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노이 민언냐 Apr 25. 2022

외국인 친구들의 꾸덕한 정, 웰컴 기프트

하노이, 어게인 2022.       일러스트by하노이민언냐


'삐이익'


"Okay, next!"

"???… That's it?"


뭐... 뭐라고? 이렇게 간단하게 끝이라고? 2배로 확장된 콧구멍과 한쪽만 올라간 나이키 입술은 마스크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들킬 뻔했다. 마스크, 땡큐! 베트남 입국을 위해서 1인 1회로 베트남의 보건국의 어플을 이용해 신고를 해야 했다. 필수적으로 하는 항목이며 꼼꼼한 입국심사로 유명한 베트남이다. 그래서 인천 공항에 도착하기도 전에 만반의 준비를 했고 몇 번의 확인을 거듭했다. 하지만 3인의 큐알코드를 제대로 검사하긴 커녕 한 명만 바코드 찍으니 비키란다. 왠지 찝찝함이 밀려왔다. 당황한 나는 직원에게 여러 번 주춤거리며 재차 확인하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시선을 주지 않고 그저 나오라는 손짓과 넥스트를 말할 뿐이다. 쩡이와 쭌이의 큐알코드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한국에서 6주의 대장정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우리들! 출국보다 백만 배는 더 간편해진 입국심사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이건 문화 쇼크 아니 코로나 쇼크다. 한 달 반 만에 이렇게 세상 변할 수 있는 겁니까?! 손에 꼭 쥐고 온 백신 접종 증명서와 출국 8시간 전에 받은 항원검사 결과지가 새삼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스마트폰으로 한 입국신고서도 검사가 너무 느슨했다. 특히 베트남 입국자들이 해야 할 필수 항목인 보건국 큐알코드 등록은 마치 마트에서 주스 계산하듯 '삐이익' 한 번 찍고  패스! 한방에 그냥 집에 가라고 하다니.. 왠지 섭섭했다. 너무 간편한 심사에 나도 모르게 누가 나 좀 검사해줘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끝이냐는 혼잣말을 뱉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분명 이거 좋.. 좋은 거지? 좋아해야 하는 거지? 맞지? 이거.. 그렇게 고생할 때는 모든 쌍욕을 떠올리고 불평불만 쏟아내더니, 막상 너무 간단히 패스하고 보니 이것도 찝찝하다. 혹시 변태인 건가?

지난 일요일 새벽, 하노이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노이바이 국제공항의 사정으로 비행기는 지연되고 있었다. 당초 토요일 밤 도착하기로 되어있던 우리는 일요일 새벽 0시를 넘기고 겨우 집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하노이 쪽으로는 얼굴도 돌리기가 싫더니, 막상 레지던스의 로비에 도착하자 역시 집이 최고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직원의 도움으로 커다란 여행용 가방 2개와 작은 기내용 가방 2개 그리고 1인 1개의 백팩까지 들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왔다. 방문을 열고 도착하자 긴장감이 풀려 다리에 힘이 쭈욱 빠졌다. 그리고 자석에 이끌리듯 내 방으로 들어섰다. 침대를 보자마자 털썩 떨어지고야 만다. 역시 스위트 마이 스위트 호옴♡♡


"Min, welcome back home!"

"Min, I've got something for you, check out the door."


"I am really happy to see you again."


"Welcome back to Hanoi!"




하노이에서 가깝게 지내는 일본인 친구 ㅁ는 일요일에 귀국한 걸 알고 이른 아침, 싱싱한 꽃 한 다발을 문 앞에 두었다. 물론 핑크 포스트잇도 함께 두고 말이다. 웰 컴 백 플라워라니 새삼 마음이 뭉클해졌다.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환영해 준다고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끈해지기도 했다. 더욱이 나와 ㅁ은 알아주는 호떠이의 꽃순이들이다. 내가 베트남의 싱싱한 꽃을 그리워할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아리가또~ ㅁ!



그리고 또 다른 프렌치 친구 ㅍ과 ㅂ 그리고 옆집에 사는 포르투갈 친구 ㅇ 등 잇따라 환영 문자가 하나둘씩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하노이서 받은 첫 환영 문자는 ㅂ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다음날인 월요일은 모든 엄마들에게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아이들이 1년간의 온라인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 돌아가는 첫날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ㅍ가 여유로운 모닝커피를 함께 나눌 수 있었다. 그녀 또한 파리를 2주 동안 다녀왔다. 그리고 내게 줄 게 있다며 작은 봉투를 슬쩍 건넸다. 프렌치 특유의 수줍은 미소와 함께 내게 준 선물은 봉투에 ‘Belle Mais Pas Que(예쁘기만 한 게 아니야.)’라고 쓰여 있다. 핑크나 여성 여성 한 패키지가 아닌 회색에 골드 타이핑을 보고 있자니 쏘 프렌치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형성이나 노골적인 아름다움보다는 메시지를 주는 은근한 매력 프렌치들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다. 파리에서 온 이 녀석을 뜯어보니 골드와 레드가 조화로운 예쁜 팔찌다. 너 녀석, 마음에 쏙 든다.

"By the way, don't expect too much, Min. It is not gold."

너무 마음에 든다고 꺅꺅 대는 내게 직접 팔찌를 걸어주던 그녀는 수줍은 말투로 금이나 비싼 주얼리가 아님을 덧붙였다. 물론 금보다 더 의미 있고 귀하다고 반박을 했고 말이. 파리의 한 가게에서 나를 떠올리며 샀을 그녀, 역시 선물은 마음이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선물이라며 뜨거운 포옹을 다.


이윽고 이어진 문자들과 점심 약속들에 언제 내가 한국에 다녀왔을까 싶을 정도로 정신없는 한 주를 보냈다.


"Hey, Min. Your birthday is in March, isn't it?"


"Chị ơi. Ngày sinh nhật của chị là tháng 3, đúng không?"


어디 그뿐인가. 지난달 생일 선물을 챙겨 주는 이들도 있었다. 3월이 생일이 아니냐며 물어오는 친구들. 베트남 친구 ㅌ 취저, 데님 쟈켓을 그리고 다른 친구 ㅋ은 캔들 용기를 선사했다. 꽃을 꽂아둬도 좋을 새하얀 아이다. 오자마자 이런 호사가 있나. 나도 모르게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게 된다.


아이들을 위한 세심한 선물도 있었다. 우리가 집을 비운 사이에 생일파티를 한 옆집의 동생 ㅈ! 포르투갈의 6살 소년은 미니언즈 머그잔과 과자를 문에 걸어주었다.

모두의 환영을 받고 안부를 주고받으며 떠오른 건, 지금 내겐 여기, 하노이가 집이라는 것이다. 코로나로 전쟁 같은 격리 생활을 함께 견딘 우리들에게는 확실히 돈독한 우정이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다시 학교, 레스토랑, 여행이 주어지기 시작했다. 그립던 일상물처럼 다가왔다.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22년 하노이! 오늘도 우리는 하노이를 다.



하노이, 어게인! 후반전을 시작해보자.

작가의 이전글 피, 땀, 눈물의 하노이 탈출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