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뒤에 남은 것들
주연의 부동산 주변은 아파트만 있는 건 아니었다.
지하철역 근처라 그런지, 원룸 건물도 정말 많았다.
아파트는 찾아가기가 쉬웠지만, 원룸 건물은 항상 주소와 지도를 검색하고 가야 했다.
며칠 전, 한 건물의 원룸 월세가 두 개 나왔고, 손님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었다.
손님들과 방문한 원룸 건물은 생각보다 열악했고, 관리가 전혀 안 되어 있었다.
결로 때문에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고,
손님들은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주연은 주인에게 이 부분을 고쳐줄 수 있는지 물었지만,
주인은 모든 관리는 아버지가 한다며 아버지에게 직접 물어보라고 했다.
알고 보니, 아버지가 얼마 전 아들에게 증여한 건물이었다.
아버지란 분에게 전화해서 물어봤다. 결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주실지, 곰팡이 부분은 수리하실 건지 물어봤다.
아버지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듯, 주연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잠시 후 직접 부동산을 방문하시겠다고 했다.
약 1시간 후, 70을 훌쩍 넘긴 할아버지가 들어왔다.
건물주의 아버지였다.
친절히 설명해 드렸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냥 그 상태에서 들어올 사람을 구해달라고 하고 나가셨다.
결국 그 집은 계약을 할 수가 없었다.
네이버 광고에 “기본상태”라고 써놨기 때문에 문의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건물주인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왜 집이 안 나가죠? 무슨 문제 있나요? “
주연은 상황을 설명하며, 계단과 복도에도 쓰레기가 떨어져 있어서 관리 안 되는 건물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원룸 건물은 관리비 명목으로 세입자가 월 몇만 원씩을 주인에게 지불하고,
건물주들은 관리인을 따로 두어 건물을 깨끗하게 유지하게 한다.
그렇게 쓰레기가 떨어진 채로 계속 방치하는 건
주인이 알아할 상황이기에 설명해 줬다.
놀랍게도 아들은,
“에이씨... 아버지가 청소를 안 하시네. “
아버지가 관리인이라는 말에 주연은 깜짝 놀랐다.
아들은, ”아버지가 굳이... 청소를 하시겠다고 해서, 하시라고 했는데... 에이씨. 내가 얘기할게요. “
좋은 소리로 얘기할 거 같지 않았다.
주인들은 왜 집이 계약되지 않는가에 대한 솔직한 답변을 부동산에게 원한다.
그 말에 대답을 했을 뿐인데, 주연은 난처해졌다.
사무실에 들어온 대표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대표는 알고 있었다.
건물주였던 할아버지는 아들에게 증여한 후에,
아들은 관리비 명목으로 받은 돈도 아까워
아버지에게 청소를 하라고 시켰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재산 물려주고 청소하는 거예요? 저 나이예요? “
할아버지가 건강이 악화되었는데도
아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했다.
후레자식이라며 대표는 혀를 찼다.
그러던 중 할아버지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주연은, 아들에게 괜한 소리 한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아서
할아버지에게 해명했다.
“사장님. 죄송해요. 왜 계약이 안되는지 아드님이 묻길래, 건물 상태를 얘기한 거였는데... 사장님이 관리하시는지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할아버지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아니, 괜찮아요.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 근데 내가 요즘 허리도 아프고 무릎도 아파서 못하겠더라고.”
마음이 짠했다.
재산을 미리 증여했다고 해서 다 저런 취급을 받는 건 아닐 텐데,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좀 더 편안하게 살라고 증여해 줬을 텐데.
그런데 돌아온 건 이런 대접이라니.
너무 안쓰럽고, 서글펐다.
할아버지가 떠난 후, 주연은 괜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다봤다.
"대표님, 저분, 저 몸으로 청소 못하지 않을까요?"
대표는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그러게. 인생 참 그렇지."
'인생 참 그렇지.'
그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이미지 제작 : ChatG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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