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상식도 힘든데, 선함을 바란다고?

by Go on

주연은 집에서도 깔끔하게 청소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만 정리하고 치우는 정도였다.


주연의 부동산이 전속으로 관리하는 집이 있었다.

대표 지인의 친척이 주인인 집으로,

주연의 부동산에게만 관리를 부탁했다.


문제는, 주인이라는 자가 정상이 아니었다.

계약서 작성 시에 작성한 특약 (예를 들어 싱크대 깨진 부분을 수리해 준다는 내용)은,

세입자가 이사 들어와야 하는 잔금일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시하기 일쑤였다.


계약서 작성 후 잔금일까지는 보통 2개월의 기간이 걸리기 때문에,

부동산에서는 그 2개월 동안

주인에게 특약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 확인한다.


하지만 그 집주인은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고

문자 또한 무시했다.

주인의 집은 계약 시 작성한 특약이

안 지켜지기 일쑤였고,

잔금일에 세입자의 분노를 달래는 일은

부동산의 몫이 되어버렸다.


쩍쩍 갈라져서 재사용이 불가능한 싱크대 상판 교체비용은

부동산이 주인에게 받는 수수료에서 감당해야 했다.

고약한 주인은

전속으로 물건을 준다는 이유로

법정 수수료를 다 주지 않으면서도

또 그 안에서 수리비용까지 내게 했다.

결국 그 집은 거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중개를 해야만 했다.

주연의 마음 같아선,

어차피 주인 쪽에서 중개 수수료도 못 받는 물건이라면,

굳이 전속으로 할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말하고 싶었지만,

대표는 본인의 지인 물건이라면서

다른 부동산에 물건을 뺏기고 싶어 하지 않아 했다.


기본 상태에 부분 수리만 한 그 집은

전세 물건이 넘쳐나던 시기에 계약이 되지 않아,

몇 개 안 되는 공실로 남겨지게 되었다.

대표는 주인에게 전세 물건이 앞으로도 계속 나올 예정이니 가격을 조율하자고 했지만,

주인은 요지부동이었다.


그 집이 공실 상태라

보는 것이 수월해서인지

다른 부동산에서도 계속 그 집을 보여달라고 했고

주연은 하루에도 다섯 번은 넘게

가깝지도 않은 그 집을 계속 왔다 갔다 해야만 했다.


"대체 왜 전세가 안 나가죠?"

어느 날 집주인은 대표에게 날 선 말투로 전화했고,

대표는, 가격 경쟁력과 깨끗하지 않은 집 상태를 말했다.

주인은 자기가 멀리 사니까

대표와 주연에게 청소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청소요...?”

대표는 주인의 부탁을 정중히 거절했고,

청소업체를 부르라며 몇 개의 청소업체를 추천해 줬다.

그러자 주인은,

"제가요. 돈 써서 청소업체 부르려면 뭐 하러 대표님에게만 물건을 주겠어요?"


참... 사람들 뻔뻔하기도 했다.

여태 지인이라는 이유로

자기 집 부분수리 비용마저도 수수료에서 내게 한 것도 모자라,

집주인이 벼슬인 마냥

저렇게 사람을 하대할 수 있는지 분노가 일었다.

하지만 대표 또한 크게 당황했기에,

이제 저 집은 주연의 부동산 전속에서 풀어지는

즉, 주연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집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잠시 안도했다.


'이제야 저 집 보여주는 일이 끝나는구나.'

다행이다 생각한 순간,

대표는 부동산 사무실 싱크대 서랍장에서 고무장갑, 각종 수세미와 주방세제를 꺼냈다.


"내가 청소하고 올게."


주연은 어찌할 바를 몰라서 따라나섰다.

그날 주연은 남의 집을 처음으로 청소했다.


무려 세 시간을

분노의 철수세미질을 하면서

지금 대체 뭔 일을 하고 있는지 어이가 없었다.

좋은 말로 부탁을 했다면,

아니, 그래도 힘들었겠지만,

그래도 부탁을 했다면 이렇게 기분이 더러울 거 같지는 않았다.


청소 덕분이었을까.

결국 전세계약을 하게 되었고,

계약서 작성일에

집주인이 벼슬인 그녀가 왔다.


대표는 오른손에 손목밴드를 한 채,

"사모님. 저와 실장이 가서 철수세미로 땀 뻘뻘 흘리며 청소했어요. 둘 다 손목 아파서 혼났어요. “


"아 네."

수고했다고 고맙다고 말 한마디라도 해줄 줄 알았다.

무표정으로 자신의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당연한 일을 한 것을 왜 생색을 내냐고 하는 듯했다.


아무 말 않던 그녀가 입을 뗐다.

"지금 계약한 분이 들어올 때까지 두 달 걸리잖아요.

그럼 관리비는 누가 내죠?"

본인이 내야 하는 관리비를 부동산에 물어보고 있었다.


"당연히 사모님이 내셔야죠."

대표가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어머 무슨 말이에요. 이제 계약했으니까 세입자가 내야죠."

"사모님. 세입자가 이제 계약해서 아직 이사도 안 들어왔는데 왜 관리비를 내나요?"

"서울은 다 그렇게 해요. 여기 지방이라서 그런가?"


주연은 순간,

투명인간이 되어서 저 여자 뒤에서 뒤통수를 한 대치고 싶었다.


이런 집을 포기 못하고 바득바득 중개하는 대표도 이해 안 갔고,

저 인간 이하의 작자랑 서로 마주하고 있는 그 순간이 너무 모멸스러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여자의 직업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부동산은 직업이 뭐든, 진짜 민낯이 드러나는 곳'

대표의 그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주연은,

사람은 상식이 있어야 하고, 선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부동산을 다니며 스스로에게 묻기 시작했다.

'상식'과 '선함'의 기준이 뭘까.


상식은 사람마다 다르고,

선함은 누군가의 손해를 전제로 삼기도 했다.

주연은,

상처 입지 않으려 애쓰면서,

상처 입을 줄 알면서도

또 사람 사이에 서있었다.



#상식의 기준 #부동산 #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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