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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준 Sep 04. 2023

실습생

만남과 헤어짐

매 학기마다 청주대학교 항공서비스학과 학생 두 명이 청주공항 우리 지점으로 실습을 나온다. 지금까지 계절학기를 포함해 실습생들이 두 번 다녀갔다. 실습생들은 학기 동안 공항 현장 학습을 하고 학점을 이수한다. 실습생들이 주로 하는 일은 탑승 수속 카운터 앞에서 고객을 안내하는 일이다. 사내에선 floor service라고 한다.


첫 번째 실습생들은 4학년과 3학년 학생이었다. 취업을 앞둔 4학년 학생은 군산 출신이었는데 눈치가 빠르며 항공업계 사정을 꽤 알고 있었다. 3학년 학생은 대구 출신에 아직 한 학년이 남아서인지 표정에 조금 여유가 있어 보였다. 고향을 떠나 혼자 객지에서 자취를 하며 학교를 다니는 일도 쉽지 않을 텐데 취업을 위해 힘든 사회 현장 학습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면서도 측은한 생각이 든다.


낯선 환경에서 실습을 하는데 애로 사항이 있는지 틈틈이 얘기를 들어보고 밥도 같이 먹었다. 4학년 학생의 걱정은 예상대로 취업이었다. 엄마가 졸업 전에 반드시 취직을 하라고 하셨단다. 엄마의 당부 때문인지 이 학생은 늘 눈을 반짝거리며 업무를 배우려고 애를 썼다. 3학년 학생의 고민은 귀엽게도 아빠의 간섭이란다. 아빠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냐고 묻자, 대뜸 한다는 말이 자기를 그냥 내버려 뒀으면 좋겠단다. 우리 딸은 아빠를 어떻게 생각할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4학년 학생은 발 빠르게 우리 회사 협력사에 취업 지원서를 냈다. 그리고 한 번에 합격했다. 우리 딸이 취직한 것처럼 나도 기뻤다. 3학년 학생은 실습 마지막 날을 끝내고 직원들과 작별 인사를 하면서 어찌나 우는지 나도 헤어짐이 슬펐다. 험한 세상에서 둘 다 잘 헤쳐나가길 바랄 뿐이다.


그렇게 1학기 실습생 중 4학년 학생은 취직했고 3학년 학생은 학교로 돌아간 뒤 계절학기에 또 두 명의 실습생이 왔다. 이번에는 3학년과 2학년이었다. 3학년은 고향이 구미였고 2학년은 인천이었다. 둘 다 자취를 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이번 여름 시즌에는 직원들이 회사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근무하는데 실습생들에게도 입혀 소속감을 느끼게 해 줬다.


이번 실습생 중 3학년 학생의 꿈은 항공 승무원이었다. 외국 항공사에 취직해서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싶단다. 2학년 학생은 말수가 적고 무덤덤한 성격이었다. 말을 걸어도 빙그레 웃기만 했다. 한날 공항 패스 발급을 위해 신분증을 봤는데 장기 기증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만 19살 어린 나이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우리 딸보다 어린 이 학생의 선행을 보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8월 마지막주를 끝으로 이 두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갔다.  그리고 8월 말에 또 한 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실습을 하며 인턴사원으로 취직했던 학생이다. 사회생활의 고충을 이겨내지 못하고 끝내 그만뒀다. 4학년 2학기로 복학한단다. 마음이 아프다. 실습생 시절 눈을 반짝이며 일을 배웠던 모습과 인턴사원으로 합격했을 때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오늘 2학기 실습생이 한 명 출근했다. 키가 크고 표정이 당당해 보인다. 다른 한 명은 내일부터 출근할 예정이다.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고 헤어지면 다시 만나는 것이 인생사라지만 이 나이가 되도록 새로운 만남은 설레지만 헤어짐의 순간은 여전히 익숙지 않다. 이제 또 다른 인연의 시작이다. 우리 학생들이 상처받지 않고 사회 첫 경험을 무난하게 했으면 좋겠다.



그림 by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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