

Of course, please!’

아무리 둘러봐도 남은 테이블이 없다. 결국 4인용의 한 귀퉁이에서 주춤주춤 용기를 내어 합석을 묻기로 했다. 슈퍼 빅 I인 내게 차라리 사형을 내려라~ 하지만 테이블을 선점하고 있던 금발의 미인은 함께 앉아도 되겠냐는 질문에 미소를 지으며 흔쾌히 자리를 내어 준다. 이야호~ 당신은 에인제엘~ 천사군요!

크리스마스트리는 지금쯤 정리가 되었겠지. 열 달 뒤에나 재등장할 너를 마음속 깊이 기억할게. 수고했다, 2023 년아!



The Bookstop cafe, 커피 위를 떠다니는 파란 책의 섬, 더 북스톱 카페

청량한 블루 간판과 잊힌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파란 우체통! 이 조합 대찬성입니다.


커피가 파도치는 책의 섬!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섬에 닿길 상상해보지 않을까?! 해외생활의 필수템이 전자책이라지만, 역시 종이 활자에 비교할 수는 없다. 라이즈나 투바투, 아이돌 음악을 듣다가도 스팅의 ‘I don’t take coffee, I take tea, my dear~’의 가사를 접하면 가슴이 내려앉는 감동이 밀려온다. ‘Englishman in NY’이 시대를 초월하듯 종이 책이 주는 감각도 마찬가지다. 클래식 이즈 올웨이즈 롸잇!

푸릇한 나무에 햇살을 한가득 떨어뜨리는 하노이! 이름만으로 존재의 이유가 되는 The Bookstop Cafe! 카페는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어 현지인도 지나치기 쉽다. 고로, 기사님의 헤맴은 데스티니! 전면 오픈되어 야외와의 경계가 허물어진 구조가 흥미롭다. 사실 아담할 거라고 제멋대로 상상했던 나는 큰 공간에 콧구멍도 두 배로 대 개방되고야 말았다. 한마디로 취향저격! 빵야 빵야!

책에도 진심이지만 카페에도 열정적인 바리스타이자 오너!


‘마드모아젤’보다는 ‘마담’이 어울리는 그녀는 이미 외국인 손님을 많이 맞이해 본 솜씨다. 베트남어 악센트가 매력적으로 섞인 그녀의 영어는 카페와도 잘 어울리니 말이다. 한편에 놓인 자체 판매 원두와 굿즈 설명에도 열정적이다. 유러피안들도 종종 오고 베트남어 수업을 하기도 한단다.

가격은 아메리카노가 35 케이, 한화 1700 원에서 콜드 브루 45 케이로 2000 원대 초반! 이것이 현대판 기적인가.


그녀의 긍정 바이브는 카페를 들썩이는가 싶더니 바로 옆 책방으로 자리를 안내하며 목소리를 낮춘다. 자동 음소거하는 배려를 리스펙트! 책방을 지키던 청년과 이야기를 하는가 싶더니 책을 책장에 가지런히 정리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소박한 도서관 책장과 커피의 조합!


정갈하게 정리된 책장에서 가슴이 뛴다면 이상한 걸까. 엄청난 데코의 책장은 아니지만 소박해서 온전히 책에 집중할 수 있다.

토토짜응~ 히사시부리데쓰. 한창 일본어에 몰입할 때가 언제던가. 어언 20년을 넘겼다. 일어 입문용 원서라면 ‘창가의 토토짱’ 아니겠어요? 해맑은 너는 늙지도 않구나. 주름 없는 팽팽한 얼굴을 보니 왠지 서글퍼진다. 또르르~

뜬금없는 박 전 대통령의 전기를 보고 후들후들~ 이 책방의 컬렉션은 남달랐다.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걸 여기서 발견한 거 실화냐! 한국의 경제성장을 벤치 마케팅하려는 움직임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영문 서적도 있지만 베트남어 서적이 대부분이다. 머시 중헌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학의 벽을 깨부수는 사진집이랍니다. 다양한 이미지가 실린 책장을 후루룩 넘기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은 철퍽철퍽 밀려드니 말이다.

콜드브루 마가리타의 알싸한 향이 혀끝에 감돌고 책에 둘러 쌓여 보낸 오후, 흠이라면 선풍기가 조금 약했다는 정도일까. 하지만 아작아작 입안에서 깨지는 얼음 조각이면 더위도 바로 용서되는 미라클~

한여름밤의 꿈인 양 부서질까 깨질까 1분 1초가 아쉽던 하노이의 오후!


따뜻한 공기와 커피 머신 소리만 잦아들던 책의 섬에 닿는 행운을 함께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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