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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Feb 26. 2022

남편보다 친한 사이?- 베트남 필수 앱

베트남 국민 앱 잘로, VN익스프레스        일러스트BY하노이민언냐


자네, 베트남의 소식을 바로바로 알고 싶은가? 그렇다면 답은 잘로와 베트남 익스프레스!

La tête dans les nuages.

불어로 ‘la tête dans les nuages’는 직역하면 ‘구름 속의 머리’가 된다. 굳이 사전을 뒤지지 않아도 의미가 착착 떠오른다. 시야가 흐릿해지는 뿌연 구름 속에 머리가 있으니 생각도 뽀얗게 동동 뜰 것 같지 않나. 정확한 의미는 현실에서 동떨어져 망상에 빠지는 것이다. 요즘 나의 기분이 딱 이렇다. ​


하노이에 살다 보면 구름 위를 걷는 듯 현실감각이 떨어질 때가 있다. 베트남에 살면서도 사회, 정치적 이슈나 행사에 둔감해지는 것이다. 베트남어를 공부한다고 해도 신문 기사를 줄줄 읽기는 무리가 있다. 사회면 기사 하나 제대로 읽자면 어려운 문어체와 단어의 압박에 숨이 찬다. 자칫 하루 종일 사전을 검색하다 반도 못 읽고 포기하게 되고 말이다. 이는 베트남어를 향한 애정과 사기만 더 떨어뜨릴 뿐이다. 그래도 베트남어 공부에 의무감을 느낄 때는 헤드라인과 그래프 일색의 코비드 확진자 소식과 날씨, 계절에 대한 기사를 조금 읽긴 하지만 말이다. ​

그럴 때 필요한 게 바로 ‘Zalo 잘로’와 ‘VN Express 베트남 익스프레스’다.


‘딩동’


아침을 깨우는 메시지 한 통!

내 친구 잘로 Zalo가 오늘은 또 어떤 메시지를 보내왔는지 확인해 볼까. 이런, 오늘은 공기가 적색 경고다. 공기가 나쁘니 야외활동을 자제하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이런 섬세한 배려의 소유자 같으니라고, 잘로 녀석~ 하노이의 하루, 잘로와 함께 상큼하게 스타트해볼까.

잘로는 모든 베트남 사람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쓰고 있는 국민앱이다. 잘로 빼고는 소통이 안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일 아침마다 메시지를 보내오는 부지런한 녀석이다. 날씨는 물론 공기 오염도와 자외선까지 체크해서 알려준다. 일본은 라인 LINE , 유럽은 와츠앱 WhatsApp 그리고 한국은 카카오톡 쓴다면 베트남은 잘로가 있다. 처음부터 잘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처럼 카카오톡이 주름잡고 힘 좀 쓰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망이 느려 카카오톡을 사용하는데 오류 발생이 너무 잦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사용자가 줄어든 것이다. 사진 한 장을 전송하는데도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기에 열폭하는 경우가 많았단다. 이건 성질 급한 부산 사람인 나는 백 번 이해한다. 사진 한 장에 끝없는 버퍼링은 절대 못 참는다. 마치 10초가 10일 같은 시간 감각이 들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누구나 스마트 폰을 사용하지만 새 모델을 사기보다는 구형 사용자가 많다. 특히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어 있어, 저사양의 휴대폰 사용이 특히 많다. 베트남에서 이는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한다. 결국 구형 모바일에서도 작동이 잘 되는 잘로가 선점하게 된 것이다. 점점 잘로의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증가해 카카오톡은 이미 안드로메다 저 멀리 잊힐 수밖에 없었다.

특히 후발주자인 만큼 다른 메신저들의 장점만 쏙쏙 빼서 합쳤다. 예를 들어, 페이스 북의 타임라인과 gps기능은 물론 카카오톡의 메신저와 인터넷 뱅킹까지 장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전자정부 시스템도 도입이 되었다. 보안 시스템도 비교적 우수한 편이다. 무엇보다도 페이스 북처럼 사진을 공유하고 ‘좋아요’를 누르는 기능이 가장 흥미롭다. 페이스 북은 메신저 앱을 따로 이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잘로는 하나로 모든 게 다 해결된다. 말 그대로 초 간단 SNS 종합 세트다.


베트남에서는 모든 이들이 잘로를 이용하니 각종 브랜드의 홍보나 세일 행사를 알리는 메시지 또한 잘로를 통해 받는다. 물론 이는 멤버십이 있는 경우에 해당이 되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롯데 센터에 입점한 ‘설화수’와 올리브영과 같은 코스메틱 편집샵인 ‘소시올라’의 알림을 늘 받고 세일 기간이나 사은품을 확인하고 있다. ​잘로로 세일, 이벤트 놓치지 않을 거예요~


잘로가 베트남의 일상 속 알림이라면 베트남 익스프레스는 사회 전반의 소식을 알려준다. 하지만 베트남어가 아니라 외국인을 위한 영어 버전이다. 무료로 앱을 다운로드하면 그날그날 최신 뉴스를 확인하며 인싸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영자 신문이라고 용어가 어려울까 봐 뒷걸음치는 당신! 전혀 긴장할 필요는 없다. 한국에서 발간되는 코리안 헤럴드 주니어 수준의 기사들이 많다. 그저 입맛에 따라 골라 읽으면 된다. ​국내 뉴스뿐만 아니라 해외 소식도 접할 수 있다. 분야별 섹션도 여러 주제로 나눠져 있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종이가 아닌 핸드폰으로 기사를 진지하게 읽어나가기가 힘들다. 40살이 넘어가니 2분만 지나도 눈에 진물 이 고이더라. 그래서 헤드라인만 대충 훑어보는 날도 많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친구들과의 대화의 흐름을 대충 따라가기에 부족함이 없다. 헤드라인 몇 개를 읽는 동안 벌써 베트남에 빠삭해지는 느낌마저 든다.


특히 뗏(베트남의 구정)이 끝나고 코비드와 오미크론의 유입이 걱정이 많은 요즘이다. 오늘도 코비드 기사가 가장 먼저 떴고 인기가 많은 뉴스에는 사이공에서의 오미크론 보도다. 지난 2년 동안 이렇게 빠르게 확산되는 건 이번 주가 처음이다. 매일 앞자리 숫자를 바꿔가며 신기록을 세우는 중이다. 한동안 5천 명을 유지하다가 월요일에 6천 명을 돌파하더니 금요일인 어제는 드디어 9천 명을 돌파해 만 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래서 약속은 커녕 장보기도 여의치 않아 생활 동선이 긴 마름모 꼴로 좁아지고 있다. 기동력이 떨어지니 마치 작은 섬에 사는 듯한 비현실감이 더 심해지고 있다. 아침마다 서는 작은 골목 시장로 마실 나간 게 까마득하다. 자주 가던 과일 가게에서 베트남어로 나누던 대화도 이제는 기대할 수 없고 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베트남 사람들과 말을 섞는 일도 드물다. 결국 베트남 현지 소식을 네이버로 확인하게 되는 웃픈 상황도 일어난다. ​


베트남에서 살아 숨 쉬는 현실감을 느끼고 싶다면 베트남 익스프레스와 잘로의 이용을 강추하는 바이다. 밀려드는 코비드로 우리 모두 정신줄 잡고 바짝 허리를 세워 눈을 부릅떠야 할 때이다. 안다고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오늘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알아야 하니 말이다.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이 신문을 통해 정보를 얻고 있으니 대화에서 아싸가 되지 않는 건 덤이고 말이다.


아침, 저녁으로 울리는 잘로, 그리고 베트남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베트남 익스프레스는 남편보다 더 자주 나를 깨우고 두드린다. 특히 잘로는 아침 날씨 예보로 기상을 함께 하는 건 물론 잠들기 전, 보건국인 보이떼(Bộ Y tế)가 코비드 상황을 알려준다. 무심한 듯 꼼꼼히 그리고 은근히 챙겨주는 이 녀석들 덕분에 오늘도 나는 베트남에 있다는 실감을 한다. 아직도 잘로와 베트남 익스프레스를 깔지 않은 당신, 서둘러 앱 스토어를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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