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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노이 민언냐 May 23. 2022

크롭티가 흉부티가 되는 베트남 패션! 전격 해부!

V-Fashion의 모든 것               일러스트by민언냐

한 번 보면 안구에 잔상이 남는 선명한 컬러감! 이보다 더 풍성할 수 없는 레이스의 향연! S라고 다 같은 Small이 아니다. 크롭티가 흉부 티가 되는 사이즈의 혁신! 기능성과 화려함의 절묘한 융합,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다. 디스 이즈 베트남 서따일!


 뿌뿌 뿌우! (드롭 더 마이크를 흉내 내는 ‘쇼 미 더 머니’의 포퍼먼스)

어나더 레벨의 V(Vietnam)-Fashion 브이 패션에 당신을 초대한다.

명상보다 쇼핑! 쇼핑 이즈 힐링! 국제 요가 자격증요? 녜, 땄지요. 명상, 철학 공부? 했답니다. 하지만 실상은 쇼핑 테라피를 맹신하는 물욕적인 인간이다. 인간은 정녕 안 바뀌는 겁니꺄. 40 넘은 내가 자칭 쇼핑 요정이라 뻔뻔하게 말하는 건 나름의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돈, 있다고 다 잘 쓰는 게 아니지. 쇼핑, 한다고 다 잘하는 게 아니다. 학교 다닌다고 다 공부 잘하고 열심히 하는 게 아니듯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아주 자알~ 사고 산다.


앞판은 심심한데, 뒷 판이 똿! 호랑이해, 기념 청바지

부산에서도 웬만한 백화점보다는 빈티지 골목을 더 자주 드나들던 나는 가성비와 퀄리티를 가장 우선으로 본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그 힘은 더 크게 발휘되고 말이다. 하지만 한국과 베트남은 굉장히 다르다. 우선 사이즈! 잠깐 사이즈 커밍아웃을 하자면 완벽한 동양인 체격의 소유자, 황량한 상체와 광활한 하체다. 하지만 베트남의 여자들은 정말 날씬하고 아담하다. 브랜드에 따라 다르지만 영 캐주얼 을 기준으로 한다면 상체는 S 그리고 하체는 당연히 M을 입지 말입니다. 한국에서는 XS의 상체였지만 M도 입는다는 사실! 그리고 청바지는 한국에서 입던 26은 허벅지에서 걸리더라. 엉덩이까지는 아무리 헙헙하고 숨을 참아도 들어가지 않는다. 27로 안착한 지 오래다.

온라인 쇼핑은 절대 하지 않기에 작년 여름 단호한 베트남의 코로나 봉쇄는 고통이었다. 점점 삶의 빛이 꺼지면서 핏기도 함께 가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삶의 낙을 잊고 황폐해질 때쯤, 호기심 덩어리가 집에만 있자니 몸이 근질거리다 못해 쓰렸다. 그리고 평생 손댄 적 없던 금단의 과일에 손을 대고야 만다. 평소 애정 하는 베트남의 패션 브랜드들이 하나같이 빅 세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온라인 쇼핑 몰에 한정된 행사였다. 코로나로 영업이 원활하지 않자 각 브랜드들은 너도 나도 온라인 세일이라는 초 강수를 두고 있었다. 최애 브랜드들은 평소에도 세일을 잘하지 않았다. 1년에 두 번, 가장 큰 명절인 뗏(구정)과 블랙 프라이데이 정도만 하는 편이다. 결국 코로나를 이기지 못한 건 패션 브랜드들만은 아니었다. 달콤한 온라인 세일에 직접 보고 입고 산다는 쇼핑 요정의 룰 또한 깨져 버렸다. 바쁘게 클릭했다. 온라인은 정말 자신과의 싸움이다. 장바구니라는 가상의 개미지옥에서 허우적댔다. 하지만… 그들의 S는 상상 속의 ‘작음’이 전혀 아니더라. S는 Super Small이었다. 주문은 성인용 옷인데 내 손에 쥐어진 건 만 9세 쩡이에게 맞을까 말까 한 아동복이었다.


요즘 유행한다는 크롭티! 하지만 내겐 흉부 티!(요즘 부쩍 랩에 빠진 민언냐다.)


 흉부만 겨우 천으로 감싸고 있었다. 이건 옷이 아니여, 붕대여! 결국 쩡이에게 토스! 그래도 딸이 있어서 다행이~ 토닥토닥 스스로를 위로했다. 연보라색 크롭티를 아들에게 입힐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냐. 이럴 때, 딸을 향한 애정은 더 뿜 뿜 솟구친다.

좌측은 사이즈가 F, 우측은 M

“Nothing can be too much for them. We cannot compete them.”


작년 크리스마스

베트남 패션 브랜드는 사실 호불호가 갈린다. 무엇보다 스타일이 조금 아니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태생부터 ‘단정’보다는 ‘화려’를 지향하는 나도 흠칫 놀라곤 한다.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 칠 정도로 강렬한 컬러와 레이스의 향연이다. 쨍한 컬러감에 눈이 부실 정도다.  한 프렌치 친구 S는 말한 적이 있다.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식사를 위해 하노이의 유명 호텔에 모인 우리들은 베트남 여성들의 화려함에 압도당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는 그 무엇도 과할 수 없다는 말에 동의했다. 높은 하이힐에 강렬한 색깔의 드레스는 영화 속 주인공들 같았다. 하지만 그런 그들이 좋다. 보고 있으면 대리 만족과 쾌감이 있다. 나이가 들면 빨강이나 선명한 게 좋아진다고 하더니, 나이 탓인가. 하지만 점점 코로나의 영향으로 2마일 패션이 넘실대는 게 다소 아쉬울 때도 있다. 예쁜 바디를 가진 여성들이 너무 편하고 캐주얼한 옷만 추구하면 왠지 모를 아쉬움이 몰려온다. 이것도 꼰대 현상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특히 파티를 즐길 줄 아는 베트남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나까지 기분이 화사하게 두 톤 밝아진다. 그들은 인생의 진정한 '흥'을 안다.


베트남에서 쇼핑을 하며 놀란 건 또 있다. 대학가 꺼우저이에서는 티셔츠 한 장에 5만 동으로 한화 2천5백 원으로 판다. 하지만 내가 가는 브랜드는 나름의 가격이 있는 편이다. 그래도 한국에 비하면 아직 저렴하다. 청바지가 50만 동으로 2만 5천 원인 셈이다. 티셔츠는 25만 동에서 3만 동으로 만 초반대인 것이다. 물론 아우터나 코트는 조금 더 가격이 올라가기도 하지만 말이다. 한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저렴하지만 퀄리티가 좋다. 특히 소재의 가벼움에 놀라게 될 것이다. 특히 청바지에 감동한 1인! 이토록 가벼울 수 있다니! 혁명이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청바지는 색상이 옅건 짙건 상관없이 무겁다. 하지만 베트남은 다르다. 아무리 짙은 블랙이라도 소재가 얇고 가볍다. 게다가 힘도 있어 디자인이 판판하게 유지가 된다. 짧은 스커트는 또 어떻고? 오토바이를 빼고는 삶을 논할 수 없는 베트남인 만큼 미니 스커트의 속바지는 필수로 착장 되어있다. 따로 속바지를 입지 않아도 되니 이렇게 편하고 인생이 즐거울 수가 없다. 바람이 불어도, 계단을 오르내려끄떡없지 말입니다. 게다가 베트남이 여름이 길고 무조건 기능성 갑인 티셔츠만 찾는 것도 아니다. 셔츠나 블라우스를 사랑한다. 하지만 셔츠라면 다림질이 필요하지 않나. 여기서 걱정 근심은 노노! 세탁기에서 꺼내어 팡팡 소리 내어 두어 번 털어 건조대에 촥 널면 끝! 다림질이 필요 없다는 건 신의 선물이다. 제 아무리 예쁜 블라우스도 매번 손빨래에 섬세한 다림질을 해야 한다면 손이 잘 가지 않지 말입니다.

한국인뿐만이 아니라 외국인 친구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 있다. 베트남에는 살 게 없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들으면 은근한 미소를 짓곤 한다. 3대째 내려오는 양념갈비의 비결을 혼자 알아낸 듯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이렇게 다정한 소재와 개성 넘치는 베트남의 패션을 아직 잘 모르는 거지.


디피된 쇼윈도만 봐도 가슴 벅찬 화사함이 전해지는 V-fashion! 한 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할 ‘V - fashion‘! 앞으로 살 게 없다는 말은 하지 않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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