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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준 Aug 15. 2023

청주

오창호수공원

청주 오창에 도착했다. 부산 김해공항에서 300 km 떨어진 곳이라 장거리 운전을 각오했는데 차가 안 막혀서인지 생각만큼 먼 곳은 아니었다. 부산은 공항길 따라 벚꽃이 만개하여 길가 곳곳에 꽃잎이 싸라기눈처럼 바람에 흩날리고 는데 이곳은 이제 시작이었다. 찻길 양 옆으로 줄지어 서있는 키가 큰 플라타너스들은 가지를 친 자리에 잎이 하나도 없어서 조금은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늘 물가에서 살다가 내륙 깊숙한 곳은 처음이라 이른 봄의 풍경이 을씨년스러워 보이고 날씨도 조금 쌀쌀했다.


며칠 전 아내가 계약한 빌라 원룸 앞에 했다. 차에 싣고 온 생필품을 양팔에 들고 아내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부산 오피스텔보다 조금 큰 방이었다. 앞으로  혼자 지내야 할 곳이다. 대충 던져놓고 주위에 뭐가 있나 궁금해서 밖으로 나왔다. 아내는 새로운 곳에 오면 늘 주위를 돌아보는 것을 즐겨한다. 차도를 건너 조금 내려오자 완만한 경사의 잔디가 깔려있는 공원이 나타났다.


잔디 위에는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는 연인들 몇 쌍이 있었고,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잔디 위를 아장아장 걷고 있었다. 몸집이 크고 작은, 얼굴 생김새가 제 각각인 견 선생들도 뭐가 그리 좋은지 개구쟁이처럼 혓바닥을 길게 내놓고 이리저리 뛰어놀고 있었다.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이 동물 친구와 함께 사이좋게 지내는 풍경이 참 보기 좋았다.


'오창호수공원'


바다, 강, 호수, 연못에서 살아가는 물살이처럼 나는 본능적으로 물을 좋아한다. 산과 들만으로 둘러싸여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아담한 호수가 동그랗게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이었다. 아내의 팔을 잡아끌고 호수 가까이 내려갔다. 둥근 호수 전체를 감싸고 있는 둘레 길이 있었고 나무로 만든 교각이 호수 위 가장자리를 지나갔다. 교각 양 옆에는 큰 버드나무가 기다란 가지를 축 늘어뜨린 채 한가로운 자태로 서 있었다.


물속에 뭐가 있나 궁금해 교각으로 다가섰다. 호수 위를 가로지르는 교각에 선채 아래를 들여다보니 잉어로 보이는 물살이들이 떼를 지어 다녔다. 부산 동래 온천천의 숭어보다 몸집이 조금 작았는데 개체수는 훨씬 많아 보였다. 물 풀도 교각 뒤로 군락을 지어 모여 있었다. 교각 위에서 헤엄치는 물살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둘레길로 나왔다.


둘레길은 호수를 감싸고 여러 종류의 수목들은 둘레길의 절반 정도를 다시 감싸고 있었다. 둘레길을 따라 걷고 있는데 한 곳에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울타리 너머 덩치가 제법 큰 오리 세 마리가 있었는데 한 가족으로 보였다. 얼굴은 수박씨  눈을 하고 똑 같이 생겼는데 부리 색깔은 조금씩 달랐다. 샛노랗고, 누르스름하고, 거뭇거뭇하고. 사람들이 오리를 구경하는 건지 오리가 사람들을 구경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서로를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얼마 전에 이 오리 가족에게 새 식구가 생겼다. 어미가 알을 낳은 것이다. 둘레길을 따라 서있는 울타리의 푯말에 '오리가족의 새 식구를 축하해 주세요', '오리 알을 가져가지 마시오'라고 적혀 있다. 우리는 모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아기 오리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by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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