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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Jan 03. 2022

크리스마스이브, 그녀의 울음소리

ft. 산타가 왔다.

집 앞을 서성이는 그림자들! 그리고 종일 목놓아 우는 이가 있다.

누구냐, 너는!

언제 들어도 가슴 뛰게 하는 마법 같은 단어,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는 그 설렘이 최고치가 된다.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몰래 숨기고 어떻게 하면 조금 더 파티스러운 저녁을 차릴까 고민한다. 모두가 들뜨고 모두가 환호하는 기쁜 날이다.


이런 날, 끊임없이 울고 있는 이가 있다. 그 누구보다도 목청껏 우는 너는...

띵동 띵동~

바로 초인종이다. 이 녀석, 일주일치 손님을 하루에 받느라 니가 고생이 많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인사를 하기 위해 반가운 손님들 아니 산타들이 다녀갔다.

"Merry Christmas, Min!"
"What a nice surprise!"

처음에는 난데없는 초인종 소리 놀란 토끼눈이 되던 쩡이와 쭌이었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과 학습의 동물이다. 횟수가 거듭될수록 이번에는 또 누굴까 하는 기대에 눈에서 스파클이 튀었다. 그리고 쩡이와 쭌이는 벨 소리가 나면 현관으로 달려갔다. 서로 먼저 문을 열겠다며 맨 발로 현관문에 매달렸다. 가장 첫 손님 아니 산타는 일본인 친구 M이었다. 일주일 전 함께 마트에 갔을 때, 나는 먹던 꿀이 똑 떨어졌다고 말했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그녀는 반응했다. 이 달달한 미니미니 허니허니 4종 세트! 포장을 뜯자마자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이래 쪼매난 귀요미들을 우찌 열어 먹겠노~ 같이 사는 남편을 무색하게 하는 메가톤급 섬세함이다.


평소 좋아하는 마로우 초콜릿을 기억해준 또 다른 일본인 A는 또 어떻고.. 그녀는 온전히 나를 위한 선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에겐 나만큼 달달 구리 디저트를 좋아하는 이가 또 있다. 쩡이는 박스를 열자마자 신나서 폴짝폴짝 뛰기 시작했다. 이걸 보고 어찌 나눠 먹지 않겠는가. 모든 초콜릿을 정확히 반으로 2등 분해 먹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띵동 소리에 문을 열자 얼굴을 빵긋하고 내미는 노오란 꽃 한 다발! 꽃순이의 무릎을 꿇게 한 취저 꽃다발에 눈물까지 핑 돌았다. 할렐루야~ 이건 진정 복된 하루다. 그리고 향이 끝내주는 커피 원두도 받았다. 조식 커피의 싱거움에 불만을 토하던 나를 위해 귀국을 앞둔 친구가 선사했다. 새삼 부끄러웠다. 커피인지 맹물인지 모르겠다며 투덜대던 나, 반성하라. 하지만 원두를 갈자 집안 가득 퍼지는 커피 향에 나는 움찔움찔 어깨춤을 췄다. 불평불만을 너무 쏟아냈나 하는 부끄러움은 이미 잊혀졌다. 무색무취한 조식 커피여, 안녕~ 사요나라 さようなら~ 아디유,Adieu~ 땀비엣 Tạm biệt~


늦은 오후, 위층에 사는 프렌치 B도 왔다. 그녀는 수줍은 미소와 선물을 주었다. 이 캔들로 집을 환하게 밝힐 수 있길 기도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마음을 표현하는 카드들 그리고 이어지는 작은 선물은 코로나라는 긴장감에 꽁꽁 얼어붙은 내 마음을 사르르 녹였다. 이건 뭐 인간 손난로들이십니까~ 진정 산타입니꺄~ 메시지에 분주한 건 휴대폰도 마찬가지였다. 휴대폰은 종일 부르르 부르르 크리스마스 메시지에 몸을 떨었다.


2021년의 크리스마스이브도 평화롭도다. 선물, 카드, 성공적! 이 뜨끈한 온기를 그대로 이어받아 2022년도 뜨겁게 시작한다. 해피 뉴 이어~ 3년 차에 접어드는 하노이의 2022년! 힘차게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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