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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준 Sep 11. 2023

공항 에피소드

웃음

항공사에 입사해서 공항에 배치를 받았다. 어느 겨울, 서울 본사로 발령 나기 전까지 공항 근무를 했는데, 겪었던 에피소드가 참 많다. 본사 기획 부서와 해외 주재원을 거치면서 작년부터 다시 지방에서 공항근무를 하고 있다. 항공사는 업무 특성이 확연히 다른 본부별 여러 부서가 있는데 그중에서 대고객 접점 부서인 공항 업무가 힘들지만 황당하고 재밌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여기에 소개하는 에피소드는 백 프로 실화다.


신입사원 시절 공항에서 있었던 일이다. 탑승수속 카운터에 앉아 업무를 하면 정말 다양한 유형의 고객을 만난다.


# 1. 아주머니처럼 보이는 고객이 앞 좌석을 달라고 하셨다.


"총각! 내가 멀미가 심해서 말인데, 제일 앞쪽 좌석으로 해줄래요"

"아, 예, 손님. 남아있는 좌석 중에서 제일 앞쪽으로 드리겠습니다"

"고마워요, 총각!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창문을 열고 가야 할까 봐"


# 2. 할머니 고객이 카운터로 오셔서 종이쪽지를 내민다. 종이쪽지에는 이렇게 써져 있었다.


'아세아 뱅기 태워주시오'


# 3.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못 뜨는 상황이었다.

고객들이 웅성거리며 큰 목소리로 클레임 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언제 뜨냐 말이야? 날씨가 좀 안 좋다고 비행기가 안 뜨다니 그게 첨단 비행기야?

무슨 조치를 취하란 말이야!"


고객들에게 둘러싸인 한 선배가 심각한 표정으로 드디어 입을 열었다.


"오늘 같은 날씨에는 새들도 못 날아다닙니다!"


# 4. 20대 초반의 자유분방하고 명랑해 보이는 여성고객이 카운터에 왔다.


"손님, 신분 확인을 해야 해서 신분증 주시고 마스크를 내려 주세요"

"네, 이렇게요?" 하면서 환하게 웃더니 양손으로 브이자를 만들어 올리면서 모델처럼 포즈를 취한다.


# 5. 앵무새 다섯 마리를 가지고 오신 중년 남성고객이 카운터 여직원에게 문의했다.


"앵무새 전부 데려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죠?"

"손님, 규정상 앵무새는 한쌍만 수하물이나 기내로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다섯 마리 전부 꼭 가져가야 하니까 나머지 세 마리의 다리에 줄을 달아 내가 잡고 있고, 비행기 창문을 열어 밖으로 내보낸 뒤 날아서 따라오게 할게요"


고객이 진심 어린 표정으로 너무 간절하게 애원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여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하늘에선 비행기 밖이 몹시 추운데 새들이 너무 불쌍하지 않을까요?"


# 6. 제주행 할머니 단체 고객들이 카운터 앞에서 직원에게 말했다.


"우리 제주도 가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는겨?"

"할머니, 항공사가 어디죠?


할머니 표정들이 심각하다. 한참을 생각하시다가 그중 한 할머니께서 큰 소리로 말씀하셨다.

"이스탄불"


직원들이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 예 할머니, 이스타 항공은 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사진 by 해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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